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럭셔리 일색 시장서 터프한 매력으로 저만의 색깔
초고성능·콰트로 기술로 험로 주파 탁월…아우디 DNA 증명
에어 서스펜션 조절로 온·오프로드 척척…400km 이상 주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전기차 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분위기다. 한쪽에선 더 싼 전기차를 내놓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아예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며 첨단 사양과 편의성 및 고성능 특성을 자신들만의 무기로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우디 코리아가 'Q8 e-트론'이란 모델을 야심 차게 내놨다. 이 차가 노리는 시장은 후자다. 차명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2020년 출시한 e-트론에 아우디 SUV를 의미하는 알파벳 'Q'와 플래그십 모델임을 가리키는 숫자 '8'을 새롭게 붙였기 때문이다. 아우디 스스로도 Q8 e-트론이 브랜드 대표 전기차 자격을 갖췄다고 본 듯 싶다.
이름만 그럴싸하게 바꿨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필살기를 준비했다. 다른 플래그십 전기차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다이내믹한 오프로드 주행을 꺼내 들었다. 2모터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아우디의 4륜구동 '콰트로' 시스템과 한층 개선된 스티어링휠 및 서스펜션 제어 시스템 등을 통해 확보한 탁월한 성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격만 1억3000만 원에 달해 애지중지하기도 모자란 차를 험로에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자는 지난달 20일 서울과 여주를 오가는 온로드 구간과 여주 내 마련된 오프로드 구간 주행 등을 통해 Q8 e-트론의 가치를 직접 확인해 봤다. 시승간 가장 먼저 살핀 부분은 주행 가능거리다. 도심 및 국도 등 일상 주행에서 전기차 고객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차량의 공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68km로 다른 모델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프리미엄 모델치곤 다소 부족한 수준으로 의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 주행거리는 공인 거리를 크게 넘어선다. 처음 차량에 올랐을때부터 클러스터에는 439km를 달릴 수 있다는 표시가 뜬다. 이후 83.1km 거리를 내달린 후 확인한 주행 가능거리는 370km다. 59km 주행에 필요한 전력으로 실제 80km 넘게 달린 셈이다. 전비도 4.8km/kWh로 공인 3.0km/kWh를 크게 앞서며 우수한 효율성을 입증했다.
Q8 e-트론은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배터리 용량을 기존 95kWh에서 114kWh로 늘리는 조치를 적극 취했다. 셀의 밀도를 개선해 기존과 동일한 배터리 패키징으로 공간 손실을 막은 점도 기술력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패키징 기술에 더해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자 운전석 쪽에 나 있던 충전구를 양쪽으로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고속도로에선 우수한 발진 성능 속 매끄러운 움직임과 편안한 승차감을 이어 나간다. 주행 성능은 최고 408마력, 최대 토크는 67.7kg.m에 달한다. 리어액슬 모터에 들어가는 코일 수가 12개에서 14개로 늘면서 더 강한 자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고, 이는 토크 향상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큰 차체와 2.7톤의 육중한 무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액셀에 힘을 주기가 무섭게 치고 나간다. 조향도 즉각적으로 날카롭게 이뤄진다. 기어비 변경을 통해 더욱 역동적인 세팅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정숙성과 승차감도 수준급이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의 역할이 컸다. 개선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배터리 무게로 인한 승차감 저하를 막아줄 뿐 아니라, 에어 스프링 변경을 통해서도 횡적 움직임 시의 안정감까지 높여준다.

실내는 미래지향적인 요소들을 두루 담아냈지만, 전반적으로 운전자 시야를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긴 하지만 센터 디스플레이가 송풍구 밑에 배치돼 보기 불편한 점, 공조계 조작 역시 터치 스크린으로 이뤄져 버튼식 대비 직관적이지 못한 점 등이 아쉽다. 도어트림 내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사이드 미러 역할을 해주는 '버추얼 사이드 미러' 기능 역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Q8 e-트론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더욱 부각된다. 도심에만 갇혀 지낼 순 없는 모델임을 어필하듯 기존 e-트론에서 보여준 장점들을 극대화해 전천후 성능과 최첨단 기술을 펼쳐보인다. 특히 전기모터로 구현되는 아우디 콰트로 기술은 구동액슬 사이에서 토크를 재빠르게 분배해 줘 강력한 접지력과 트랙션을 보장한다.
차량은 오프로드 모드 활성화 시 에어 서스펜션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차체를 최대 76mm 높일 수 있어 험로 주행에 큰 힘이 되어준다. 측면 경사가 진 구간과 범피 코스, 진흙길 등 난코스가 절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차량 비틀림 없이 바퀴가 노면을 단단히 움켜쥐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내리막 코스에선 자동으로 경사로 저속주행 장치가 활성화된다. 별도의 페달 조작없이도 안전하게 길을 빠져나올 수 있다. 반대로 오르막길에선 360도 카메라가 유용하게 쓰인다. 총 4개의 카메라를 통해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차량 진행 방향의 주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오프로드 주행간 충격 흡수도 잘 해내 큰 피로감이 없다.
럭셔리 전기차임에도 오프로드에 감히 나설 수 있는 용기와 이를 가뿐히 해내는 모습에서 아우디 플래그십 전기차의 자격을 충분히 갖췄음을 알 수 있다. 험로에서 입증한 ‘아우디 DNA’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전하는 대담한 도발은 분명 매력적이다. 이제부턴 'e-트론 부분 변경'이 아닌 'Q8 e-트론'이란 새 이름 그 자체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평가받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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