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물갈이론, ´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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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물갈이론, ´훅 간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3.03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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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청원·홍문종마저 쳐 내면 누가 남을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뉴시스

최근 여권에 돌았다는 일명 ‘살생부’ 논란의 초점은 비박계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정계 일각에선 살생부에 포함된 인사 중에 친박계 핵심 중진 몇 명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중에서도 친박계의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 홍문종 의원 서상기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충격적이었다. 살생부 논란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과와 함께 해프닝으로 마감되긴 했지만, 여파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친박계 물갈이론은 현존하는 친박계 중진 일부에게 소위 ‘총대’를 메게 해서, 비박계 컷오프에 따른 반발을 무마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그 빈 자리는 소위 ‘진박’인사들이 채우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문제는 물갈이 대상 인사들의 면면이다. 친박계를 지탱해온 중진들, TK(대구경북)에서 박 대통령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온 인물들이 포함된 것이다.

물갈이론의 대상으로 언급된 서청원 최고위원은 친박계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거목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읍소하며 친박계가 됐고, 친이계의 공천학살에 맞서 친박연대를 조직하며 계파의 공중분해를 막은 인물이다. 이로 인해 옥고(獄苦)도 치렀다. 다른 정치적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정치적 의리에 있어서 서 최고위원을 저평가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는 아예 캠프 이름을 ‘의리 캠프’로 지었을 정도다.

홍문종 의원도 마찬가지다. 친박계의 돌격대장으로 활동하며 소위 ‘궂은 일’을 도맡아 해왔다. 그 과정에서 동료의원들에게 원성을 사고, 일부와는 ‘척을 졌다’는 이야기까지 돌았지만 홍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물론, 친박계 물갈이론은 단순한 호사가들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풍문이 도는 자체로, 특히 서 최고위원이나 홍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종의 밀어내기 식 숙청이란 느낌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친박계 내에서는 일명 ‘진박’으로 불리는 세력들이 주도권 장악에 들어갔다는 신호가 나온 지 오래다. 지난 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진박’후보 지원에 나서며 영남 쪽 여권을 강타한 바 있다.

게다가 이미 친박계의 핵심이었던 인물들이 ‘물갈이’된 사례도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의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의 최전선에서 각각 대변인과 메시지팀장을 맡아 선봉에 섰던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친박계와 등진 상태다. 특히 친박계는 유 전 원내대표를 ‘배신자’라고 부르며 몰아세우고 있다.

변화물상한 정치권에서는 이합집산도, 계파내 물갈이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돕고 의리를 지킨다며 이름도 ‘친(親)박근혜 계’인 친박계가, 당에 ‘헌신’해온 인사들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모습은 보기가 불편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끊임없이 사람을 쳐내고 나면 과연 누가 남을 것인가.

동교동계의 한 원로 인사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정치는 덧셈을 잘 해야 성공하지, 뺄셈을 잘 해서는 후일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소문만 가득할 뿐 아무 것도 일어나진 않은 상태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손에 많은 것이 달렸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친박계는 자칫하면 명분도 사람도 모두 잃을 위기다. 새누리당이 이번에 내건 문구처럼, 정신차리지 않으면 한순간 훅 가는 곳이 정치판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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