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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代 散策]손주항, "유승민, DJ에 숙청당한 나와 오버랩"
쓴소리하면 예나 지금이나 받는건 '사약'
야당도 똑같아…전북 홀대하면 선거질 것
2016년 03월 27일 (일) 글 손주항 전 평화민주당 부총재/정리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글 손주항 전 평화민주당 부총재/정리 김병묵 기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또 다시 선거철이 돌아왔다. 그런데 신문이고 TV고 온통 공천 문제로 시끄럽다. 與도 野도 도저히 봐 줄 수가 없다.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 이다. 선거판을 누비던 지난 나날이 떠올랐다. 그 때도 권력자에게 공천은 강력한 무기였다. 나는 민주화를 부르짖다 정부의 탄압을 받아 감옥에 갇힌 채 당선되기도 했다. 당내 권력자의 미움을 받아 낙천, 무소속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는데, 한국 정치는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발전하다 퇴행(退行)하고 말았든지. 걱정이다, 그저 걱정이다.

   
손주항 전 의원은 이번 유승민 사태를 보면서 지난날 DJ에게 숙청당한 자신이 생각난다고 밝혔다.ⓒ시사오늘

유승민, 숙청당한 내 모습이 겹친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이런 공천은 처음 봤다. 정치를 50년이 넘게 하며 이런저런 모습을 봐온 나다. 그런 내가 처음 보고, 처음 듣고, 그렇게 처음 알게 된 모습이다.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여당도 야당도 똑같다.

그런데 지금 조금 더 마음이 쓰이는 곳은 여당, 정확히는 유승민 의원이다.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하는 와중에 무엇보다 유승민 의원 때문에 난리도 아닌데, 이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유승민 의원 아버지, 유수호 전 의원이 13대 국회에서 나하고 같이 국회의원을 했다. 당이 다르지만 원내에선 나랑 꽤 가깝게 지낸 편이었다. 변호사 출신이라 유 변호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말이 별로 없었는데, 점잖고 참 괜찮은 사람이었던 기억이 난다. 여당이었던 유 전 의원도 나중에 박정희 대통령한테 구박받아서 쫓겨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에게 쫓겨나고 그러니까 오히려 인기가 높아지더라. 그리고 그 운명은, 아들한테 옮겨간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수호 의원의 아들 유승민 의원이 쫓겨났지 않나. 유승민 의원이 어머니 집에 들렀다는 보도를 보고 내가 편지를 썼다. 유 의원 어머니가 유 변호사 부인 아닌가. 그래서 격려의 글을 한 통 써서 보냈다.

유승민 의원이 쓴소리를 해서 밀려났다는 게 일반론이다. 이거야말로 수 십 년 전의 구태정치의 재판이다. 14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DJ)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며 공천에서 탈락한 내 모습이 겹쳐졌다.

DJ와 나는 정치적 동지일 때도 있지만, 의견이 대립 될 수도 있는 건 당연하지 않나. 경상도와 전라도로 갈라져서 싸울 땐 나는 전라도의 편을 들 것이다. 그런데 전주와 광주,전남으로 나눠져서 이해가 충돌할 때, 내가 전주의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전북은 나의 고향이고, 지역구였다. 누군가는 전북의 이익도 대변해야 했다. 그렇게 광주를 대변하던 DJ와 부딪히고 강하게 맞섰던 나는 14대 공천서 유 의원처럼 가차 없는 숙청을 당했다. 그 당시에 내가 전북을 대변하다가 그렇게 된 줄도 모르고, 온 호남이 ‘김대중’에 ‘선생님’을 붙이지 않으면 택시도 태워주지 않던 시대였다.

지금 대구 경북의 모습과 아주 유사하다면 유사하다. 그래서 무소속으로 나온 나는 힘도 써 보지 못하고 패했다. 바른 말을 하면 사약을 받는다. 충언을 하면 귀양을 간다. 어찌 이리 과거와 똑같나. DJ가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 흰 것을 보고도 DJ가 검다면 그렇다고 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 똑바로 말한 나 같은 인물은 정치적으로 보복을 당했다. 나와 정반대로 비위를 잘 맞춘 인물은 김원기다. 그 결과 김원기는 국회의장까지 해 먹었다. 한국 정치는 이렇게도 발전을 하지 못했나, 하고 통탄할 뿐이다.

그런데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엉망진창 공천이 유승민을 키워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유승민이 무소속으로 나와도 살 길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 아마도 누군가는 ‘유승민을 너무 키워줬다’ 싶을 거다. 한 가지 비유를 해보겠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고, 더 키워주는 가장 일등공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바로 이북에 있는 김정은이다. 그가 핵폭탄을 터트린다고 하는 통에 상당수 민심이 ‘여당을 찍어줘야 겠구나’ ‘박근혜 대통령을 괄시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나. 지금 친박계가 아주 서슬 퍼렇게 위협하니까 유권자 가운데 일부가 ‘유승민을 도와줘야 겠구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일 거라고 본다.

DJ를 박정희가 키웠듯, 유승민을 박근혜가 키우는 셈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그렇게 컸다. 박정희 대통령이 DJ를 기술적으로 잘 다뤘으면 그렇게 크지 않았을 텐데. 경찰이 수십 명씩 달라붙고, 감시하고 하니까 인기가 오히려 올라가는 거다. 박 전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반대여론은 생각 못하고 반대파를 핍박하다가 오히려 그쪽에 구심점을 만들어준 꼴인 것이다. 유승민 의원을 영웅을 만들어줬다. 여튼 결론적으로, 친박계가 너무 나갔다.

다음으론 무소속 당선 가능성이다. 예나 지금이나 무소속은 하늘의 별따기다. 지금 속출하는 무소속 출마자들도 공천을 못 받으니까 궁지에 몰려서 출마하는 거다. 나도 엄청나게 고생했다.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 집집마다 달력을 만들어 돌리면서 나를 홍보하고, 끊임없이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지지를 호소했다. 아주 지역에 몸을 던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9대 총선에선 이겼다. 유 의원의 지역 여론이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여론 등은 아주 비관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도 만만찮을 거다. 나는 선거라고 부르지 않고 때론 풍거(風擧)라고 부른다. 북풍이든, 정부여당에서 일으킨 또 다른 바람이든 선거는 바람에 아주 약한 법이다.

여튼 유승민의 생사를 차치하고, 이 여파는 반드시 총선에서 드러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 유 의원을 쳐냈으니 지금 당장은 아주 속이 시원할거다. 그런데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어차피 누가 나와도 1번을 찍고, 무소속으로 돼 봤자 여당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단순한 관념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수도권 민심이 요동칠 것이다. 부마항쟁과 같은 엄청난 반발이 일지도 모른다. 쌓이고 쌓인 민심의 불만은 한 가지 사건을 통해 촉발된다. 부마항쟁도 김주열의 시신을 보고, 그 처참한 모습을 보고 시민들이 격분하며 벌어진 일이다. 유승민 숙청이 대구를 분노케 할지도 모른다.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는 더불어민주당 공천

더불어민주당 공천도 기준이 없다. 원칙도 없다. 그저 줄을 잘 서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줄서기식 공천으로 어떻게 선거에서 반전을 일굴 수 있겠나? 분열은 분열대로 하고, 또 그 분열한 내에서도 공천을 엉망으로 하니 더 말 할 것도 없다. 지금 보면 여당의 공천파동이 더 심해보이지만, 내가 볼 땐 똑같은 수준이다. DJ시절보다 발전을 해도 이길까 말까한데, 뒤로 가서 선거에서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 1978년 제10대 총선을 앞두고 전북임실오수초등학교에서 유세에 나서는 손주항 전 의원.ⓒ손주항 제공

전북을 챙겨야 총선서 승리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정치적으로 전라북도는 너무나 소외되어왔다. 지금 전북을 대표할만한 정치인들이 누가 있으며, 그나마 있는 인물들도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야당조차도 호남이라고 하면 온통 광주전남만 주목하는 것 같다.

강현욱 전 전북지사가 한 칼럼에서, 호남에 광주도 있고 전남도 있는데 전북은 없다고 토로했다. 그게 현실이다. 전북에도 사람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북을 잘 챙겼어야 했다. 국민의당도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이야기를 명심해야 한다.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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