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각자 대표 체제 확산…선택과 집중에 시너지 [신지배구조 돋보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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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각자 대표 체제 확산…선택과 집중에 시너지 [신지배구조 돋보기②]
  • 강주현 기자
  • 승인 2024.12.0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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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14.7% 각자 대표 체제 도입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대형증권사 잇따라 도입
전문가 "단독 대표보다 전문성 살려 시너지 높이는 데 효율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주현 기자] 

각자 대표체제가 증권사의 핵심 지배구조로 자리잡고 있다. 증권사의 핵심사업이 IB(기업금융), WM(자산관리)라는 두 축으로 나눠지는 증권업의 특성상 각자 대표체제가 책임경영으로 이어지며 호실적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각자 대표체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증권사를 분석해본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한 회사가 늘고 있다. 단독 대표 체제보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사업 시너지를 발휘해 실적개선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각자 대표 도입바람이 거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등 대형사뿐만 아니라  다올투자증권, 신영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리딩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중소형증권사도 각자 대표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회원사로 등록된 전체 증권사 61개사 중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한 국내 증권사 중 14.7%에 해당할 정도로 각자 대표체제는 검증된 지배구조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은 각자 대표 체제의 전문성을 살려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국내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김미섭, 허선호 각자 대표 체제로 이뤄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투신운용, 미레에셋자산운용을 거쳐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사업담당 대표를 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11개 지역에 진출해 국내 금융사 최대 규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금융(IB), 트레이딩 등 코어 비즈니스 집중을 통한 성장모델을 구축하고, 신흥국에서는 디지털화 등을 통한 현지 종합증권사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인도법인을 통해 인도 증권사 쉐어칸을 3573억 원에 인수해 인도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올 3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 14개 해외법인 연결 기준 총 자산은 135조3902억 원, 자기자본 11조4579억 원, 연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6618억 원을 시현했다.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연세대학원 경제학을 전공한 허선호 대표는 미래에셋증권 경영지원부문대표, 혁신추진단을 거쳐 자산관리(WM) 총괄을 지난 2014년부터 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WM 영업이익은 올 3분기 기준 54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증가했다. 

KB증권 역시 각자 대표 체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기업금융(IB) 총괄을 맡고 있는 김성현 대표와 WM 총괄을 맡고 있는 이홍구 대표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다.

올 3분기까지 누적 IB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1억 원 감소한 1588억 원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 증권사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 주관 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위탁·자산관리 부분은 같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6억 증가한 2650억 원을 달성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7월 메리츠금융지주 겸 메리츠화재 부사장을 역임한 김종민 부사장을 IB 및 관리 대표에 신규 선임했다. 이에 장원재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김 대표가 IB와 자산관리를, 장 대표는 세일즈트레이딩(S&T)와 리테일을 맡았다.

메리츠증권 IB 부문은 올 3분기 어려운 부동산 시장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사업성을 갖춘 대형 딜 발굴과 기존 투자분 매각 수익 등을 통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2.3% 증가한 2340억 원을 달성했다.

리테일 부문은 메리츠365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슈퍼365 고객 및 예탁자산 증가세와 랩 잔고 지속 증가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0.3% 증가한 280억 원을 달성했다. 

중소형 증권사도 각자 대표체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3월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 체제로 바꿨다. 전 대표는 주식‧채권‧파생상품 중개 및 자산관리, 기업금융을 총괄하고, 정 대표는 CRO(리스크관리 본부장) 이력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있다. 

에스아이(SI)증권은 지난 10월 김승연 전 토스증권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이병주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틱톡 코리아, 틱톡 동남아시아, 토스증권 등을 거쳐 핀테크에 강점을 지닌 김 대표의 노하우를 이식하고자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에스아이 증권은 올 6월 말 기준 자본금 270억 원의 소형 증권사로 모바일인덱스 기준 상위 증권 앱 100위 안에도 진입하지 못했을 정도로 리테일(개인 고객) 분야가 취약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토스증권 대표 재임 당시 리테일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해 출범 3년만에 흑자 전환시킨 바 있다. 에스아이 증권은 김 대표를 통해 이러한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각자 대표는 보통 기존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경영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한다"며 "경영 전문성으로 사업 시너지를 발휘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자산운용·가상자산 담당)
좌우명 :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알면서 더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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