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대전②] 진박 열풍 속 '꽃을 든 金' vs. '파란 2번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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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대전②] 진박 열풍 속 '꽃을 든 金' vs. '파란 2번 金'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1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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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똑똑하고 능력있어…北도발에 민주당 못 뽑아"
"김부겸, 대구출신으로 진정성 느껴져…TK도 변화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4일 새벽, <시사오늘>이 내린 곳은 동대구역. '여당 심장부'인 대구의 중심지다.

역사를 벗어나자 바깥은 어둑했지만,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선거사무실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새빨간 바탕에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대형사진이 이곳저곳 붙어있었다. 오는 4·13 총선에서 대구지역의 키워드는 역시나 '진박(眞朴)'인 듯했다.

그러나 수성구 달구벌대로에 위치한 범어역 주변에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오른쪽)-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현수막 ⓒ 시사오늘

나란히 위치한 건물 한쪽에는 새빨간 배경에 홀로 꽃을 든 후보의 사진이, 다른 한쪽에는 '일하고 싶습니다'는 슬로건이 눈에 띄는 파란색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 이목이 쏠린 이곳은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맞붙는 '수성갑'이다.

수성갑은 민정당부터 자민련, 한나라당 그리고 현재 새누리당까지 대대로 보수 정당이 지켜온 곳이다. 그러나 김부겸 전 의원이 '야당 간판'을 들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서면서, 수성갑이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지역주의를 바꿀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김문수'…"연고 없는 출마" 비판도

범어역에서 <시사오늘>이 만난 수성갑 시민들 대부분은 이번 총선 구도를 '당이냐 사람이냐'로 보고 있었다. 또 세대별 차이도 느껴졌는데, 청년층은 대체로 '이번엔 김부겸'을, 중장년층은 '그래도 김문수'를 외쳤다.

50대 남성 이모 씨는 지역여론을 묻는 기자에 "김문수가 경기도지사도 하고 똑똑한 사람인데 한 번 시켜봐야 하지 않겠냐"면서 "그리고 지금 북한이 미사일 쏘고 하는데 민주당 뽑아서 되겠나"고 반문했다.

그 옆에 있던 40대 여성 김모 씨도 "김문수가 경기도에서도 잘했고 능력있다"고 거들면서도 "그런데 김부겸보다 메세지가 약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바삐 걸음을 옮기던 20대 청년 윤모 씨는 "젊은 세대는 더민주도 좋다고 하는데, 윗세대가 움직일지 모르겠다"면서 "지난번 대구시장 선거 때도 김부겸이 될 뻔하다가 떨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문수 전 지사가 연고도 없이 대구지역에 출마한 데 대해 불만도 나왔다.

20대 취준생 김모 씨는 "김부겸은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 김문수는 왜 여기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면서 "경기도에 있던 사람이 대구에 출마한 것 자체가 본인 출세를 위한 것 같다"고 전했다.

30대 교사인 양모 씨는 수성구가 대한민국 교육1번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김문수 전 지사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김 전 지사는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경기도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느냐"며 "그가 교육특구 1번지 수성갑에 의원으로 나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한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서 김 전 지사는 경기 안산 단원고 실종 학생의 아버지가 책임을 따져묻자,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여기는 경기도가 아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제는 김부겸'…"사람은 좋은데 당이 문제" 우려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한 여론을 압축하면 '사람은 좋은데 당이 문제'였다. 특히,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더민주의 대북기조가 걸리는 듯 했다.

수성구청역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김부겸은 괜찮은데 그 당이 자꾸 걸린다"면서 "지금도 햇볕정책이니 뭐니 하던데, 그 노선은 우리랑 안 맞는다"고 답했다.

함께 있던 또 다른 중년층 여성은 "그래도 김부겸이면 야당 한번 뽑아줄 때 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30년 넘게 여기 살았는데, 군포을에서 3선 한 거 다 버리고 대구 온 것 자체가 믿음이 간다"면서 "이렇게 꾸준히 도전하는 것도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한 지지에는 '여당에 대한 서운함'과 '지역주의 타파' 의지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퇴근 시간 만촌역에서 마주친 50대 남성 박모 씨는 "TK에서 대통령 많이 나왔지만 대구가 나아진 게 있나. DJ는 전라도 발전시키지 않았느냐"면서 "야당 한 번 시켜서 새누리당 정신 들게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남성 정모 씨는 "새누리당 후보들은 박 대통령 얼굴 갖다 걸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대구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면 그렇겠나 싶다. 그걸 뽑아주는 시민들도 문제다"고 비판했다.

50대 여성 이모 씨는 "전라도에서도 이정현이 돼서 예산도 많이 끌어가고 했다는데, 대구도 한 번 바껴야 한다"면서 "김부겸 정도면 찍어줘야지"라고 말했다.

"외지인 많은 수성구, 여론 열려있어"…"정치 무관심한 사람도 많아"

한편, 대구 안에서도 구역별로 성향이 달라 수성갑의 여론이 지역의 전반적인 생각과는 또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5일 대구의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 같은 곳으로 외지인이 많다"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치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부드러운 편"이라고 말했다.

동대구역 주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여성 하모 씨 역시 "동구와 수성구는 KTX역이 가까이 있어 외부 접촉이 많다 보니 정치적으로도 좀 더 열려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성못역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더민주의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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