‘민주화 동지’이자 ‘버팀목’ 손명순…YS 곁에 잠들다 [손명순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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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동지’이자 ‘버팀목’ 손명순…YS 곁에 잠들다 [손명순 영결식]
  • 김자영 기자, 이윤혁 기자
  • 승인 2024.03.11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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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투사 감싸 안아줘”
“YS 23일 단식투쟁, 외신기자 일일이 전화”
“트레이드 마크 90도 인사로 국민 섬긴 영부인”
“절제의 규범 솔선…5년간 한 차례 구설 없어”
친환경 운동 앞장·독자투고란 읽으며 인심 전달
“민주화 이끈 큰 정치인의 시대와 이별하고 있어”

.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이윤혁 기자]

1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1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故 김영삼(YS) 전 대통령 부인 故 손명순 여사가 11일 영면에 들었다. 손 여사 영결식이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됐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약력 소개, 한덕수 국무총리의 조사,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의 추도사 낭독, 유가족을 대표한 YS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의 인사가 이어졌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묘소에서 진행되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손명순 여사의 하관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묘소에서 진행되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손명순 여사의 하관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손명순 여사는 1928년 음력 12월 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태어나 진해고등여학교를 거쳐 마산고등여학교 최우등 졸업, 이화여대 약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51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혼해 평생 민주화 투쟁이라는 고난의 길을 함께 걸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약력 보고를 읊으며 “손명순 여사는 오랜 군사 독재 시절 생계를 위협받던 야당 정치인들의 생활을 돕고 시래깃국으로 민주화 동지들의 배를 채워주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핍박받는 민주화 투사들을 감싸안아 줬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1983년 YS의 23일 단식투쟁 당시 손 여사가 외신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단식에 즈음하여’ 성명서를 알린 부분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눈물로 보고가 잠시 멈추기 했다. 

“옳은 길을 가는 남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도 할말을 하는 강인함으로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에 크게 기여했다. 수많은 선거 기간에는 전국을 돌며 여론을 청취하고 트레이드마크인 90도 인사로 국민을 섬기고 또 섬겼다.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이 14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손명순 여사는 ‘그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돕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처럼 단 한 번의 구설수 없이 조용하지만 숨 가쁘게 영부인의 소임을 다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2024년 3월 11일 영결식에서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낭독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덕수 총리는 조사에서 “민주주의 거산으로 우뚝 선 김영삼 대통령을 묵묵히 받쳐준 큰 버팀목이 바로 손명순 여사”라며 “김영삼 대통령이 이끈 민주화의 길과 대도무문의 정신은 여사의 헌신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민개혁, 금융실명제와 같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 앞에서 여사는 항상 가장 가까이서 대통령의 고독한 결심을 지지했을 것”이라며 “부드럽지만 단단한 바위와 같이 남편의 신념과 뜻을 받쳐온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였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이제 우리는 민주화를 이끌고 세계 일류 국가를 이루기 위해 일생을 헌신해 온 큰 정치인의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질곡을 헤쳐오며 민주화와 산업화의 꽃을 피워온 한 시대를 열어온 큰 어른, 김영삼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를 우리 국민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묘소에서 진행되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손명순 여사의 하관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묘소에서 진행되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손명순 여사의 하관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덕룡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9년 전 김영삼 대통령께서 서거하시고, 이제 여사님마저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시니 황망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조용한 내조에 가려졌던 손 여사의 적극적 면모에 관해 설명했다.

손 여사는 YS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이 언론에 한 줄도 보도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 언론기관에 전화해 소식을 알렸다. 이를 계기로 로이터, AP, 교도통신 등이 일제히 단식 소식을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1987년 6월 항쟁 때에는 국회의원 부인, 여성 당직자들과 함께 최루탄 속 가두시위 선두에 섰으며, 중요한 선거 때면 멸치 한 봉지 또는 수박 한 통을 들고 대의원 한 명 한 명을 직접 찾아갔다. 

“손명순 여사는 영부인 시절 사소한 일이라도 국정에 개입하거나 고위공직자 부인 만나는 일을 철저히 멀리했다. 절제의 규범을 솔선해 보여주어 5년 동안 구설이나 잡음에 단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았다. 대신에 여사는 신문 독자투고란까지 꼼꼼히 읽으며 세상인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타 이사장, 2024년 3월 11일 영결식에서

손 여사는 한국의 야생화 사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와대 조경을 야생화로 바꿔 조경 예산을 대폭 절감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어린 첼리스트를 후원했는데, 그 당사자가 장한나 첼리스트였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저조했던 30년 전, 친환경 운동에 앞장섰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실시가 결정됐을 때 정착을 위해 일회용 비닐 안 쓰기 운동에 나섰으며, 휴대용 장바구니를 만들어 청와대 선물로 배부했다. 

김 이사장은 “여사님 이제 평안하게 쉬십시오. 잠시 헤어졌던 김영삼 대통령 곁에서 함께 손잡고 영면하십시오. 가시는 길 부디 평안하소서”라는 말로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김은철(오른쪽부터), 현철, 혜영 등 유가족들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손명순 여사의 영결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은철(오른쪽부터), 현철, 혜영 등 유가족들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손명순 여사의 영결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어지는 추모 공연에서 손명순 여사가 평소 즐겨 부르던 동요와 찬송가가 현충관에 울렸다. YS 차남 김현철 이사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현철 이사장은 “어머니가 1년 넘게 입원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몰랐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9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매주 목요일, 일요일에 상도동으로 손명순 여사를 찾아갔다며 “그 시간이 참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아버지는 평생 잘한 일로 이 땅에 민주화를 이룩한 일과 손명순 여사와 결혼한 것을 꼽았다. 나는 내 인생 가장 큰 축복이 어머니 아들로 태어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평생 어머니가 실천한 사랑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열심히 살아가겠다”며 “이제 어머니를 아버지 곁으로 보내드리려 한다. 천국에서 아버지와 손 꼭 잡고 좋아하는 들꽃 바라보며 영원히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이야기했다.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의 영결식에서 한덕수(왼쪽부터)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국민의례하고 있다. ⓒ 뉴시스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의 영결식에서 한덕수(왼쪽부터)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국민의례하고 있다. ⓒ 뉴시스

영구 출발 앞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정계 인사와 상도동계 원로들이 자리를 지켰다. 

김무성 전 대표는 손 여사와 기억을 묻는 <시사오늘> 질문에 “소리 없이 조용하게 최선으로 내조를 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을에서 총선을 준비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은 “찾아갔을 때 조용히 웃으며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기억이 난다”며 “YS가 대통령 자리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 큰 버팀목”이라고 이야기했다. 

상도동계 막내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웃으며 “막내 비서들에게 늘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던 분이었다”고 전했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묘소에서 어머니인 김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손명순 여사의 하관을 마친 후 취토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묘소에서 어머니인 김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손명순 여사의 하관을 마친 후 취토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24년 3월 11일, 손명순 여사가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에 합장됐다. 한 정치인의 시대가 이렇게 저물고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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