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만 대 성공 데뷔 후엔 부진 잇따라…트렌드 변화에 노후화 한숨
2세대 ‘리틀 스팅어’로 화려한 귀환…신차효과 2년 지속에 존재감↑
사회초년생 장그래 차로 타겟 공략…세단 시대 저물자 결국엔 단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현대차 아반떼와 함께 준중형 세단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해 온 '기아 K3'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달 생산 중단 조치와 함께 재고 판매가 이뤄져 이르면 가을쯤 소비자들과 완전한 이별을 맞게 된다.
K시리즈 막내 격으로 등장해 K시리즈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엔트리카 시장에서 사회초년생들에게 최고의 선택지로 군림해 왔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단종 이유만으로 평가절하돼선 안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13년 간 K3가 달려온 길을 〈시사오늘〉이 되짚어봤다.
K시리즈 완성 위한 마지막 퍼즐…패밀리룩 입은 역동적 세단의 등장
기아자동차가 올해 K시리즈에 올인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준중형에서 플래그쉽 모델까지 K시리즈를 완성, 이를 앞세워 새해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 2009년 하반기 K시리즈 첫번째 모델인 대형 K7을 출시했다. 지난 2010년에는 중형 K5, 지난해 상반기에는 K5 하이브리드 모델과 자사의 플래그쉽 모델 K9을, 하반기에는 준중형 K3와 K7의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K7'을 각각 선보이는 등 K시리즈를 완성했다.
2013년 1월 17일자 〈뉴스토마토〉 기아차, 올해 승부수는 'K시리즈'
K3가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12년 9월이다. K3의 등장은 기존 포르테의 후속 모델 출시 의미를 넘어 K시리즈 라인업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격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기아는 로체를 K5로, 오피러스를 K7, K9으로 진화시키며 K시리즈 브랜딩화에 힘썼다.
이 과정에서 엔트리 모델 K3 출시는 더 많은 고객들이 K시리즈를 보다 가까이서 경험하고, 상위기종과 비슷한 생김새의 패밀리룩 구현을 통해 고급화까지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부각됐다.
'역동적 근육미'를 콘셉트로 한 디자인은 물론 1.6 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주행성능과 효율성을 모두 만족시켰다. 시장의 호의적 평가와 함께 고객들 사이에서 K3의 인기는 높아졌다. 신차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된 2013년 판매량만 5만1279대에 달할 정도였다. 당시 기아 브랜드 내 판매 3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이뤘다.
연 5만 대 성공 데뷔 후엔 부진 잇따라…트렌드 변화에 노후화 한숨
물론 신차효과 소멸 후엔 부진도 뒤따랐다. K3는 첫 차 출시 3년 만인 2015년 11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는다. 내수시장에서 연 5만 대 가까운 견고한 판매 흐름을 이어가기 위함이었다.
기아는 K3의 스포티한 디자인을 발전시켜 세련미를 높이는 한편, 엔진 출력을 소폭 낮춰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도 취한다. 실용 영역인 저중속에서의 반응성만큼은 높여 운전의 편안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기대와 달리 큰 반향을 이끌지는 못했다. 준중형 세단 동급 시장에선 경쟁 신차인 아반떼에 크게 밀렸고, 르노 SM6가 쏘아올린 중형 세단 붐이 가속화되면서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에 KGM 티볼리 등 소형 SUV 모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아자동차의 주력 세단(승용) 라인업인 'K시리즈'가 판매 감소와 맞딱뜨렸다. (중략) K3는 2012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3년 만인 2015년에 페이스리프트를 내놨다. 하지만 크루즈와 아반떼는 각각 올해와 2015년에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였던 만큼, K3의 상품성이 경쟁차 대비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7년 8월 3일자 〈이뉴스투데이〉 기아차 K3·K5·K7, 스테디셀링카의 판매 부진…이유는
결국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2016년 연간 판매량은 3만6854대로 4만 대 문턱을 넘지 못한다. 2017년엔 상황이 더욱 열악해져 2만8165대의 최저 판매치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부진 극복을 위해 풀체인지 모델 출시만을 바라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2세대 ‘리틀 스팅어’로 화려한 귀환…신차효과 2년 지속에 존재감 입증
그토록 기다렸던 K3의 2세대 신형 모델은 2018년 2월 등판한다. 올 뉴 K3란 이름 아래 '업스케일 다이나믹 세단'의 면모를 강조했고, 나름 연 5만 대 판매 목표를 내걸며 호기까지 부렸다.
기아 스스로뿐 아니라 시장도 '리틀 스팅어'라는 별칭을 붙여가며 K3의 '잘생겨짐'을 반겼다. 볼륨감 있는 다이나믹한 외관이 큰 몫을 했다. 15.2km/L에 달하는 경차급 연비도 자랑거리였다. 차급을 넘어서는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줄이었다.
기아자동차가 준중형세단 ‘올 뉴 K3’의 국내 판매 목표를 연 5만대로 세웠다. 올 뉴 K3는 2012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2세대 풀 체인지 모델이다. (중략)
이근한 기아자동차 준중형총괄 실장은 “국내에서는 승용차 시장이 줄어들고 소형 SUV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준중형 시장을 재탈환하고자 ‘올 뉴 K3’의 중점 개발 포인트로 경제성과 안정성으로 설정하고 스마트스트림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13일자 〈쿠키뉴스〉 기아차, 리틀 스팅어 ‘올 뉴 K3’…올해 판매 목표 5만대
시장 호평은 판매 회복 및 확대로 직결됐다. 출시 당해인 2018년에만 4만4514대를 판매하며 부진했던 2017년 대비 60% 가까운 판매 증가세를 이룬다. 2세대 모델의 성과는 목표치에 조금 못 미쳤지만 신차효과를 2019년(4만4387대)까지 지속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사회초년생 장그래 차로 타겟층 공략키도…세단 시대 저물자 13년 만에 단종
이후 K3는 동급 모델인 크루즈와 소형차 프라이드 등의 단종으로 중준형 차급 이하 모델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사회초년생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로도 통해왔다. 준중형 세단 시장이 쪼그라드는 과정에서 존재 가치는 명확했던 셈이다.
기아도 이에 착안해 해당 타겟층 공략에 적극 나섰다. 2021년 3월 K3의 2세대 부분변경 모델 출시 당시 미생의 장그래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이 대표적 예다. 당시 연 판매량이 2만5000대 밑으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준중형 시장 고객을 늘리기 위한 나름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 덕분인지 2020년 2만3437대였던 판매량은 2021년 2만6405대로 소폭 늘었다. 다만 딱 거기까지였다. 코로나로 인해 차 구매가 늘었음에도 공간 활용성을 강조한 SUV만 득세하면서 설 곳을 잃어갔다. K3는 세단 시장의 허망한 몰락을 묵묵히 견디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2023년엔 연 판매량이 1만3000대 수준가지 줄었다. 결국 기아는 잘 팔리는 모델 중심의 '집중과 선택'을 위해 K3 단종이라는 결단을 내린다.
오토랜드 화성 1공장에서 생산 중인 준중형 세단 K3가 이르면 7월부터 생산 중단된다. 현재 주문 상황 및 재고 현황에 따라 중단 시점은 조정 가능하지만, 올해 여름을 끝으로 생산을 멈추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는 전언이다.
K3는 르노삼성차 SM3 단종 이후 현대차 아반떼와 함께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을 양분해온 차다. 하지만 지난 2021년 4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출시 후 큰 변화 없이 연식변경만 이어오며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2024년 5월 23일자 〈데일리한국〉 K3·모하비, 올 여름 '아듀'…기아, 쏘렌토 등 인기차 집중
업계는 K3의 단종을 아쉬워하면서도 해외향 후속 모델 격인 K4의 출시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다만 올해 하반기 본격 출시되는 소형 전기 SUV 'EV3'의 판매에 집중해야하는 만큼, 비슷한 차급 내 추가 모델을 선보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한 시대를 풍미한 K시리즈 모델들의 명예로운 퇴장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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