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열광하는 지구촌>한류 대세? 反한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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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열광하는 지구촌>한류 대세? 反한류도 있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6.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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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한류, 험한류 확대로 방송콘텐츠 수출 급감
 
“한국이 한자와 침술을 자기네 것이라고 떠벌린다?”

한때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이런 식의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겨울연가 욘사마 열풍으로 시작된 한류, 그 한류 열풍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갈 때 쯤 ‘반(反)한류’ 혹은 ‘혐(嫌)한류’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방영 시간과 시기를 통제하는 ‘반 한류’, 일본에서는 한류를 혐오하는 ‘혐 한류’로 ‘안티 한류’ 감정이 표출됐다. 이런 반한 감정이 본격화된 것은 2005년부터다. 하지만 그이전 2002년부터 이런 움직임이 보였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열을 받았다.


▲ 지난 1월 31일 단월드청년회 '그린D' 회원들이 중국의 동북공정 저지 캠페인을 하는 모습     © 뉴시스

사건인즉,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 관중들이 일방적으로 브라질 등 중국과 상대했던 팀들을 응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일월드컵서 3전전패의 참패를 겪으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더 큰 울화는 중국과 우호적인 척 하면서 상대편을 응원했던 한국관중에게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서 반한류, 혐한류로 발전한 것이다. 2005년 한국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이 단오를 훔쳤다”고 반발했다.
이후‘유교, 중의학 등 중국의 문화유산을 한국이 훔쳐가려 한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되면서 반한감정에 불이 붙었다.

또 그 이듬해 동북공정 2차 파동이 일어나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고구려 카페를 결성, 한국을 비난했고, 이듬해 <신쾌보>는 한국이 중국 한자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했다는 오보를 내보내기도 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정점에 다다랐던 때는 2008년이다. 그해 4월 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사건을 시작으로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한국경기에 대한 중계방송 제한, 한국경기에 중국응원단의 대거 투입을 통한 경기 방해는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반한 감정은 강릉단오제 원류문제, 조선인 한자 창제설 등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자국 내 한류를 뿌리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 연예인들에게도 반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재작년 3월 중국의 일부 언론 매체는 한류스타 최지우가 홍콩에서 열린 루이뷔통 매장 개장 행사에 참석해 술에 취한 채, 벌건 얼굴로 홍콩 출신의 세계적 스타 주윤발의 품에 안기는 등 '만취 파문'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최지우 측은 “만취 사진은 말도 안 되는 악의적인 보도”라며 “중국 공영방송이 CCTV에서 공개한 사진 속 최지우는 주윤발의 갑작스런 포옹에 놀란 기색으로 V자를 하고 있지만 얼굴은 전혀 붉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한류의 원조인 가수 장나라가 “제작비가 떨어지면 중국에 가서 돈을 벌어온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몇일 후 중국 베이징의 ‘장나라문화전파유한공사’는 중국 최대포털 시나닷컴 의 장나라 블로그를 통해 "당시 제작비가 떨어지면 중국에 가서 돈을 벌어온다는 발언은 자막으로만 나갔을 뿐, 장나라가 현장에서 한 말은 아니다"라며 "몇몇 매체들이 자막을 가지고 의미를 곡해해 전한 것"이라고 적극 진화했다.
 
▲ 지난 2008년 3월 17일 중국의 현지 연예매체들이 최지우 사진을 조작해 물의를 빚었다     © 뉴시스

일본 ‘혐(嫌)한류’ 실체

 
비단 이 같은 감정은 중국뿐 아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을 극도로 혐오하는 ‘혐(嫌) 한류’감정이 감지되고 있다. ‘혐 한류’와 ‘한국인에게 붙여주는 약’과 같은 만화책들이 일본에서 출간, 일본의 혐 한류를 부채질했다.

이들 책 속에는 '한국은 아기를 낳자마자 버리는 아기 수출국', ‘한국은 돈으로 성적을 매긴다’라는 식의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본 네티즌들이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제 2채널 등을 통해 일본인의 혐한류 감정을 대량 생산·유통하고 있다는데 있다.

일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투브 등을 통해 한국을 모욕하는 비디오를 제작, 한국의 특정인을 지목, 왜곡 동영상을 퍼뜨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이 같은 반한 감정이 일자 그간 한류를 선도해온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의 지난해 수출은 크게 둔화됐다. 이에반해 외국 방송 콘텐츠의 수입은 크게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이재웅)이 지난 3월 발표한 ‘2009 방송콘텐츠 수출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 콘텐츠의 해외 수출은 1억8358만 달러, 수입은 6594만 달러로 조사됐다.
아직까지는 수입보다 수출이 약 3배가량 많지만, 문제는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수출은 1.9% 증가한 반면, 수입은 무려 202%나 증가됐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문화진흥원은 “2000년 이후 매년 20~30% 이상 성장을 거듭하던 방송콘텐츠 수출은 2007년 이후 반한류, 험한류의 확대와 방송콘텐츠의 부재로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방송콘텐츠의 국제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반한류 및 혐한 현상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적인 비전과 시장 다변화 전략을 통한 진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반한 또는 혐한 감정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4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사장 김영훈)은 <한류,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이제는 품격이다>라는 세미나를 통해 ‘한류위기 실체는 있는가’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결과 일본은 반한류 관련 기사를 기사에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 한류와 관계없는 적대감정 수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중국 신문은 헐적으로 한국 드라마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수준이었고, 태국은 한류열풍에 대한 우려를 보이는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윤경 문화교류재단 연구원은 “동아시아 5개국 일간지에서 반한이나 혐한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중국·태국 등은 한류의 지나친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며 “이것이 다른 이슈와 결부될 때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어쩌면 중국, 일본 등의 반한 혹은 혐한은 민족주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우리 역시 과거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 우리 문화 고유의 정체성 또는 균형감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반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류를 문화 식민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도, 그리고 감정적인 측면만 부각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한류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상대주의에 반하는 것은 아닐까. 한류가 험한류, 반한류 등 반한감정을 이겨내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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