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그룹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를 냄에 따라 '몽'시대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로 이어지는 '선'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제네시스 런칭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 띄어주기에 나섰고,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특히 정 회장의 경우에는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만큼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직접 홍보에도 나섰다.
정 회장이 즐겨타던 에쿠스 리무진도 마다하고 공식석상에 항상 '제네시스'를 타고 다니는 것.
업계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 여부가 정 부회장의 경영권 확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그룹이 전사적 차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한편 그룹 내 경영 승계 작업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언론 노출을 꺼렸던 정 부회장도 지난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던 제네시스 론칭 행사에서는 직접 연설자로 나서며 '정공법'을 택했다.
이러한 정몽구 부자의 행보에 힘입어 제네시스 브랜드의 실적도 호조세다.
지난 23일 사전 계약을 시작한 제네시스 'EQ900' 모델이 당일 하루 만에 총 4342대의 계약을 달성한 것.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임에도 지난 2009년 에쿠스 출시 때보다 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차 측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감이 눈에 띄는 실적으로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 매입에도 나서며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3000억 원 규모의 보통주 184만6150주를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사들였다.
이로써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2.28%까지 늘어났으며 향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에 대한 추가 지분 매입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사업과 지분 매입등을 통해 그룹 내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며 "정 회장도 지원사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현대家인 현대중공업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를 적극 밀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7일 현대중공업이 발표한 임원 인사에 따르면 정 상무는 만 32세의 나이로 상무에서 전무로 초고속 승진을 이뤘다.
업계는 현대중공업이 앞서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의 MOU 체결에 정기선을 내세움으로써 3세 경영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알 나세르 아람코 CEO도 MOU 체결을 진행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의 DNA"라며 추켜세웠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에서 조선 부문 뿐만 아니라 엔진, 플랜트 부문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 관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 향후 정 전무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규모 부실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경험이 부족한 정 전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후계자를 내세우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데다 정 이사장도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라 타 후계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MOU를 계기로 정기선이라는 이름은 알렸지만 향후 현대중공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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