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 '말 없는' 진도 팽목항…'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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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기] '말 없는' 진도 팽목항…'애도 물결'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4.16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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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유가족, "우리 같은 피해, 마지막이길…잊지 않아줘서 감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지난 2014년 4월, 진도 팽목항엔 잊혀지지 않는 악몽이 남아있다.

그날 사람들은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보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가 저녁때쯤 텔레비전을 보며 경악했다. 자꾸만 늘어가는 숫자에 온 나라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2년 전 그 하루가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게 남아있는 이유다.

▲ 진도 팽목항에 걸려있는 노란색 추모 리본들 ⓒ 시사오늘

궂은 날씨였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어둑한 날씨 탓인지 이날 오전 팽목항으로 들어서는 길은 아득해 보였다.

추모행사가 예정된 오전 9시 반경.

앞자리가 하나둘씩 채워졌다. 지난 4·13 총선에서 호남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국민의당 당선자들이었다. 천정배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박지원 김동철 장병완 김경진 권은희 의원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표정은 밝았지만 행동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낙연 전남지사, 이동진 진도군수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는 일반 시민들과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 50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 16일 세월호 오전 추모행사에 참석한 국민의당 당선자들 ⓒ 시사오늘

추모행사가 시작되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입장했다. 온 눈길이 쏠렸다. 객석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국군장병 한 명은 울음이 터질 듯한 표정으로 입을 꽉 다무는 모습이었다.

유가족 추모사를 위해 이금화 씨가 무대에 올랐다. 표현하기도 어려운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 씨는 세월호 사고에서 당시 단원고 2학년이던 딸 조은아 양을 잃었다. 조 양은 아직 망망대해에서 수습되지 못한 채 실종자 명단에 남아있다. 

이 씨는 추모사에서 "2년 전 이 시간에 우리 딸은 살아서 엄마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이어 "우리 딸이 이런 사고를 당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참사를 당했는지, 왜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 제도와 법을 바꿔서 이런 참사가, 우리 같은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씨는 또 "정부가 미수습자를 찾기 위해 인양을 결정하고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움직이고 있다. 내년 3주기 때는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돼 미수습자 9명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있을 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년 전에 많은 분들이 안아주고 울어주고 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반드시 인양되리라 믿는다"며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 저녁 식사를 할 때 가족들에게 '사랑한다' '네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해 달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단이 담긴 영상을 배경으로 진도지역 학생들의 추모시가 이어졌고, 다 함께 노란색 추모 풍선이 날렸다. 행사에 모인 사람들은 거센 바람을 타고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풍선을 말없이 지켜봤다.

▲ 팽목항 방파제에 모여든 시민들 ⓒ 시사오늘

행사 뒤편에 자리한 팽목항 방파제에도 시민들이 다수 모여있었다. 선박들이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진도불교사암회가 추모법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번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에 패배한 더민주 양향자 후보도 보였다.

오후가 되면서 세월호 추모를 위한 도보행진과 자전거 행진 등이 이어졌고 팽목항은 금세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분향소에 줄을 선 시민들도 보였다. 그러나 자리가 자리인 만큼 취재진들은 인터뷰에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전남 목포에서 부인과 함께 행사를 찾은 60세 남성은 "산 자는 죽은 자를 증언하라는 말이 있다.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팽목항을 찾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전국 도심 곳곳에서도 세월호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4·16가족협의회 주최로 '기억식'이 열렸다.

또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과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서초구 강남역 인근과 용산구 서울역 등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와 걷기대회가 진행됐다.

이들은 "아직도 세월호냐고 말하지만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밝혀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장하고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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