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사망사고에 성희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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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사망사고에 성희롱까지…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7.28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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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백화점 경비 직원, 노숙자 가슴 밀쳐 사망
계열사대표 인턴직원 성희롱…무혐의에 노조 반발
중소유통사 상생 협약 깨고 한달만에 도매업 장악
지난해 12월 4일 신세계 부회장 겸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용진(42) 부회장은 얼마 전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 부회장의 성적은 ‘참 잘했어요’, 그야말로 ‘A+’이었다. 신세계의 이번 상반기 총 매출액은 6조9915억 원. 전년 동기 6조1347억 원 보다 8568억 원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670억 원(15.5%) 늘어난 498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신세계의 사상 최대기록으로 직원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 정용진 신세계부회장이 한 복지관에서 어린이 구슬꿰기 놀이를 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경사스런 일에 초를 치는 사건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이미 알려진 신세계 PB식품에서의 잇달은 불미스런 사고(?)는 차치하고라도, 연달아 일어난 화재사건과 경비원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노숙자 사망, 계열사에서 벌어진 직장 내 성희롱 등 끊임없이 악재가 신세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힘차게 닻을 올린 ‘정용진호’. 정용진 부회장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안전교육 챙긴다더니 화재에 사망사고까지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한 신세계그룹이 연이은 안전사고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16일과 26일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신세계 이마트 성수점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신세계 백화점 영등포점에서 경비원이 노숙인을 밀쳐 숨지게 하는 기가막힌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경비업체 직원 김 모(29)씨가 지난 3일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주차타워 앞에 누워 있던 노숙인 황모(59)씨를 발견하고 다른 곳으로 가라며 발로 차 깨운 뒤 황 씨가 반항하듯 일어나자 가슴을 밀어 넘어뜨렸다.

황 씨는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고, 황 씨가 일어나지 않자 김 씨는 다른 경비원 3명을 불러 황 씨를 5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 시사오늘
결국 황 씨는 4시간여 동안 길거리에 방치됐다 같은 장소에 계속 누워있는 것을 이상히 여긴 한 시민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 중 사망했다.

황 씨의 머리 뒷부분에는 크기 3cm정도의 멍이 발견됐으며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 씨를 밀친 사실을 인정했다.

부검결과 황 씨의 사망원인이 김 씨의 폭행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지면서 김씨는 폭행치사로 불구속 입건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사건의 정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자가 없어 답변을 못하겠다. 나중에 전화해 주겠다”는 등 발뺌을 계속했는가 하면 “트위터로 정부회장에게 직접 묻겠다"고 하자 "맘대로 하라”는 등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일삼았다. 신세계측은 결국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채 은근슬쩍 넘어갔다.      

게다가 지난 6월 본점 화재 후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는 안전교육을 직접 챙기겠다”고 트위터들과의 대화에서 밝힌 바 있어 신세계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계열사 호텔 성희롱 은폐 의혹
 
▲ 신세계의 계열사인 O호텔 직원들이 C대표의 성희롱을 규탄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O호텔 노조>     © 시사오늘
사망사건도 모자라 이번에는 신세계그룹의 자회사 O호텔 C모(61)대표가 실습 나온 인턴 여대생을 성희롱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O호텔은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호텔이자 지난해 12월까지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38) 현 신세계 부사장이 경영을 수업 쌓는 등 잔뼈가 굵은 곳이다.     

노조측에 따르면 이 호텔 C모 대표는 지난 1월, 현장을 돌면서 실습을 나온 인턴 학생에게 "그X 참 맛있게 생겼다"며 상식이하의 말을 내뱉었다. 
 
그 후 성희롱을 당한 인턴학생의 메일을 한 직원이 자유게시판에 올리면서 일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 신세계그룹 계열인 O호텔직원들이 C대표의 성희롱을 규탄하며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O호텔 노조>     © 시사오늘
사건이 커지자 신세계그룹 쪽에서 먼저 감사팀을 보냈다고 노조측은 전했다.

하지만 인턴학생과 당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의 증언에도 불구, C대표는 어찌된 일인지 ‘무혐의’로 면죄부를 받았다.

무혐의를 통보받은 C대표는 전 직원을 연회장에 불러놓고 자신은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강변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에 분개한 직원들이 C대표의 성희롱 사례를 모아 그룹 쪽에 전달하며 2차 감사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노조측은 C대표가 성희롱 뿐 아니라 '막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해댔다고 증언했다.
 
노조측에 접수된 피해사례를 보면 지난해 호텔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여직원에게 "이런 운동을 하면 X통이 커지냐"고 말했는가 하면 주방 직원들과의 족구대회에서는 옆자리에 앉은 한 여직원에게 "어! 이X, 사복 입으니까 섹시하게 생겼네"라며 성폭행에 가까운 폭언도 일삼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말경 2차 감사를 끝냈으나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감사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O호텔 노조 관계자는 “여직원들이 힘들게 증언을 했는데도 첫 번째 감사결과가 무혐의로 나왔고, 이번 2차 감사도 결과를 아직 통보받지 못했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처벌이 약할 것이라고 한다”며 “또다시 무혐의가 나오거나 말도 안 되는 처벌이 나오면 C대표의 만행을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호텔 관계자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사실무근이고 처음 실습을 나왔던 학생역시 이 사건이 왜 이렇게 커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노조측과는 상반된 해명을 했다. 무혐의 판정 근거에 대해서도 “자세한 사항은 회사 내부 문제라 말해 줄 수 없다”며 얼버무렸다. 

신세계그룹측은 “호텔 쪽에 감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 그룹에서 진행 했을 뿐 그룹이 연계돼 있지 않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호텔 내 있었던 일이니 호텔에서 끝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감사를 진행했던 신세계그룹 기업윤리실천사무국도 “감사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대·중·소 유통업체와의 상생은 빈말
 
신세계는 중소기업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도 구설수에 올라 있다. 

신세계는 지난 5월 26일 중기청·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중소기업유통센터와 함께 중소유통에 대한 공동구매 대행, 물류센터 활용 등을 골자로 하는 ‘대·중소유통업체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신세계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중소유통업체와 상생한다던 신세계가 기존 동네 슈퍼에 상품을 공급해주던 볼런터리체인 방식인 ‘에브리데이365’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 등록을 마친 것이다. 
 
▲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중소상인들이 신세계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성토하며 신세계 본사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자영업자 살리기 운동본부 카페>     © 시사오늘
이에따라 신세계는 ‘에브리데이365’ 가맹점 모집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동네 슈퍼마켓 등 개인사업자만을 가입자로 운영하는 전용 ‘온라인 법인몰’과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구매하는 업소용 대용량 매장코너를 마련하기도 했다.  

판매를 직접 소비자에게 안할 뿐 결국 도매에서 소매, 시내 한복판에서 골목 곳곳까지 신세계가 바닥상권을 모두 점령하게 된 것이다.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도매상인들은 즉각 투쟁에 나섰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지난 8일 ‘신세계 이마트의 도매 납품업 진출 야욕 포기 촉구 상인,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신세계 도매 영업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상인회는 “신세계는 도매업 강화를 빌미로 치밀한 작전과 전략을 세워놓고 돌격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며 “대기업의 SSM 진출로 중소소매업이 축소되고 신세계의 도매유통시장 직접 진출이라는 이중고로 중소유통사가 압사될 상황임에도 신세계는 대기업과 중소업체간 윈-윈 전략이라는 거짓 사탕발림을 늘어놓고 있다”며 신세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예상보다 도매상들의 반발이 심하자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365’사업을 계속할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이에대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바람 잘 날 없는 신세계.
 
신세계의 비약적인 성장에는 윤리 경영과 효율, 내실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바탕이었던 만큼 실적과 함께 도덕성도 챙겨야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게 신세계를 아끼는 소비자들의 촌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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