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협, 방향성 공감 “근본적 수술 통해 고질적 위기 해소”
“대형사만 사업비 상승 감당”…“중소·시행사는 시간 필요”
“다수건설사 자기자본 확충 난망…주택사업축소 우려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방안을 두고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자기자본비율 상향’이라는 장기적 방향성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엔 의문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28년까지 부동산개발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20%로 끌어올려 부동산PF 산업 구조를 선진화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국내 부동산 시행사들의 자기자본 비율은 총사업비의 3~5%에 불과하다. 부족한 금액은 은행 고금리 브릿지론 등 PF대출로 조달한다. 1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꾸리는데 30억원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가에서 자기자본 비율이 30~40%대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건물을 지어 올리는 족족 분양된 부동산 호황기 때는 시행사의 낮은 자본력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공사비 상승, 금리 인상으로 대외 여건이 변화해 공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이 반복되면 문제가 커진다. 이렇게 되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 부동산 PF 투자가 줄고 시행사의 부족한 신용을 책임준공 등을 통해 메워온 건설사·신탁사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저자본·고보증 구조로는 경제위기상황에서 시행사뿐 아니라 건설사, 금융사로까지 리스크가 확산돼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개선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개선안을 두고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을 보낸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4개 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 대책이 부동산 PF사업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통해 한국형 부동산 PF 위기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리츠를 통한 토지주의 현물출자 유도,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차등화, 용적률 상향 등 리스크 관리 및 인센티브를 통한 PF 시장의 자기자본 책임구조 전환이 부동산 PF 자본확충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실효성’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건설경기가 악화된 현시점에서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의문”이라며 “기존 부실 PF사업장을 정리하는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미치는 영향이 중소·지방건설사와 대형건설사에게 각각 다를 것이란 점도 지적됐다. 정부가 마련한 로드맵은 PF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2026년 10%에서 2027년 15%, 2028년 2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PF 사업이 수천억~수조원 규모인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 목표치는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형건설사나 자기자본이 이미 높은 회사는 가파른 사업비 상승을 감당할수 있을지 몰라도 초기자본이 적은 기업은 시장 진입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관련 4개 협회도 “부동산PF시장 건전성 강화에 따른 시장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중소·중견건설사 및 시행사들의 준비기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형건설사들을 제외하면 많은 건설사들이 실제 자기자본 확충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출 원리금조차 갚기 버거워하는 건설사들에 이를 강제한다면 사업이 축소되고, 주택공급 물량이 줄어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장기적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지방 미분양 등 현재 상황이 심각한 곳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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