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광주 학살 소식을 듣고 우리는 식음을 전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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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광주 학살 소식을 듣고 우리는 식음을 전폐했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3.05.28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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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일기 ´임을 위한 행진곡´…˝보훈처˙정부 관계자의 옹졸한 처사 이해불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오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마음이 무겁다"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이 5·18 광주 항쟁과 얽힌 지난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김 의원은 27일 "1980년 5월 광주가 고립되고 학살이 자행되던 순간에 나는  예비검속으로 합수부에 끌려가 42일 간 갇혀 있었다. 광주 출신의 수사관이 우리에게 비극의 소식을 알려 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학살의 소식을 듣고 우리는 식음을 전폐했다. 불법구금에서 풀려 나온 후에 (전단지인)'전두환의 광주 살육작전'을 시내에 뿌리고 수배자가 됐다. 그 시절 나는 숨죽이며 시를 적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난 30년, 나는 처음 몇 년 동안 남몰래 망월동을 찾아 먼저 간 이들을 기렸다"며 "하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행사가 되고부터 나는 광주에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거부한 것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제창을 굳이 합창으로 만든 보훈처와 정부 관계자들의 옹졸한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시사오늘 박시형 기자.

<다음은 김영환 의원의 '희망일기' 임을 위한 행진곡 전문>

오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마음이 무겁다. 광주에 대해 마음에 무거운 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때 살아남은 자들이 모여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1980년 5월, 광주가 고립되고 학살이 자행되는 순간에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살아 숨 쉬고 침묵했다. 나는 나를 포함한 살아남은 자들의 이 비겁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렇다! 저항하고 분노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골방 속에서, 이불 속에서, 모기 소리처럼 흩어져 버렸다.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겁박하던 장수무병의 독재자는 연희동에 버젓이 살아 계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5월 17일 저녁, 그때 나는 예비검속으로 합수부에 끌려갔다.  42일 동안 갇혀 있을 때, 광주출신의 수사관이 우리에게 그 비극의 소식을 알려 주었다. 학살의 소식을 듣고 우리는 식음을 전폐하였다. 깡보리 도시락을 내내 삼키지 못했다. 불법구금에서 풀려 나온 후에 김현장의 “전두환의 광주 살육작전”을 시내에 뿌리고 수배자가 되었다. 그 시절 나는 숨죽이며 시를 적었다. 그 이후 전두환의 감옥을 다녀온 아내와 내가 광주 민주유공자가 되었으나 이처럼 부끄러운 敍勳이 어디 있으랴!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의 비겁을 기리는 훈장이 아니던가!

지난 30년, 나는 처음 몇 년 동안 남몰래 망월동을 찾아 먼저 간 이들을 기리고 나의 흐트러진 자세와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성대한 시민들의 행사가 치러지고 정부의 공식적인 행사가 되고부터 나는 광주에 가지 않았다. 내가 가지 않아도 충분히 국민들이 광주를 기억하고 추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광주는 고립되지도, 잊혀지지도 않을 것이다. 순전히 죽어간 이들의 헌신과 희생의 몫이다.

나는 올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낙담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느냐 합창하느냐를 둘러싸고 두 개의 추모제가 열렸다니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대통령이 광주의 5.18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제창을 굳이 합창으로 만든 보훈처와 정부 관계자들의 옹졸한 처사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문제를 조정하지 못하고 두 곳에서 행사가 치러지다니 다시 광주를 고립시키려는 자들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과연 이 일을 두고 광주의 영령들이 어떤 생각을 하실까? 아직까지도 광주항쟁이 북한의 소행이었다는 구제불능의 인간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 아니던가!

노무현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4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시청 앞 광장과 봉하마을에 많은 추모인파가 모였다. 나는 이곳에도 가지 않았다. 조용히 노무현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현실에서 살려가야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삼고 싶었다. 그 곳에서 당대표가 곤욕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지난 몇 년 사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등 우리 야권의 지도자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 분들의 생애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을 통 크게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님을 위한 행진’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만드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신 분들의 뜻도 그러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오늘 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조용히 혼자서 불러 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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