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정책금리 경로 흔들리나…한은 통화정책 영향 불가피
고금리 장기화땐 은행 우호적환경 지속…건전성 관리 필수
美中 갈등 재점화 우려… 홍콩H지수 하락세 ELS손실 변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미국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대세론이 힘을 받는 듯싶더니 바이든 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항마로 바람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우세론은 여전히 유효해 보입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기치로 전 세계를 휘저은 바 있는 트럼프. 재집권 시 한국경제엔 또 어떤 폭풍이 몰아칠까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전격 포기하면서 유력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재집권이 현실화되면 미국은 물론 한국 경제 및 산업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바이든 사퇴후 미국과 한국증시 흐름을 보면 일명 금융주들의 주가 상승이 눈에 띤다. 이는 트럼프 1기때의 시장상황이 트럼트 2기가 현실화될 경우 똑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시장경험에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앞서 45대 미 대통령 대선때도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도드-프랭크법안’ 폐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금융주가 오른 바 있다.
트럼프의 친(親)기업적 성향이 여전한 상황에서 법인세 감면 등도 기대된다. 기업과 자산가의 세금감면 등을 담은 ‘트럼프 노믹스’가 재연될 경우 재원 확보를 위한 미 국채 발행 증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전망이다. 문제는 미 국채 발행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인하폭을 고심하던 한국은행의 고민도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을 임기전 해임하지 않겠다면서도 대신 선거가 있는 11월이전에 금리를 낮춰선 안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이는 9월 인하를 바라보는 시장 기대감과는 상당히 동떨어진다.
트럼프 정책공약이 가진 양면성도 한은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드는 요소다. 트럼프는 현재 미국의 높은 정책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보면서도 세금감면은 물론 약달러를 통한 수출증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약달러, 세금감면 등은 필연적으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물가상승 인플레이션은 결국 정책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미 정책금리 경로가 불확실성 변수가 커질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첫 인하 시기와 향후 경로가 수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따라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적으로 9월 대세론이 자리잡은 가운데 10월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조기 인하 가능성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공포로 인한 장기금리 상승은 ‘노이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지금은 트럼프보다 파월이 중요한 국면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한은이 시장 기대치보다 빠른 8월 인하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한국의 8월 금리인하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한국의 8월 물가상승률이 역기저 효과로 인해 2%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가격부담은 높지만 8월 인하 시나리오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 곡선이 뒤로 미뤄질 경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은행산업의 반사이익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 트럼프 재집권이 미 금융주의 대장주 등극으로 이어질 수 있어도 국내 금융주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리인상 장기화에 따른 국내 금융주의 수혜 효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나치게 길어진 고금리 기간은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연체율 증가 등 건전성 지표 악화 등 관련 리스크에 대한 중요도가 어느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대출자산 성장보다는 건전성 관리가 보다 엄격하게 요구된다”며 “이같은 기조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악재 가능성은 홍콩H지수 리스크다. 당초 홍콩증시와 국내 은행권의 연관 관계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홍콩H지수에 기반한 ELS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 중국정책 공약을 두고 1기 정부때보다 더 높은 대중무역 장벽을 쌓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집권 가능성마저 높아지며 홍콩H지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올 4월초부터 상승세를 거듭하며 한때 7000선까지 도달했던 H지수는 24일 6100선까지 내려갔다. 트럼프 총격 피습, 바이든 대통령 재선 포기 등으로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중 갈등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미 대선 내내 이어져 홍콩지수가 반등되지 못한다면 올 하반기 만기(3년)를 앞둔 ELS상품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 하반기 만기 도래 홍콩ELS는 4조2000억원 규모로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 ELS(9조2000억원)의 절반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의 경우 올 상반기 손실률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트 재집권 등)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홍콩 등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을 보면 영향은 현재로선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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