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거대 집권 여당 새누리의 차기 당권은 어디로 갈까.
새누리당은 20일 차기 전당대회 7월 14일 개최를 발표했다. 이번 전당대회로 선출되는 지도부는 다음 총선의 공천권 관장부터 차기 대선주자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권주자와 원내대표 후보군은 여러 명이다. 얼핏 보면 무수한 경우의 수가 나온다. 그러나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피면 유력한 시나리오 몇 가지로 압축이 가능하다. 한국 정치 관행이라 할 수 있는 ‘지역안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지역안배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다.
한 지역이 독점해선 안 되고, 한 지역만 홀대돼도 안 된다. 또한 직위를 같은 지역 출신이나 지역구를 가진 인사가 연달아 맡지 않는다는 암묵적 '룰'이 존재한다.
현재 원내의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는 서청원 이인제 김무성 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남경필 정갑윤 이완구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다음은 이들을 중심으로 <시사오늘>이 예측한 차기 당권의 지형도다.
시나리오 1 : 당대표 서청원 + 원내대표 정갑윤
우선 서청원 의원(경기화성갑)과 정갑윤 의원(울산중구)의 조합이 예상된다. 친박계의 맏형 서 의원은 청와대를 향한 당내 반발을 앞장서 일축하며 리더십을 피력했다. 원내 복귀와 함께 야당 중진을 두루 만나는 노련한 정치력도 선보였다. 정 의원은 최근 울산시장 출마를 돌연 사퇴하며 중앙당에서의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서-정 조합이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최근 정가에 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과 연관이 있다. 청와대 ‘박심(朴心)’이 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 의원 복귀와 이주영 의원의 입각도 잘 짜여진 판의 일부라는 이야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부는 박심을 가장해 논란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 주류에 의한 당 '리모델링'설도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항간의 소문은 차치하고라도 두 사람의 지역적 궁합은 좋다. 서 의원은 충남 천안 출신이면서 경기도에 지역구가 있다. 두 지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강점이 있는 셈이다. 영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정 의원과 잘 맞는다. 다만 둘 다 친박계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감안해야 한다.
시나리오 2 : 당대표 김무성 + 원내대표 남경필
원래 차기 당권주자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은 김무성(부산영도구) 의원이다. 그 파괴력은 지금도 건재하다. 마찬가지로 원내대표를 가장 오래 준비해왔다고 알려진 인물은 남경필(경기수원시병) 의원이다. 별다른 변수가 없었을 시 차기 지도부로 낙점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김-남 조합의 질주는 서청원 의원의 귀환과 경기도지사 차출론을 마주치며 제동이 걸렸다. 친박 이지만 외곽세력에 더 가까운 김 의원과 원조 소장파 출신인 남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현 주류인 친박계의 힘이 약화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당내의 기류가 조금 변했다.
지역안배 측면에서도 조금 불안하다. 연달아 당 지도부에서 충청권 인사가 없을 경우, ‘충청홀대론’이 나오며 난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남 의원의 영남-경기 조합으로 깔끔하지만, 문제는 그 전 지도부인 황우여(인천연수구) 대표와 최경환(경산시청도군) 원내대표도 수도권-영남 조합이었다는 데 있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최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자칫 전대(전당대회)에서 충청홀대론이 나올 경우 재보선 때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도 충청권의 표심이 판세를 좌우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시나리오 3 : 당대표 김무성 + 원내대표 이완구
앞서 언급한 김-남 조합을 보완하려면 이완구(부여군청양군) 의원이 나서면 된다. 이 의원은 ‘포스트 JP’로 불리며 충청권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친박계 인사라는 것도 호재다.
약점이 없어 보이는 김 의원과 이 의원의 영남-충청 조합에도 걸리는 것은 있다. 충남지사를 역임하고 대통령과도 신뢰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선 3선이다. 충분히 중진임에도 경쟁자들에 비하면 무게감이 부족해 보인다. 거기다 당내 충청권의 또 다른 거물급 인사인 6선의 이인제(논산시계룡시금산군) 의원이 당권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다. 충청권의 힘이 분산될 공산이 크다.
시나리오 4 : 당대표 이인제 + 원내대표 정갑윤
이인제 의원은 차기 당권 도전 입장을 밝혔음에도 국회의장설이나 충남지사 차출설이 돌고 있다. 사실상의 견제다.
그러나 현 강창희(대전중구) 국회의장이 충청권 인사기 때문에 연달아 맡는 것은 지역안배에 어긋난다. 충남지사 차출설도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이야기다. 충남엔 이미 홍문표(홍성군예산군) 의원과 이명수(아산시) 의원이라는 ‘거물급’ 카드가 준비돼 있다. 대선 후보급으로 분류되는 이 의원의 다음 행보는 당권행이다.
이 의원은 22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콜 총리와 함께 독일 통일을 이룬 기민당처럼 역량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헌신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며 경제와 통일을 화두로 가장 먼저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인제 의원과 페어를 이룰 수 있는 원내대표 후보는 정갑윤 의원이다. 충청-영남을 대표하는 이-정 조합은 충청대세론을 몰이하면서도 영남을 안고 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당대표의 경쟁자로 서청원 의원이나 김무성 의원이 버티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이인제-남경필 조합도 제기될 수는 있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당의 가장 큰 지지기반인 영남권 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강용석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영남출신의 법조인”이라고 촌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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