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산업은행…91개 자회사 매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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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산업은행…91개 자회사 매각 '난항'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11.12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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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전환 기업, 가능성 불투명…벤처 매물 쏟아져 가치 하락 우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KDB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자칫 흉내내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역할 강화방안'을 내놓고 5년 이상 장기 투자중인 비금융 자회사 지분을 3년간 매각하기로 했다. 확보한 자금은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해 정택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겠다는 목적이다

방안에 따라 집중매각 대상이 된 기업은 산업은행 출자전환후 정상화된 한국항공우주산업(26.75%), 대우조선해양(31.46%), 한국지엠(17.02%), 아진피앤피(18.2%), 원일티앤아이(16.7%)등 91곳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배임이나 매각 불발 등의 문제로 실제 매각은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올 1월~9월 기간동안 791억 달러에 달했다. 한화 환산시 약 91조 원으로 지난해 전체 규모(790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최근 매각이 결정된 대우증권(2조6000억 원)과 롯데-삼성 간 빅딜(3조 원)이 추가되면 금액은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중소·벤처기업을 매물로 내놔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있다.

▲ 산업은행은 향후 3년간 출자전환기업 5곳과 투자 중소·벤처기업 86곳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뉴시스

대형매물인 출자전환 매물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항공우주의 시장가치는 지난 10일 기준 2조2711억 원, 대우조선 3829억 원이고, 한국 지엠의 장부가는 2695억 원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 2012년 두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없어 매각을 접었다. 최근 한화그룹이 방위산업 몸집키우기에 나서고 있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올 초 삼성그룹과의 빅딜 성사로 당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최근 대규모 적자가 드러나면서 채권단이 4조2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해 매각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한국지엠은 산업은행이 정책적·전략적 목적으로 보유중이라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은 GM의 의결권에 대한 거부권으로 한국 철수를 방어해왔다.

이 외 아진피앤피나 원일티엔아이는 기업가치가 0에 가깝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이 금융당국의 '신속매각·시장가치 매각' 원칙을 따르려면 미어터지는 M&A시장에서 저가 매각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매각을 미뤄온 것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알면서도 저가 매각에 나선다면 배임 행위로 걸려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업은행이 투자한 중소·벤처 기업들도 3년 이라는 비교적 단시간에 많은 매물이 쏟아져나와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며 "여러 요인들은 생각하면 산업은행 자회사 중 매각 성사로 이어질 곳은 소규모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은행 측은 금융권의 우려에도 최대한 적극적으로 매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출자전환기업들은 채권단이 구성돼있어 산업은행이 독단적으로 매각을 결정할 수 없다"며 "이사회와 채권단 의결 등을 통해 '배임'을 피할 수 있도록 한 뒤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자회사 투자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일단 매각을 시도하지만 가격대가 안 맞거나 인수자가 없어 매각이 무산된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향후 3년간 집중매각 기업에 대해서는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매각을 추진한 임직원들에게 면책권을 줘 적극적인 매각 작업을 유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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