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련, 표정 없는 女에서 표정 있는 배우 되기까지…“내 힘은 결핍” [토정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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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련, 표정 없는 女에서 표정 있는 배우 되기까지…“내 힘은 결핍” [토정포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4.09.2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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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떠난 배우 이수련, 도전을 앞둔 많은 이들에게 보내는 인생 이야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그가 쓴 책 청와대를 떠난 배우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배우 이수련이 지난 23일 마포구 토정포럼에서 특강자로 나서 강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가 쓴 책 청와대를 떠난 배우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배우 이수련이 지난 23일 마포구 토정포럼에서 특강자로 나서 강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곧 무궁한 비전이 될 수 있음에도 막상 도전하려면 용기를 못 내곤 한다. 그간 걸어온 길이 아까워 다른 길로 감히 갈 엄두를 못 낼 때가 많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의 심정으로 만들어진 격언이 아닐까? 

용기를 얻는데 좋은 방법이 있다. 작든 크든 본보기 삼을 만한 롤모델을 찾아보는 일이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토정포럼 특강의 주인공, 배우 이수련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배우로서 가진 매력적 요소, 예컨대 오목조목하니 단아한 얼굴에 줄리아 로버츠가 연상되는 시원스러운 미소, 가냘프면서도 곧게 뻗은 몸선이 주는 우아함 등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가 걸어온 길에서 가슴 뛰는 뭔가를 발견할 수 있어서다. 

선천성 심장병 환자의 극함을 딛고 근성 하나로 태권도 5단을 따기까지, 어려운 환경에서 씩씩하게 공부해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신체검사 중 흉곽기형 판정을 받아 떨어져 펑펑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심기일전해 장학금을 받고 이화여대 영문학과에 들어가기까지, 원어민 수준의 유학파들 틈바구니에서 성실함을 무기로 영문학과 졸업 후 연세대 국제안보학 석사를 취득하기까지, 호기롭게 사회 정의 실현을 꿈꾸며 언론인의 길을 준비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경호관으로 선발되기까지, 청와대에서 10년간 3대 정권을 수호하며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순간 가슴이 뛰는 일을 찾기로 마음먹기까지,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밑바닥부터 시작해 배우라는 천직의 꿈을 이루기까지, 그 모든 순간이 용기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가 쓴 책 <청와대를 떠난 배우>라는 타이틀을 넘어 온전한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드라마 <갑동이> <비밀의 숲> <푸른바다의 전설> <다시 만난 세계> <사생결단 로맨스> <웰검투 삼달리> <황후의 품격> 등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방송 예능인으로 인정받아 청룡시리즈 어워즈 최우수 예능작품상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수상했다. 방송 MC, 작가, 여러 대학에서의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활동, 청소년 진로 상담 등 다방면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훗날에는 안보 전문가 활동을 겸하는 보기 드문 배우 이수련을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보학 관련 박사 과정까지 밟을 예정이기 때문. 
 

그가 쓴 책 청와대를 떠난 배우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배우 이수련이 지난 23일 마포구 토정포럼에서 특강자로 나서 강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가 쓴 책 청와대를 떠난 배우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배우 이수련이 지난 23일 마포구 토정포럼에서 특강자로 나서 강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배우 이수련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같이 들려주면서 은연중 청중들을 향해 이날 포럼 제목이기도 한 ‘당신의 가슴은 뛰고 있나요?’를 묻고 있는 듯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가슴이 뛰고 있을 이들이 여럿 됐을 거로 짐작된다. 저마다 자신의 꿈에 비춰 용기를 얻어가는 시간이 됐을 터여서다. 끝으로 인상적이었던 특강 발언에 주목한다. ‘꿈을 가진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전한다. 

“초중고 내내 집안이 어려워 어떻게 하면 먹고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1997년 고등학교 때 IMF를 직통으로 맞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 신문을 돌렸다. 없는 형편에도 부모님을 졸라 태권도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튼튼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졌기에 나는 언제까지 약한 사람으로 있어야 하나? 성실함으로 이겨내 태권도 5단을 땄다. 이대 재학 때도 서빙, 닭꼬치 판매 등 4년 내내 알바를 했다. 유학파들 틈바구니에서 기죽을 때도 있었다. 학과목에 필요한 세익스피어 원서는 한 줄도 읽기 어려웠다. 비슷한 한글 책을 사서 한 줄 한 줄 비교해 공부했다. 다른 친구들 한 시간 할 때 나는 다섯 배를 공부해야 했다. 

언론고시 학원을 다닐 때는 몇 백만 원 학원비를 내기 어려워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에 필요한 모든 수업을 돕는 것을 조건으로 간신히 다닐 수 있었다. 우연히 가판대에서 구입한 <한국일보>에 나온 공고를 보고 대한민국 최초 청와대 여자 경호관에 도전했다. 초중고 다닐 때 따낸 태권도 5단, 대학시절 받은 토익 900점대 성적과 언론고시 준비 때 공부한 것들이 입사 시험에서 도움이 됐다. 해병대 공수부대 강철부대 등에서 훈련한 것들을 모두 소화했다. 지금도 경호관 할 때 생긴 직업병이 있다. 약속시간 전에 일찍 와서 공간을 본다. CCTV, 소화기 등이 어디 있는지 체크한다. 뉴스 등을 보면 경호관들이 대통령이 탄 차 옆에 서서 걸을 때 손을 문 쪽에 갖다 대는 광경을 본적이 있을 거다. 왜 그러는지 모를 텐데 발이 차바퀴에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다. 요즘도 택시 등을 타면 정차되지 않았는데도 내리려 할 때가 있다. 그것도 경호관 때 직업병의 일종이다. 

경호관으로서 십년차가 됐을 때다. 5년 뒤 10년 뒤를 생각해봤다. 내가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주어진 대로 살아왔던 내 모습이 새장 속의 새 같았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작은 아버지가 연극배우였다. 그분이 무대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모습을 봤을 때 설레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던 기억이 났다. 나도 저기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게 떠올랐다. 사람들이 비웃을까봐 감히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떠니?’ 많이들 만류했다. 매달 통장에 공무원 월급 들어오니 배불러서 그런 소리한다는 얘기들도 많이 들었다. 부모님도 아쉬워했다. 최종 결심에 앞서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되는 일을 적어봤다. 100개나 넘게 적을 수가 있었다. 그만둬도 되는 이유를 적어 봤다. ‘배우가 되고 싶다’ 그 한 가지 답이 나왔다. 

5급 공무원 승진을 눈앞에 뒀을 무렵, 33살에 사표를 냈다. 퇴직금을 탈탈 털어 기초부터 연기 공부를 했다. 조카뻘인 아이들과 함께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표정 없는 여자에서 표정 있는 여자로 되살아난 듯한 느낌이었다. 오디션을 보러 다녔을 때는 ‘33살에 뭘 할 수 있냐. 생계형 배우나 하라’는 조소도 들었다. 그때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텼던 것 같다. 스턴트맨 단역을 전전하다 중국 합작영화의 데뷔를 거친 뒤에야 여러 곳에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 국내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성실성 하나만은 보증했던 것 같다. 돌이키면 내 힘은 결핍이다. 결핍이 나를 키웠다.” 
 

격월로 마포구에서 열리는 토정포럼은 각계 리더들이 참여해 이 시대 필요한 중요한 어젠다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23일 특강에는 성장하는 배우 이수련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은 이수련(가운데)과 포럼 고문인 김경진 전 의원 등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격월로 마포구에서 열리는 토정포럼은 각계 리더들이 참여해 이 시대 필요한 중요한 어젠다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23일 특강에는 성장하는 배우 이수련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은 이수련(가운데)과 포럼 고문인 김경진 전 의원 등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결핍은 나의 힘’ 

문학적이고도 위안을 주는 말이다. 

결핍을 가졌기 때문일까? 

이날도 토정포럼 고문인 김경진 전 의원을 비롯해 각계 리더들이 참석했다.

특강이 끝난 뒤 쏟아진 질문에는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그러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 기간 이들 대통령을 수행했을 당시 비교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보안상의 이유 때문인지 말을 아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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