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수진 기자)
지난 8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이 일자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경영 투명화에 앞장서겠다며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잠실 월드타워점 면세점이 수성에 실패하면서 큰소리쳤던 호텔롯데 상장은 안개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예정대로 상장 추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신동빈 회장의 의중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 23일 “면세점 선정 결과와 무관하게 계획대로 내년 2월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며 “다음 달 초·중순께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드타워점 면세점 수성 실패, 경영권 분쟁 등 잇단 장애물에 상장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먼저 앞서 도전한 서울 시내면세점 월드타워점 수성에 실패한 롯데는 면세점 특허권 상실에 따른 기업 가치평가(벨류에이션)의 하락 피해가 예상된다. 면세점 축소로 공모가가 계획보다 낮게 결정돼 공모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기는 힘들다.
더불어 상장 예비심사 규정 중 하나인 ‘보호예수’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예비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6개월간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보호예수에 동의해야 한다.
현재 신동주 회장은 자신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광윤사를 통해 호텔롯데의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다. 형제의 난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형인 신동주 회장이 보호예수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동주 회장 측의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롯데 81개 계열사 중 상장회사는 8개밖에 없고 앞으로 많은 회사가 상장해야 하기 때문에 지주회사 상장은 성공적이어야 한다"면서도 "리스크가 많은데 상장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더불어 상장까지 2달 가량 밖에 남지 않은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내년 2월 상장을 목표로 두고 있는 호텔롯데가 만약 대량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아 상장심사 과정이 간소화 된다 하더라도 심사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최소 4주가 걸린다. 게다가 통보를 받은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 신청서와 첨부서류를 거래소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는 신동빈 회장의 의중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상장 실패의 책임을 신동주 회장에게 떠넘기려는 의도인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앞서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경영 투명화와 관련해 대국민 약속을 했던 터라 이런 악재 속에서도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상장 실패에 대한 책임을 신동주 회장에게 돌리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면세점 수성 실패로 호텔롯데가 2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무리하게 상장을 서두를 경우 기존 주주의 재산상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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