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城허물기①>술렁이는 부산, 민심 잡는 쪽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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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城허물기①>술렁이는 부산, 민심 잡는 쪽은 누구?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2.1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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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정치사를 넘어 다시 맞은 지방선거
부산城 탈환 재도전 野, 텃밭 지키기 나선 與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부산, 김병묵 기자)

▲ 6·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시사오늘 이동길

부산은 정치적으로 특별하다.

영남 제일의 핵심도시로 여당의 오랜 텃밭이었음에도, 늘 야권 힘도 강력했다. 물론 잠재적이다. 광주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거나 대구에서 민주당이 당선될 확률에 비교하면, 부산의 승산은 늘 반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은“부산은 원래 야도(野都)다. 호남, 대구 등 모든 지역 사람이 모여 살고, 서로 섞여 사는 문화가 있어 시민들이 성숙되고 폭발력 있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거는 냉정하다. 완패(完敗)를 당하든, 치열한 접전 끝에 분패(憤敗)를 당하든 2등은 무대에서 내려간다. 현재 19대 국회는 여당이 ‘접수’했다. 부산의 18개 지역구 중 15곳이 새누리당 의원이다. 탈당 상태인 무소속 문대성 의원(사하구갑)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6곳이다. 민주당에선 3선의 조경태 의원(사하구을)과 대선 후보급 문재인 의원(사상구)이 간신히 전멸을 막아냈을 따름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도 겉보기엔 다를 것 없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허남식 부산시장은 민주당 김정길 후보와의 1 대 1 격돌에서 55.42%의 득표율을 기록, 승리를 거두며 3선을 달성했다. 그런데 내용이 주목할만 했다. 김 후보는 44.57%를 기록하며 여권을 긴장케 했다. 부산 민심이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로부터 4년, 부산 민심은 어디에 와 있을까, 이번 2014년 6 · 14 지방선거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野-與로 대회전, 격동의 부산정치사

부산 민심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부산 정치사(政治史)다. 지역주의가 고착되기 전, 부산 정치 성향을 처음 선보일 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이 바로 1979년 일어난 부마민주항쟁(釜馬民主抗爭)이다. 10월 16일 부산대학교 학생들은 '유신철폐'의 구호와 함께 민주화 시위를 시작했다. 이튿날 시민계층도 동참하기 시작한 시위는 이후 마산지역으로까지 확산됐다.

부마민주항쟁을 촉발시킨 가장 큰 사건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의원직 제명이다. 1979년 10월 3일 당시 여당이었던 공화당과 유정회는 야당의 지도자 YS의 제명안을 처리한다. 그러자 YS의 정치적 근거지였던 부산 민심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은 야권도시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이 여권 성향의 도시로 전환되는 계기도 YS다. 1990년 1월 22일 이뤄진 민정당-민주당-공화당의 ‘3당 합당’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자당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은 이때부터 여권 성향으로 변모했고, 1992년 여권 후보로 나선 YS는 부산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부산은 여권 텃밭으로 견고한 성을 쌓는다. 심지어 정권교체가 일어나 국민회의-자민련 열풍이 전국을 강타한 1998년 지방선거에서도, 故 안상영 시장을 당선시키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城을 허물겠다는 야권의 소망은 요원해 보였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야권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공성(攻城)에 나섰다. 그 선봉에 섰던 이들이 소위 ‘문성길’로 불리는 문재인-문성근-김정길이다. 2010년 김정길이 비록 졌지만 40%를 뛰어넘는 고무적인 결과를 보인 데다 저축은행 사태, 동남권 신공항 무산 등 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는 틈을 타 2012년 총선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 그러나 여권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뭉쳐 방어전에 나섰다. 결국 부산 민심은 ‘구관이 명관’이라며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줬다.

2014년 6월, 또다시 다가오는 승부의 때

다시 지방선거다. 허남식 시장이 3선 제한에 걸려 나서지 못한다. 부산은 누가 됐든 이번에 새 시장을 맞이해야 한다. 부산 정계가 분주해지기 시작했고 민심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박민식 의원(북구강서구갑)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고, 4선의 서병수 의원(해운대구기장군갑)이 나설 것이 유력하다. 한편에선 무소속으로 각종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영입설과 재선의 김세연 의원(금정구) 차출설도 돈다.

흥미로운 것은 이에 맞설 야권의 대응이다. 4년 전 지방선거와 2년 전 지방선거에 비해 조건은 더 좋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고, 눈에 띄는 여권의 실책도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다시 한번 정면 돌파를 구상하고 있다.

김영춘 전 의원과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나갈 채비다. 여기에 선거 최대 변수로 떠오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에 성공할 경우 일어날 반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

준비하는 것은 정치인들이지만 선택을 하는 것은 시민이다. 아직 선거까지 4달여 시간이 남았다. 역동적인 부산의 민심이 어떻게 요동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산 정치가 어떤 길을 걸어왔든지 지금 이 순간 민심을 잡는 쪽이 승리한다. 민심이 곧 천심이란 말은 결코 레토릭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의 조경태 의원이다. 지역구 민심을 얻었다는 평을 듣는 그는 민주당 간판을 들고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바닥을 쳐도 사하구 주민들은 조 의원에 대해 압도적 지지를 보낸다.

2월 8일 부산시내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맘에 안 들어도 그 사람(조 의원)은 좀 다르지예. 일을 잘한다 아입니까.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지한테는 사실 별 상관 없심더. 일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뽑을 낍니다.”

지금 부산의 민심은 동-서 간 경제 불균형, 지속적인 인구감소 등으로 술렁이고 있다.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잡는 쪽은 방어전에 나선 새누리당일지, 또다시 도전에 나선 민주당일지, 혹은 새로 등장한 안철수 신당일지 주목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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