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한화가 미국 함정·상선 시장 진출 교두보로 미국 필리(Philly) 조선소를 선택했다. 필리 조선소는 미국 신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 20위권 안에 드는 조선소다. 한화는 향후 필리 조선소를 현지 생산거점으로 삼아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단 계획이다. 한화는 동시에 호주 오스탈(Austal) 조선소 인수도 계속 진행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20일 자회사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을 통해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금액은 1억 달러(약 1380억 원)다.

이번 인수로 한화는 조선 부문 미국 진출 첫발을 떼게 됐다. 나아가 최근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는 미국 함정 MRO 부문에서 매출 확대가 가능할 거란 기대다.

미국은 존스법(Jones Act)을 통해 미국에서 건조 혹은 상당 부문 개조된 선박에 대해서만 관내 상업 운항을 허용하고 있다. 자국 조선·해운 산업을 보호하는 조항으로, 이에 따라 그간 국내 조선소에서 미국 발주 사업 수주가 어려웠다.

업계에 의하면, 올해 미국의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이다. 전 세계 시장 규모의 4분의 1 수준이다.

필리 조선소가 이미 미국 시장 내 수주 경쟁력이 있는 조선소인 만큼, 한화와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조선 플랫폼 트러스티드독스(Trusteddocks)는 미국 소재 조선소 기준 필리 조선소가 신조(New Build) 부문 경쟁력 10위, 수리(Repair) 부문 경쟁력 18위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필리 조선소는 지난 1997년 설립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하고 있다. 중형급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 분야에도 강점이 있단 설명이다.

한화는 한화오션이 보유한 친환경 선박, 스마트십 기술, 스마트 야드 기술 등을 조선소에 도입해 추가적인 시너지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화는 이번 필리 조선소 인수 계약과 무관하게 오스탈 조선소 인수 역시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한화는 미국 내 조선소 확보를 위해 필리 조선소 인수뿐만 아니라 호주 오스탈 인수도 추진해 왔다.

오스탈은 호주 기업이지만, 미국에 조선소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시장 내 지배력 측면에서도 욕심나는 인수라는 평이다. 오스탈 미국 조선소는 트러스티드독스 기준 미국 내 신조 및 수리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필리 조선소는 오스탈 인수 검토 이전부터 병행해 검토해 오던 인수 건이었고, 최근 셀러(판매자) 측과 협의가 진전돼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며 “오스탈 인수도 계속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