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고 사퇴?…사퇴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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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고 사퇴?…사퇴만이 능사 아니다
  • 방글 기자
  • 승인 2014.02.0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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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고에 대한 책임은 ‘사퇴’ 아닌 ‘확실한 해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국민들이 아프다. 책임자들의 ‘말’은 그들의 가슴을 또다시 후벼판다.

최근 이어지는 개인정보 유출, 기름 유출 등 각종 사고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이미 일어난 ‘사고’다.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제대로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책임의 선두에 있는 관계자들은 국민의 아픔을 보듬지 못하는 듯하다.

국민들은 결국, 그들의 ‘말’에 또 한번 눈물을 삼켜야했다.

7일 이신형 농협은행 부행장 겸 농협카드 사장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해 국민을 또다시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이날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본사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조사 현장점검에서 이상진 민주당 의원이 “KCB직원 박 씨만 범죄자인 것처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검찰 참고인 조사도 받지 않고 농협의 잘못은 없나”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다시 “박 씨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없는 것이냐”며 “황당한 발언이고 안일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도 가세했다.

박 의원은 “현오석 부총리도 말 한마디로 곤혹을 겪었다”며 “국민이 상처받을 수 있는 말을 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결국 이 사장은 “박모 씨에 대해 우리가 피해자라는 의미였을 뿐 고객에게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현오석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과 비교하니 그나마 낫다.

앞서 현 장관은 사상 최대, 사상 최악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에 울부짖는 국민을 향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 어리석은 사람이 책임을 따진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일개국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기에는 상식 밖의 발언’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정치권에서조차 “정보 제공에 동의했지 유출에 동의한 적은 없다”,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성난 민심에 불을 지피는 발언이다”, “의무적으로 개인정보에 동의하도록 돼 있는 사실조차 모르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 윤진숙 전 장관 ⓒ 뉴시스

‘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지난 6일 전격 경질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윤 전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관련 당정 협의에서 “GS칼텍스가 (기름 유출 사고의) 1차 피해자고, 어민이 2차 피해자”라고 말해 지탄 받았다.

행동의 문제도 있었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윤 전 장관이 코를 틀어 막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던 것.

당시 윤 전 장관은 “독감 때문에 기침이 나와서 피해를 줄까봐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각종 질타에도 윤 전 장관은 “인기 덕분”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이 ‘사퇴’하거나 ‘경질’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책임자가 한순간에 ‘사퇴’하는 것도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피해자들은 임원진의 사퇴보다 ‘대책 마련’과 ‘보상’이 더욱 시급하다.

이 상황에서 사퇴는 오히려 ‘독’이다.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말은 오히려 상황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픈 국민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고 최선을 다해 수습하는 책임자가 나타나길 바란다.

책임 없이 사퇴하기보단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때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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