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통일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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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경, “통일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9.2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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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에서 통일로(4)>통일의 꽃’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
“1989년 방북, 밀입국 아냐”…남북 교류 단절 아쉬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변상이 기자)

1989년. 한국의 한 여학생이 평양을 방문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다. 세계청년학생축전 참석이 명분이었지만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탓에 국내에선 지탄의 대상이 됐다. 젊은 학생의 치기어린 행동이란 비난이 이어졌고, 귀국하자마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반면 북한에선 여학생이 머무는 동안 일거수일투족이 이슈가 됐다. 그가 입었던 티셔츠가 유행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 여학생이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이다.

임 의원은 당시 휴전선을 걸어서 넘은 최초의 민간인으로 기록되며 ‘통일의 꽃’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렀다. 민주화가 소명이었던 시대를 넘어 통일이 거론되는 시기가 돌아왔다. 통일에 대한 임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자 <시사오늘>은 23일 의원회관 638호 문을 두드렸다.

세계청년학생축전 방북 당시 임 의원을 둘러싼 밀입국 논란을 비롯해 소위 ‘종북 의혹’ 등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당사자인 임 의원은 다음과 같은 회고를 들려줬다.

“세계청년학생축전은 내가 단독으로 결심해서 참가한 것이 아니다. 당시 문교부, 통일부, 대한적십자사 이 세 군데에서 추진했다. 이들이 공동으로 북한에 대학생 대표단 파견을 추진해서, 대학생남북교류추진위원회 500명이 1988년 12월에 초청장을 받았다. 북한 조선학생위원회에서 대한적십자사로 보낸 초청장을 통일부가 우리에게 전달해줬다. 그래서 이듬해 남북대학생교류협력추진위원회가 발족을 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직전에 참가를 불허했다. 그러니까 그동안 준비를 해왔던 사람들이 우리는 그냥 가겠다, 그렇게 된 거다. 그땐 독일도 통일되기 전이고, 우리가 러시아를 소련,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던 시절이다. 독일을 갈 때도 지금이야 러시아 영공으로 지나갔지만 당시엔 아래로 지나갔다. 아니면 미국으로 아예 돌아서 가든가.”

▲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 ⓒ시사오늘

“밀입국이란 건 매도다. 강화도나 삼척 이런 데서 잠수정을 타고 들어와서 비밀리에 누구를 만났는지 모르거나, 혹은 몰래 국경을 넘는 것, 그런 게 밀입국이다. 우리나라 여권 받아서 비행기 타고 베를린 가서, 그 다음엔 동베를린에서 평양 가는 비행기로 입국했다. 트랩 내려오는 순간부터 NHK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이 생중계했다. 그리고 축전 참가 후 올 때는 판문점을 거쳐서 귀환했다. 그게 어떻게 밀입국인가. 그런데 밀입국 같은 매도를 덧씌워 의미를 축소했다. 분단을 통해서 기득권을 유지하던 사람들에겐 아마도 타격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이 다 공개됐다. 비밀이 하나도 없다. 북한도 9시 뉴스를 한다. 9시 20분까지는 임수경 동정이 나오는 거다. 북한에서 45박 46일 있었다. 꽤 장기간이니까 매일이 전부 기억나진 않는다. 그런데 돌아와서 안기부 조사를 받는데, 이미 전부 내 일정을 써 놨다. 연설 라이브도 다 녹취하고, 라디오에 다 나오고, 내가 기억이 안 나면 조사관이 ‘너 이때 어디 가서 무엇을 했잖아’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아, 맞다’,‘그렇다’고 오히려 내가 맞장구쳤다.”

역할 찾아 국회로…“최룡해 만난 사람은 내가 유일”

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국립묘지 안장 논란이 계기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임 의원은 국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북교류, 나아가 통일을 위해 제도권 안에서 뭔가를 추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북한 2인자가 최룡해다. 1989년에 내가 갔을 때 최룡해는 사노청(사회주의노동자청년동맹) 위원장 이었다. 세계 청년학생축전이니 청년단체도 있고 학생단체도 있었는데, 최룡해가 내 카운터 파트너였다. 지금 우리나라서 최룡해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내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이건 외교적으로 소중한 자산일 수 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선 남북관계가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총선 때 남북문제와 더불어 나 같은 사람들도 색깔론으로 배제하려고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대선이 있고 선거에 이용해야 했으니까. 사회가 극단화 되는것 같아 안타깝다.”

▲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왼쪽)과 문규현 신부 ⓒ임수경 의원실 제공

남북 방송 교류 이어져야…“북한방송 틀어줘도 아무도 안 본다”

임 의원은 1992년 풀려난 후, 국회에 들어오기까지 공부와 함께 사회운동을 이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2003년의 방송교류다. 당시 방송위원회에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회가 있었다. 신문방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임 의원도 참가했다. 방송 4사(KBS,SBS,MBC,EBS)를 중심으로 PD, 기자, 방송인들 등 관계자들끼리 북한과 프로그램을 교환해 보여주는 등의 교류가 있었다.

“남북방송교류 토론회에서 30분씩 서로의 영상을 틀어줬다. KBS는 다큐를 준비했었고, 당시 SBS는 드라마 <여인천하>를 보여줬다. 북한사람들이 넋을 놓고 봤다. 화면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북한사람들에겐 그런 자연스러움이 없다. 일상에서 편하게 말하다가도 방송에서는 으레 그 북한방송 말투로 바뀐다. 내가 방북했을 때 북한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BS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 다만 MBC는 예능프로그램 느낌표를 들고 갔는데 북측에서 안 된다고 했다. 느낌표의 ‘아시아 아시아’라는 코너였는데, 틀지 말라고 해서 PD가 유감을 표시하고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아쉬웠다. 지금도 방송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 모든 교류가, 채널이 차단돼 있다. 지금 북한방송을 틀어준다고 사회문제가 생길 것 같은가. 아무도 안 본다. 재미가 없어서다. 드라마나 소설도 마찬가지다. 동독과 서독은 마음만 먹으면 서로의 방송을 수신해서 자유롭게 볼 수 있었다. 통일은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오지 않는다. 작은 것들이 쌓여서 이뤄지는 거다.”

▲ 1989년 방북 당시 사진 ⓒ임수경 의원실 제공

 “통일을 위해선 朴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해”

지금 통일이 되는데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묻자, 임 의원은 “마음의 장벽”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보기보다 상당히 폐쇄적이다.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 쉽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족들에게 그러하듯, 배려가 부족하다. 그런데 이것도 다 이유가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보수적이라고들 한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1930년대 생이다. 이 분들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다. 1970년,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도 거쳤다. 1990년대엔 IMF도 넘겼다. 정치적으로 체육관 선거에서 직선제까지, 경제적으로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던 시절부터 음식이 남아도는 현재를 모두 아신다. 너무 짧은 시간 만에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 모든 변화를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통일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이 성숙하는 것,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지만, 사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2000년대까지 점점 통일은 다가오는 것 같았다. 남북정상회담도 두 번이나 열렸고, 개인적으로도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추구했고, 일부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사법처리도 받고 수감생활도 했지만 통일로 가는 길에 작게나마 일조했다고 여겼다. 그런데 MB정부 들어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 2007년에 10·4 공동선언을 했지 않나. 백두산관광을 실시하고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2008년 북경 올림픽경기대회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해 참가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불과 7년 전인데 불가능한 내용처럼 들리지 않나. 남북관계가 후퇴한 증거다. 이렇게 10·4 선언은 상당히 구체적인 시행안이었는데 지금은 흐지부지됐지 않나. 개인적으론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고, 새누리당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뭔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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