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사령탑을 보면 대권 전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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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사령탑을 보면 대권 전략이 보인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0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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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중원 공략’, 더민주 ‘전국 정당’, 국민의당 ‘호남 사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각 당의 제20대 국회 원내대표 경선은 향후 정국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였다. 3당 체제가 갖춰진 이래 처음으로 국회에서 얼굴을 맞댈 대표자 선출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제19대 대선이 1년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각 당의 대선 전략을 추론할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실제로 세 당은 원내대표 선출을 통해 차기 대선의 밑그림을 차분히 그려낸 모습이다.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 뉴시스

◇새누리당, “중원을 공략하라”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가장 뼈아팠던 것은 ‘텃밭’ 영남의 이탈이었다. 새누리당은 부산·경남에서 10석을 빼앗겼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 대구·경북에서도 야권 후보에게 두 석을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매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던 영남 민심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진석 원내대표 선출은 위기를 감지한 새누리당의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도’ 부산이 깨어나고, 경남과 경북의 지지도 예전만 못한 상태에서 새누리당이 ‘중원(中原) 공략’을 돌파구로 택했다는 이야기다.

정 원내대표는 충청도에 기반을 둔 4선 의원으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충청의 적자(嫡子)’로 꼽힌다. 정 원내대표 외에도 새누리당에서는 충청권 인사들이 대거 당내 주류로 편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랜 기간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정당을 찾던 충청도에 새누리당이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지난 총선을 통해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이 내상을 입으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야권의 ‘빅2’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거론된다. 만약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새누리당과 충청도의 결합은 더 큰 파괴력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에서 충청권 인사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는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피면 영남권에서 이탈한 표를 충청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전략도 포함된 것”이라며 “만약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후보로 지목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 뉴시스

◇더민주당, “호남보다 전국”

우상호 원내대표를 뽑은 더불어민주당은 제20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차기 대선의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당은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참패한 반면, 수도권에서 완승을 거두고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더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더 이상 호남에만 기댈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과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을 동시에 확인했다.

때문에 더민주당은 지역 정당에서 탈피, 철학과 이념 중심 정당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평이다. 우 원내대표는 강원도 철원 출신이지만 서울 서대문구갑을 지역구로 하고 있으며, 지지 기반도 지역이 아닌 ‘운동권’이다. 원내지도부 역시 박완주 의원, 기동민 당선자 등 86세대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지역보다는 ‘민주화 세력’과 ‘중도진보’라는 이념집단에 소구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더민주당의 차기 대선 전략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 지지율 회복에 천착하기보다는, 수도권 기반의 전국정당화로 문 대표의 지지층 확대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서울에서 26.8%, 경기·인천에서 29.2%, 대전·충청·세종에서 26.4%, 강원에서 14.1%, 부산·경남·울산에서 26.3%, 대구·경북에서 19.3%, 광주·전라에서 31.3%, 제주에서 21.9%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더민주당으로서는 ‘호남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철학과 이념 중심의 정당으로 변화하는 것이 정권 교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야권의 한 당직자는 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호남을 되찾을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처럼 문 전 대표가 전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 지지율 회복에 목숨을 거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 뉴시스

◇국민의당, “호남부터 대선까지”

일찌감치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한 국민의당 목표는 명확하다. ‘호남 사수’가 그것.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한 박 원내대표는 제18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제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제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목포에서 당선증을 거머쥔 ‘호남의 맹주’다. 지난 총선에서 23석을 안겨준 호남을 정권 교체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 연정론을 언급하며 “호남 사람들이 뭉쳐서 어떠한 특정 인물이나 특정 당이 집권하는데 도와주고 반대급부를 받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3당 체제에서 연정은 불가피한 선택임을 인정하면서도 ‘호남을 위한 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산토끼’ 사냥에 앞서 ‘집토끼’부터 확실하게 단속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의당 유력 대선 주자인 안 대표는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안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25.5%로 평균 지지율보다 8.6%포인트나 높다. 호남의 지지 상실이 곧 대권 가도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안 대표 입장에서는 박 원내대표를 앞세워 호남의 헤게모니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전략인 셈이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며 “지금은 산토끼를 쫓을 때가 아니라 집토끼를 잡을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은 것은 호남을 완벽한 텃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인 만큼,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도 일단 호남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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