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금리 상품?...당국 비웃는 금융사 과장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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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금리 상품?...당국 비웃는 금융사 과장 광고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1.22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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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날로 늘어나는 금융사 과대·과장 광고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겠다며 나섰지만 실질적인 처벌 강화로는 이어지지 않아 허울뿐인 제재라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소비자들은 0.1%포인트라도 금리가 높은 금융 상품을 찾으려 혈안이 돼 있다.

이런 심리를 자극하듯 최근 금융사 광고는 '연 몇%, 최저이율 몇% 보장, 전액 보장' 등 다분히 의도적인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과대·과장 광고가 섞여있음에도 소비자들은 상품에 가입을 하고 난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닫는단 점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금융사 광고에 대한 검사 강도를 높이고, 법을 개정해 과대·과장 광고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과 달리 그간 과대·과장 광고의 원흉으로 지적받아온 '솜방망이 처벌'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에 고객 눈 사로잡는 고(?)이율 상품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하나은행이 '겁 없는 직원 하나가 목숨 걸고 만든 상품, 5.5% 적금금리 > 3.3% 대출금리, 최저 연 3.0%에서 최고 연 5.5%, 없어지기 전에 가입하시죠' 등의 문구를 담아 내놓은 금융상품 광고다.

예·적금금리가 1%대까지 떨어진 마당에 5.5%란 금리는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우대금리(2.5%)를 받기 위한 조건은 까다로워도 너무 까다로웠다. 게다가 카드 실적, 급여 이체 등을 맞춰 최고 금리를 받는다 하더라도, 월 적금 최대 가입액은 10만 원에 불과했다. 1년을 가입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6만5000원 수준이었다.

▲ '정신 나간 직원 하나가 잘릴 각오하고 만든 상품'이라는 하나은행의 과장 광고에도 금융당국은 과징금 등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하나은행 광고 캡처

이처럼 은행의 과대·과장 광고가 도를 넘자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간 은행이 상품 홍보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팜플렛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칼을 들었다. 그 결과 1244건 중 29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이에 따른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되레 2013년(25건·총 1586건)에 비해 더 늘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광고 위반 사례가 2013년보다 더 많은 이유는 단지 검사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 검사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나 금감원은 적발된 은행들에 대해 광고물을 폐기하거나 수정·보완토록 지도하는 선에서 끝났을 뿐, 그 이상 제재는 없었다.

평생 보장에 낸 돈까지 다 돌려준다?…'단, ~해야'

이는 비단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100세 시대란 타이틀에 걸맞게 연금과 질병 보장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과대·과장 광고가 끊이질 않아 불완전 판매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용수익이 발생해야만 배당이 지급되는 유배당 연금보험상품에 '평생 배당받는'이란 문구를 버젓이 사용한 곳도 있었고, 상품 가입과 해지에 관한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은 곳도 많았다.

특히, 1분 이내의 짧은 보험 상품 방송 광고는 그간 이미지광고 규정 등이 미약해 과대·과장 광고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업법을 개정, 가격·보장 등 상품의 주요 특징을 안내할 때 소비자가 알아야 할 이행조건을 동일한 방식으로 설명토록 했다. 가령 만기환급금을 받으려면 만기환급특약에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식이다.

또 보험협회의 광고심의 규정 개정 시 금융위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해 협회의 사전 광고심의 제도 운영근거를 마련했다. 보험협회 심의를 통과한 보험광고가 향후 부당하다고 판명되면 협회에도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과거에도 보험협회의 광고심의 기능을 강화해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겠다고 단언했었다는 점을 들어 이번 개정안에도 회의감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 간 보험협회가 과대·과장을 이유로 개별 보험사 방송 광고에 제재를 가한 사례는 단 한 건이었다. 그마저도 보험협회의 광고심의위원회 최대 제재금인 1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750만 원의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끝났다.
 
물론 금융당국은 이번엔 협회에 대한 제재 방안까지 마련해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그 과태료는 최대 1000만 원으로 과대·과장 광고를 뿌리 뽑기엔 무리란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런 낮은 제재 수위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며 "금융상품은 소비자의 직접적인 금전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보다 더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피아(금융당국+마피아)들이 보험사 곳곳에 포진해 있어 보험 감독이 근본적으로 강화될 수 없단 비판도 나온다. 재취업을 바라보는 마당에 미래의 고용주와 척을 질 수 없단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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