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횡령 감추기 위해 무리한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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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횡령 감추기 위해 무리한 정리해고?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5.07.24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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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미래에 발생할 경영상 이유” vs 노측 “총수 일가 부도덕 견제 노조 탄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흥국생명 앞에서 108배 하는 해고 노동자 자료사진 ⓒ흥국생명 해복투

흥국생명을 비롯한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004년 ‘미래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배경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비자금 및 횡령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매년 흑자 속에서 전년보다 흑자폭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한 것은 결국 태광그룹 총수일가의 전횡과 부도덕을 감시할 견제장치인 노동조합 탄압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노동계와 학계, 시민사회, 정당, 태광그룹 계열사 해고노동자 등은 지난 14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해고노동자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2004년 12월에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노조 조합원이 대부분인 근로자 217명의 직원을 강제 퇴직시켰다. 이중 21명이 강제퇴직을 거부했지만 2005년 1월에 미래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또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여전히 흑자를 내고 있었지만 전년에 비해 흑자폭이 줄어들었다며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상 이유 때문이었다.

해고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파괴하겠다는 것이 정리해고의 목적이었다”고 비판했다.

홍석표 흥국생명 노조 위원장의 경우는 해고와 복직을 반복하며 세 차례나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검찰이 입수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수첩 등에는 노조 말살 등에 대한 메모들이 있다는 게 해고노동자들의 주장이다.

검찰에 압수된 이호진 전 회장의 수첩을 보면 △이호진 전 회장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에서 이루어지는 정리해고에 매우 깊숙이 관여했던 점 △해고대상자를 미리 찍어두고 희망퇴직을 하도록 종용했던 점 △노조 활동을 하는 직원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하려 했던 점 등이 나타나 있다.

일례로 2001년 태광산업 울산공장에서 직원들을 대량 해고할 무렵 이호진 전 회장은 자신의 수첩에 ‘징계 사면에 따른 정리해고자 재선정, 분위기 조성(위기감), 위기 극복 위원회 발족, 휴업자 교육 문제 - 노동부 지원 고려, 돈 문제, 경비원 교육·훈련, 신상필벌의 이차원의 인사’라고 적어두고 정리해고를 목표로 거쳐야 하는 단계를 명시하고 있다.

즉 정리해고자를 징계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이 언급된 것이다.

해고노동자들은 “흥국생명은 자신의 의지로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노조 관련자들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했고 그대로 대상들에게 통보하고 찍어내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흥국생명은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하던 노조를 와해할 목적으로 노조위원장을 3번씩이나 해고했고, 특히 노조전임자 전원을 징계 해고했다”면서 “정리해고와 노조 전임자의 징계해고 결과로 노조가 무력화됐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의 정리해고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2014년 12월에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실이 공개한 ‘금융감독원의 흥국생명의 경영실태평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정리해고 당시 흥국생명은 종합평가등급이 1등급으로 전년도 종합평가 3등급과 비교했을 때 회사의 경영상태가 더 좋아졌다.

객관적으로 흑자경영으로 긴박한 경영상 위기가 아니었음에도 잇따라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이에 해고노동자들은 잇딴 정리해고는 흥국 재벌을 감시할 견제장치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흥국생명은 당기 순이익을 줄이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IBNR(미보고발생 손해액) 권고를 악용해 회계에 반영했다”면서 “또 250억원 가량의 유가증권매도가능증권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등 당기순이익을 축소해 회계를 조작해 정리해고의 근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사실 당시 법정에서 흥국생명 사측의 주요 인사는 “250억원 가량의 유가증권매도가능증권의 부실들을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등 당기순익을 축소했다”라는 증언을 하며 회계조작을 뒷받침했다.

해고노동자들은 “여기에 해고회피 노력으로 가장하기 위해 아웃소싱한 회사가 사실은 편법상속을 위해 일감을 몰아준 회사라는 것이 이호진 전 회장 비자금 및 횡령사건 재판에서 밝혔졌다”고 전했다.

결국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업무상배임 금 955억원 등 총 149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됐다. 2012년 2월 1심 법원은 모친인 이선애 전 상무에게 징역 4년을, 2012년 12월 2심에서는 이호진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에 벌금 10억원, 이선애 전 상무에게는 징역4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22일 구속기소 이후 병을 이유로 63일만에 풀려났고, 구속집행 정지를 반복하다가 현재는 병보석 중에 있다.

흫국생명 해고노동자들은 이호진 전 회장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아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해고됐며 민사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는 패소했다.

이에 지난 21일 민주노총, 새정치민주연합 노동위원회, 을지로 위원회,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와 해고 근로자 등은 흥국생명 근로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된 것이라는 새로운 자료를 첨부해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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