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KDDX 늦어지는 이유로 ‘고소·고발’ 언급
산업부도 방산업체 지정 착수…복수 선정은 ‘변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을 둘러싼 장외전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KDDX 전략화 사업에 탄력이 붙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경찰청을 방문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한 고발 취소 서류를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경찰청에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임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고발장을 접수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게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선 KDDX 전력화 사업에 속도가 붙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이 장고를 이어갈 명분이 하나 사라져서다.
그간 방위사업청은 KDDX 상세설계 사업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할지 경쟁입찰로 할지를 두고 고민해왔다. 방사청은 적기 전력화 시기, 수출 영향성 등을 고려해 일정을 늦춰잡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물론 업계는 방사청이 둘 중 무엇을 선택해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선택을 늦춘 것으로 바라봤다.
만일 방사청이 수의계약 방식을 선택,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진행하면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군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경쟁입찰 방식에는 사업 연속성이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경쟁입찰을 진행하면 무기체계 평가 1.8점 감점을 받고 있는 HD현대중공업보다 한화오션이 유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사청은 KDDX 사업 지연 이유 중 하나로 관련 고소·고발을 언급했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지난 10월 국방위원회 방사청 국정감사 시 “두 개 업체의 상호 고소·고발 등이 있어 이런 것에 대한 의혹이 해결된 이후 의사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답한 것이다. 때문에 업계는 고소·고발 이슈가 해소되면 방사청이 더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설 것으로 봤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KDDX 관련 방산업체 지정 작업에 착수하며,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앞서 산업부는 KDDX 방산업체 선정을 신청했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양사에 생산능력판단기준서를 전달했다. 이에 맞춰 양사는 장비현황, 인력보유 현황 등 증빙자료를 산업부에 제출하게 된다. 산업부는 서면검토, 현장실사를 거쳐 방산업체를 최종 선정하는 방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은 증빙자료를 제출받는 단계”라며 “방사청과 협의를 거쳤다. 양사의 생산능력을 확인해보자고 해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의 계획대로 올해 내 상세설계가 진행될 수 있을거란 분석도 나온다. 당초 방사청은 2023년 후반까지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2024년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일각에선 방사청의 결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단 목소리도 낸다. 아직 고소·고발 이슈, 산업부의 복수 업체 선정 등의 변수가 남아있어서다.
우선, 왕정홍 전 방사청장의 KDDX 사업 입찰 비리 의혹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사건은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산업부의 방산업체 지정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작업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말하기 어렵다. 서면검토 단계에서도 장비 등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양사 모두를 KDDX 방산업체로 지정할 경우에도 방사청의 고민은 길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사업방식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향후 일정이 정해지면 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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