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개입하는 文, 이런 전직 대통령 있었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문재인 전 대통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야당 후보 지지에 나서며 윤석열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노골적으로 선거 개입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 후보들에 대한 본격 선거운동에 나선 건 유례가 없다. 현실 정치에서 한발 물러나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그런데 지원 유세도 모자라 현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전직 대통령으로 선을 넘는 일이거니와 각종 실정으로 국민 심판을 받은 당사자가 할 말은 더욱 아니다.
우리 정치는 미국과는 다른 선거관행을 유지해 왔다. 돌이켜 보더라도 후보면담 등 간접적인 수준의 간여는 있었을지언정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 유세에 나선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적 이전투구판에 끼어들지 않음으로써 국가 원로로서의 품격과 국민통합 이미지를 보이기 위한 노력이었고 자제였다. 더욱이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엔 잊히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전직 대통령이 말을 쉽게 뒤집으면서 선거 유세에 뛰어드는 건 우리 정치사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밖에 없다.
문 정부 5년은 잇단 정책 실패와 국고 탕진, 내로남불과 파렴치, 입법 폭주로 점철됐다. 각종 퍼주기 정책으로 국가 부채는 400조원이나 늘었고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벼랑에 몰렸다. 그 결과는 5년 만의 첫 정권 교체였다. 1987년 5년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실패한 정권이라는 국민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공천 과정에서 임종석·노영민 전 비서실장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배제됐다.
문 정권의 역사적 악몽은 선명하다. 소득주도성장의 허구 속에서 통계 조작을 일삼은 게 문 정부다. 막무가내 탈원전 추진으로 국가 에너지 기반을 흔들었고 굴종적인 대북·대중 정책으로 북한의 핵전력만 고도화시켰다. 무엇보다 국민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반드시 추진했어야 할 국가 과제를 나 몰라라 팽개친 책임이 막대하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의료개혁을 놓고 몸살을 앓는 것도 문 전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하는가.
문 전 대통령 시절 경제 기반은 망가졌다. 경제를 정치 논리로 풀다 보니 추가경정예산을 무려 열 번이나 편성, 나랏빚이 400조원가량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50%대로 높아졌다. 가파르게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 52시간으로 근로조건을 규제하는 바람에 인건비는 치솟고 물가는 급등했다. 세계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내팽개치고 탈(脫)원전을 한다며 어설프게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다 국가경쟁력은 추락했다. 피해는 온전히 국민 몫으로 돌아왔다. 임시직과 일용직을 합한 실직자 수는 3년간 70만 명으로 폭증했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 행렬도 줄을 이었다. 부동산값 폭등을 막지 못해 재임 중 발표한 부동산 대책만 무려 27차례다. 서민들에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절망을 안겼다. 그래 놓고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한 사람이 바로 문 전 대통령이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이 부동산 통계를 125차례에 걸쳐 조작한 혐의로 재판까지 걸려 있다. 말 그대로 역대급 실패의 정부였다. 그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현 정부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뿐인가. 5년 내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란 ‘희망적 사고’에 사로잡혀 북한의 핵 고도화를 방관한 과오는 치명적이다. 죽창가를 부르며 한·일 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 한 책임도 막중하다. 그러면서 전 정부 사람들 1000명 이상을 조사하고 200명 넘게 구속하는 희대의 보복 수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5명이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문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다면 자신의 과오부터 뼈아프게 반성하고 전직 국가원수로서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YS 대권전쟁>,<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