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환은행, 고위 퇴직자 자리위해 멀쩡한 법인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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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외환은행, 고위 퇴직자 자리위해 멀쩡한 법인 '강탈'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3.1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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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여 거래한 법인 내쫓고 자사 출자 법인 세워…내부거래 지적도
기존 법인 직원들 계약직 전환…외환은행 출신 대표이사 등 요직 꿰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외환은행이 자사 퇴직 임직원들의 수익 보존을 위해 대출모집법인 한 곳을 의도적으로 빼앗은 사실이 드러났다.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2004년부터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10년 가까이 대출모집업무를 수행하던 사업자에게 지난 2012년 12월 일방적으로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계약 해지 과정은 막무가내였다. 외환은행은 특별한 사유도 그리고 법적통보도 없이 계약 연장 10일 전 구두로 케이글로벌모기지에 더 이상 업무를 위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케이글로벌모기지 전 대표는 "당시 부행장이었던 최모씨가 본인의 우월적 권한을 악용해 연 수십억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을 퇴직 후 자신의 수입 요건으로 하고자 강압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성토했다.

▲ 외환은행이 지난 10년여 간 위탁관계에 있던 대출모집법인과 계약을 해지하고 자사 행우회를 통해 출자한 환은모기지를 만들어 기존 법인을 흡수한 정황이 담긴 관련 서류 ⓒ시사오늘

외환은행은 2012년 12월 퇴직직원의 고용창출 등을 위해 직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환은동우회의 출자로 신규 대출모집법인 환은모기지(주)를 만들고, 이들과 직접 대출모집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대출모집법인이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등 수입이 확실한데다, 자사가 운영하는 셈이라 퇴직 후에도 확실히 자리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하나금융지주에 인수가 확정된 외환은행은 인력감축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하나·외환은행이 조기통합에 성공하던 아니던 하나금융지주가 시차를 두고 외환은행 직원들의 50% 가량을 구조 조정할 것이란 말이 돌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은행의 만행은 단순한 계약 해지에서 끝나지 않았다. 환은모기지에 그간 거래해오던 케이글로벌모기지를 억지로 편입시켰다.

수익도 없고 영업력도 검증되지 않은 신설법인이 되레 수억 원의 실적을 올리던 회사를 흡수한 것이다.

그래놓고 2년여가 지난 지금, 외환은행은 과거 케이글로벌모기지에 대출모집을 위탁한 결과 민원증가, 대출상담사간 상호 비방, 대표와 팀장의 운영상 허점, 대출상담사 교육 및 관리통제 등의 정당한 사유로 관계를 끝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환은행 말대로라면 각종 문제를 떠안고 있는 회사를 자발적으로 사들인 셈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말도 안 되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난이다.

오히려 외환은행이 이런 불법적 계약을 은폐하고자 대출모집 영업조직의 팀장 및 팀원 간 단계별 수수료를 달리해 법인 앞으로 지불되는 연간 10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직원 복리증진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어 외환은행은 케이글로벌모기지를 본부로, 소속 대출모집인들을 팀원으로, 케이글로벌모기지 대표는 본부장으로 계약토록 강요하는 한편, 대표이사 등 요직에는 외환은행 퇴직자들을 세웠다. 심지어 기존 법인 직원들은 모두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케이글로벌모기지 전 대표는 "과거 10년 동안 투자자금과 없어진 영업조직의 미래 가치, 이에 따른 신용도 하락과 이자비용 상승 등 외환은행의 횡포로 입은 손해만 17억 원에 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어느 은행도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대출모집인들에게 집단적으로 피해를 입힌 사실은 없었다"며 "유일하게 외환은행만 을(乙)의 수익을 탐내 본인들의 탐욕을 채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외환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어 일절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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