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건설의 수상한 사업③>분양만 4년째, 토지매입도 4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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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건설의 수상한 사업③>분양만 4년째, 토지매입도 4년째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3.10.12 21: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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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 늘어나는데 곧 된다는 말만…
분양 신청자와 분쟁 터지자 시공사는 책임없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김모(52) 씨는 회사를 퇴직한 뒤 딸의 신혼집을 미리 찾고 있었다. 당시 퇴직금 외에는 이렇다 할 수익이 없던 터라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서울의 집값은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중 2009년 9월 왕십리역 근처 브라운스톤 모델하우스에 방문해 '도우이노칩스'가 설명하는 내집 마련 방법을 듣고는 심사숙고한 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김 씨는 4년이 지난 뒤 브라운스톤 계약서를 쥐고 분개하고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라면 이미 완공돼 입주해야 했을 시기지만 아파트가 들어설 곳에 공사 현장은커녕 토지 매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원래 살던 주민들이 그대로 살고 있었다.

대체 어떤 문제가 있기에 이 아파트는 4년 동안 착공조차 되지 못했던 걸까?

▲ 브라운스톤 돈암2차 예정지역은 사업계획 5년이 지나도록 멈춰있다. ⓒ시사오늘

분양을 가장한 지역주택조합

김모 씨는 계약 당시 ‘도우이노칩스’ 직원이 설명하는 희망찬 청사진으로 기대에 부풀었다.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와 2012년이면 입주와 동시에 여의치 않을 경우 전매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다만, 이곳을 ‘분양’ 받기 위해서는 조합에 가입해야 하고 계약 전 6개월 정도 주소를 서울로 이전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분양 방식이 일반 아파트와 다른 점과 도우이노칩스라는 처음 듣는 회사명에 긴가민가했지만 브라운스톤이라는 타이틀을 믿어보기로 했다. ‘브라운스톤 돈암2차’라는 타이틀이 새겨진 계약서에는 시행대행사 도우이노칩스와 시공사인 이수건설, 계약자인 본인의 서명이 기재됐다. 김 씨는 딸의 결혼 준비는 든든히 뒀다며, 설혹 잘못되더라도 잘 곳이 없어 떠도는 일은 없을 거라며 뿌듯해했다.

그런데 계약 당시 곧 착공에 들어간다는 약속과 달리 공사 개시일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설상가상 김 씨의 사정도 갑작스럽게 나빠져 중도금 납부를 하지 못할 상황까지 닥쳤다. 날아드는 독촉장과 조합원 제명 통보에 혹시나 집을 잃을까 두려웠던 그는 모든 재산을 털어 미납한 3차 중도금과 4차 중도금까지 4,600만 원을 시공사 명의의 통장에 입금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도합 1억 1,500만 원이다.

2011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공사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에 없던 59㎡ 크기의 세대가 새로 꾸려졌다. 김 씨가 계약서를 쓸 당시만 하더라도 371세대 모든 집이 112㎡으로 중대형 평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13년까지 시공사는 5번의 설계 변경을 통해 112㎡ 146세대, 67㎡ 59세대, 59㎡ 176세대로 임의로 구조를 변경한다

"곧 착공에 들어간다, 청약철회도 쉽다"

그래서 <시사오늘>은 사실 확인을 위해 김 씨가 방문했다는 왕십리의 모델하우스에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아봤다. 어수선한 모델하우스의 3층, 59㎡ 샘플하우스 앞에서 산영C&C라는 정체 모를 업체와 마주했다. 설명을 돕기 위해 나타난 산영C&C 관계자는 현재 이 지역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시행대행사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이 전문성을 띠고 있지 않아 자신과 같은 업체가 시행사의 역할을 대리하며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사업 진행 정도에 대해 현재 48%가 조금 넘는 토지를 매입한 상황이라고 비교적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개발에 착수한지 이미 4년여 기간이 지나 해당 지역 주민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집을 넘길 것이기 때문에 곧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득했다. 4년 동안 착공이 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 해당 지역 사람들이 보상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토지를 내놓지 않고 있어 늦어졌다고 답했다.

▲ 토지매입은 일부만 돼 있을 뿐이다. ⓒ시사오늘

그는 또 현재 분양가가 평당 1,400만 원으로 이 금액만 지급하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주변 시세가 1,800만 원대임을 감안한다면 확실히 저렴한 금액이라며 회유했다. 청약 철회 역시 납부한 금액에서 사업비 1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 맘대로 포기도 안 돼

김 씨는 긴 고민 끝에 아파트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가 계약 해지 뜻을 밝히자 정작 시행사는 방법이 잘못됐다며 이를 거부했다. 모델하우스에서 기자가 들었던 설명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말 그대로 계약자가 조합원이라 계약해제가 아닌 조합 탈퇴라는 것. 김 씨는 시행사의 설명대로라면 모든 조합원에게 탈퇴 의사를 통보하고 승낙을 받아야 탈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시행대행사는 조합원 명부를 김 씨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김 씨는 계약해지를 주장하며 이수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문제점이 하나씩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 씨가 계약할 당시만 해도 60% 가까이 진행됐다던 토지매입은 불과 48%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중도금을 낸 이수건설 명의의 계좌에는 2012년 9월 21일 기준 5,100여만 원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수건설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4월 25일 381세대 중 242세대가 분양됐다. 대부분이 김 씨처럼 2011년 이전 계약자들로 7천만~1억여 원을 분담금(중도금)과 업무추진비로 지급했다. 이수건설은 200억 원이 넘게 모인 돈을 토지매입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소명했다고 김 씨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전했다. 매입한 토지는 도우이노칩스가 아닌 서울C&C, 산영C&C 등의 회사가 대출받는데 담보로 제공됐고 이 자금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이수건설과 도우이노칩스 사이에 있었던 모종의 거래 정황도 포착됐다. 2008년 8월 25일 작성된 이 사업약정서는 양측 회사가 돈암2차 아파트 건축 도급 계약을 목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약정한다고 명시했다. 이 문서는 공사 기간과 구체적인 업무 분담, 자금관리 방법, 조합원 모집 조건까지 세세하게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다.

사업 약정서에서 나타난 이수건설 개입 정황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비 관리를 위한 분담금 납입 통장은 이수건설이 개설, 관리한다고 정했다. 이 계좌로 입금되지 않으면 분양대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빠뜨리지 않았다.

▲ 이수건설과 도우이노칩스는 조합설립 전부터 사업약정서로 도급계약을 맺었다. ⓒ시사오늘

도급 공사비는 3.3㎡당 350만 원으로 정하고 2009년부터 매년 5%씩 공사비를 인상하기로 돼 있다. 공사는 시작도 못 했는데 공사비 단가는 4년 만에 446만6,900원으로 100만 원가량 인상됐다. 조합원 모집에 대해선 최장 6개월 간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모집한 조합원에 대해서도 이수건설의 사전 서면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동의를 얻지 못하면 조합원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행사인 도우이노칩스가 약정서의 갑인데도 이수건설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을의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거나 최소화하고 있다. 시행사가 분담금을 찾아 사용하더라도 이수건설은 자금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 공사 지체로 인해 미뤄지면 보상비를 조합에 지급하지만 도급 공사비 총액의 5%를 초과하지 못한다. 반면 공사비 인상의 한도는 정하지 않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계약 해제 조건이다. 이수건설은 공사가 중단되더라도 30일 이내 재개하면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시행사는 각종 이유 14가지 조건 중 위반사항을 10일 이내 해결해야 한다. 이수건설은 이 조항들을 활용해 지난 9월 12일 도우이노칩스에 사업 약정해제를 통보했다.

이수건설은 “이 사업약정서가 향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기준으로 삼기 위한 내용을 미리 약정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모집을 위해 어느 브랜드의 아파트로 건설될 것인지 알려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어 ‘잠정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수건설은 이런 점을 근거로 들며 자사가 실질적인 사업주체라는 피해자의 주장이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수건설, 다른 지역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 진행해

그렇다면 또 다른 지역주택조합의 상황은 어떨까? 이수건설은 용강지역에 대해서도 사업을 진행했다. 복수의 피해자에 따르면 이곳 역시 왕십리 모델하우스에서 조합원을 모집했다. 또 돈암2차와 거의 흡사한 과정으로 사업 진행이 흐지부지 돼 버렸다. 용강지역은 이수건설의 홈페이지에 기록돼 있던 사업장 목록에서 삭제되는 수모도 겪었다. 이 지역 조합원들은 시행대행사 김모 사장에 대해 분담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버린 혐의 등으로 고소해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8년형을 받아냈다.

용강동에서 만난 지역주택조합 대책회의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방식의 개발은 엄청난 피해자만 양산할 뿐 성공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 이유에는 토지매입과 주택경기 불안에 있다고 답했다. 약 60%까지는 예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거래할 수 있지만 80%에 가까워질수록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땅 주인들 때문에 비용이 비싸지거나 사업 진행이 멈춰버린다. 이 때문에 추가 비용이 조합원들에게 전가되고 주택시장 불안으로 인해 조합에서 탈퇴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조합원들은 사업이 좌초되면 이미 구입한 토지라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또 토지 매입 비용으로 써 버린 사업비 역시 돌려받을 길이 요원하다. 벗어나는 길은 오로지 사업을 정상화하고 개발을 완료하는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모자란 돈을 채워 넣어야 그나마 손해를 적게 본다. 용강지구 관계자는 재개발과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은 토지 면적은 2/3에 해당하는 주민들에게 ‘사용동의서’만 받으면 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실제 구매까지 완료되어야 한다. 재개발은 중단되면 공사에 돌입하지 않은 이상 계약이 무효가 된 데 불과해 재산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토지 매매가 필수조건인 탓에 사업 초기에 많은 돈이 소요되고 사업이 좌초하면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김 씨는 집을 얻기 위해 4년을 기다렸지만 사업은 여전히 제자리. 법원에 청구한 반환청구소송은 지난 9월 6일 패소했다. 바로 3일 전 또 다른 피해자 모임의 법적 소송 역시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건설은 용강지구와 마찬가지로 돈암2차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 이미 홈페이지에서는 분양 정보가 사라졌고 관련 기사들도 삭제되고 있다.

▲ 모델 하우스에 비치된 브라운스톤 돈암2차 조감도 ⓒ시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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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sign 2013-10-21 11:17:27
분명히 사업이전부터 약정서에의해 출발된 사업입니다.
그럼에도 계약서는 그 이후이며, 시공사(제3자)로 참여하였음을 강조하고있답니다.
당시의 어용 조합 및 시행대행사를 꾸려가며 추진하다보니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는지, 지난 9월12일에는 약정서해지 통보를 하면서 아주 물러나려하는 수순을 밟고있지요!
이런 술책에 법정도 동요되고있음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