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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술 이야기③]현대 축구 전술의 네 가지 스타일
2016년 07월 03일 (일)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아리고 사키의 철학을 가장 잘 계승한 감독으로 알려진 주제 무리뉴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를 받은 리오넬 메시는 역대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 하에서의 리오넬 메시는 마치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 같았다. 같은 선수가 같은 팀에서 같은 동료와 함께 뛰었음에도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전술’이라는 참고서가 필요하다. 〈시사오늘〉은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유로 2016 등 남미와 유럽을 달구는 ‘축구 축제’ 개막에 맞춰 축구 전술을 다루는 시간을 준비했다. 오늘은 현대 축구를 지배하고 있는 네 가지 전술적 패러다임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가 흔히 현대 축구라고 말하는 시기는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오렌지색 광풍이 축구계를 뒤흔든 이후를 일컫는다. 즉, 현대 축구는 토털 풋볼의 바탕 위에서 지어진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토털 풋볼은 뛰어난 기술과 높은 전술 이해도가 반드시 필요한 전술 형태인 만큼, 모든 팀들이 이런 방식을 채용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토털 풋볼 출현 이후, 현대 축구는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분화돼 발전해왔다.

리누스 미헬스식 토털 풋볼

토털 풋볼의 핵심은 높은 지역에서의 압박이다. 수비 라인이 높이 밀고 올라갈수록 상대 운신의 폭은 줄어들고, 압박이 성공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수비 라인이 높이 올라온다는 것은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 수가 많다는 의미다. 공격자 수가 많으면 그만큼 패스 루트도 많아지고,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유지하기도 쉽다. 높은 수비 라인 + 오프사이트 트랩 + 강한 압박은 토털 풋볼의 핵심 키워드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다. 볼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야말로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강조하는 토털 풋볼의 또 다른 축이다.

볼을 빼앗기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비 라인이 높이 올라와 있으므로, 볼을 빼앗기면 그만큼 실점 위기에 몰리는 빈도도 올라간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볼을 오래 소유해야만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토털 풋볼을 하는 팀이 볼을 빼앗길 경우 수비 뒤 공간에 대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 강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 그런데 압박 수비는 지속적이고 능동적으로 상대 수비를 따라다녀야 하는 수비 전술인 까닭에, 일반적인 수비 방법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만약 볼을 지속적으로 점유하지 못하고 자주 빼앗기면, 그만큼 압박을 위해 드는 체력도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토털 풋볼의 정통 계승자로 불리는 바르셀로나는 최후방 수비 라인이 하프라인 근처까지 전진한다. 바르셀로나의 센터백들은 볼을 다루는 기술이 좋고 패스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마치 ‘최후방 미드필더’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바르셀로나의 높은 점유율의 비밀은 미드필더들의 뛰어난 볼 키핑과 패스 능력도 하나의 이유지만, 수비 라인이 높이 전진해 패스 코스를 확보해 주는 덕도 크다.

다양한 패스 코스를 손에 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최대한 안전한 루트를 선택해 패스 플레이를 함으로써 두 가지 소득을 얻는다. 하나는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패스 플레이에 가담하고 있는 수비수들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고(바르셀로나의 패스 플레이는 슈팅의 사전 작업임과 동시에 가장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수비 방법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볼을 지속적으로 소유하면서 자신들의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즉,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볼을 돌리면서 체력을 안배하고, 상대 수비의 체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득점 기회까지 창출해 낸다. 만약 패스 플레이를 하다가 볼을 빼앗기면, 그 즉시 강한 압박을 가해 곧바로 볼 소유권을 되찾는다. 볼이 없을 때는 강하게 압박하고, 볼을 가졌을 때는 한 차원 높은 개인 기량을 활용해 볼 소유권을 유지하며 체력 안배와 기회 창출을 동시에 노리는 것, 그것이 정통 토털 풋볼의 핵심이다.

아리고 사키식 토털풋볼

아무나 할 수 있다면 바르셀로나가 지금처럼 위대한 팀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매우 당연하게도, 전 세계 수많은 팀들 중 토털 풋볼을 하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가 잘 아는 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조차도 토털 풋볼을 구사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위험해서 안 한다. 리누스 미헬스가 주창하고 바르셀로나가 보증하는 효용성에도 정통 토털 풋볼이 널리 퍼지지 않은 이유는 토털 풋볼이 효용성을 넘어서는 위험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토털 풋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압박 능력과 정상급의 볼 소유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한 마디로 ‘빼앗기지 말고 빼앗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압박 능력은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지만, 볼 소유권을 유지하는 기술은 타고난 재능이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지 못한 중하위권 팀들이나, 수비 뒤 공간에 대한 위협을 원치 않았던 상위권 팀들은 토털 풋볼의 수비적 장점만 받아들이고 싶어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개량형 토털 풋볼이다.

토털 풋볼에서 나온 압박의 효용성 자체를 의심하는 감독은 없다. 문제는 볼을 빼앗는 과정이 아니라 볼을 간수하는 과정이다. 바르셀로나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는 토털 풋볼에서는 공격 상황에서 볼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면 수비 뒤 공간에 대한 위협은 물론 강도 높은 압박에 따른 체력 부담까지 커진다. 그렇다고 토털 풋볼을 포기할 수도 없다. 압박이 강화되고 수비 조직이 정교해진 현대 축구에서 압박을 포기하고 후퇴한다는 것은 곧 ‘승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본래 리누스 미헬스가 창안한 압박은 볼을 빼앗기는 즉시 달려들어 다시 빼앗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동네 축구의 수비 방법과도 비슷한데, 초창기 리누스 미헬스의 네덜란드 대표팀은 볼을 빼앗기자마자 그 주위에 있던 2~3명의 선수가 볼을 가진 선수에게 달려들어 다시 볼을 빼앗아내는 형태로 수비를 펼쳤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마크당하지 않는 공격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11명 대 11명이 싸우는 축구에서 한 선수에게 2~3명이 달라붙으면 수비에게 마크를 당하지 않는 1~2명의 선수가 생긴다는 것은 상식적인 결과다. 이런 점 때문에 초창기의 압박 축구는 압박이 실패했을 경우 부담해야 할 위험성이 너무 컸다.

하지만 아리고 사키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무질서했던 압박도 규칙과 질서 속으로 편입된다. 아리고 사키는 무작정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수비 진영을 짜고, 그 때부터 조직적으로 압박을 가해 1차 압박이 실패하면 2차 압박을, 2차 압박이 실패하면 3차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팀을 조련했다. 엄밀히 말하면 현대 축구의 압박은 리누스 미헬스가 탄생시키고 아리고 사키가 성장시킨 결과물이다.

리누스 미헬스와 아리고 사키의 차이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리누스 미헬스는 ‘상대가 볼을 잡는 시간은 짧게, 우리가 볼을 잡는 시간은 길게’다. 반면 아리고 사키는 ‘상대가 볼을 잡는 시간도 짧게, 우리가 볼을 잡는 시간도 짧게’다. 약팀이 토털 풋볼을 구사할 수 없는 이유를 정확히 진단하고 내린 적절한 처방이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제 무리뉴나 분데스리가에서 ‘꿀벌 열풍’을 일으켰던 위르겐 클롭의 도르트문트,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은 모두 아리고 사키식 토털 풋볼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압박 라인을 형성하고, 볼을 빼앗은 즉시 측면을 활용해 상대 위험 지역으로 접근한 후 공격을 마무리했다. 빠른 압박 – 빠른 공격 – 빠른 압박이 반복되는 축구인 셈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대다수 팀들이 아리고 사키식 토털 풋볼을 구사하고 있다.

혼합형 토털 풋볼

토털 풋볼의 유행에도, 높은 지역에서의 압박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감독들도 있었다. 대개 수비적 안정감을 최우선으로 삼는 이탈리아 감독들이 그랬는데, 이들은 수비 라인을 높인다는 개념을 위험천만한 것으로 봤다. 수비 라인이 높으면 압박이 실패했을 경우 곧바로 수비 뒤 공간을 위협받게 되고, 실점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카테나치오 성립 과정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탈리아 지도자들은 아주 작은 위험도 부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볼을 빼앗기면 즉시 후퇴해서 페널티 박스 근처에 수비 라인을 설정했다. 물론 압박의 개념을 전혀 도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미드필드에서의 압박을 시도하기도 하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서 자리 잡는 시간을 벌기 위해 전방에서 한두 명의 선수가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는 압박도 시도했다. 그러나 ‘전진’이라는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까닭에, 진정한 의미의 압박 축구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어쨌든 이 수비 방법은 수비 뒤 공간에 대한 위협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갖는다. 역습 위험이 낮고, 상대의 공격력이 웬만큼 뛰어나지 않은 이상 수비 성공률도 높다. 또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수비 방법이기 때문에 압박 축구에 비해 체력 소모도 덜하다. 압박 축구가 오로지 볼 점유를 통한 체력 보충을 한다면, 밸런스 축구는 볼 점유와 수비 라인의 후퇴를 통한 체력 보충을 병행한다. 수비적 안정감과 체력 보충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앞에 소개한 두 가지 방법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공격이다. 수비를 위해 팀 전체가 40~50m를 후퇴하기 때문에, 공격을 위해서는 40~50m를 전진해야 한다. 그런데 압박 축구가 주류를 이루는 현대 축구에서 40~50m를 전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바르셀로나처럼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팀을 만나면, 자칫 90분 내내 자신의 진영에서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구도가 나올 위험도 있다. 따라서 이런 팀이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맞추려면 팀원 전체가 뛰어난 기술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압박을 뚫고 40~50m를 전진할 수 있는 볼 키핑 능력, 패스 능력, 드리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맨체스터 시티, 인테르 밀란 등을 지도했던 로베르토 만치니는 이러한 색깔이 두드러지는 지도자다. 로베르토 만치니의 팀은 수비 라인을 아래로 내려 수비 뒤 공간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안정적으로 상대 공격을 막은 뒤, 기술적으로 탁월한 공격 무기들을 활용해 천천히 전진한다. 워낙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압박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로베르토 만치니는 각 리그 정상급 팀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매번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유명한데, 기술적/전술적으로 동등한 선수들이 강하고 조직적인 압박을 가해올 경우 전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차원 높은 기량이 전제되어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통 토털 풋볼만큼이나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 경기 방식이다.

전통적 역습 축구

배후 공간 노출 위험이 있는 높은 지역에서의 압박과 뛰어난 기술이 필요한 점유율 축구를 모두 배제한 팀들도 있다. 자신의 진영에 수비벽을 쌓고 배후 공간을 내주지 않는 축구를 하면서 공격 역시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는 축구를 펼치는 팀들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적·전술적으로 열세에 놓인 팀들이 택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상대하는 동남아시아 팀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볼을 빼앗기는 즉시 자기 진영으로 후퇴해 수비벽을 쌓으면 상대의 역습에 당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때문에 이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볼을 빼앗기보다, 뒤로 물러서서 상대에게 슈팅을 내주지 않으려는 소극적 수비를 펼친다. 이처럼 자기 진영으로 내려앉으면, 공격 팀은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고 수비수들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볼을 탈취한 후, 상대 배후 공간을 노려 역습을 전개하는 것이 이들의 경기 스타일이다.

주제 무리뉴는 아리고 사키식 토털 풋볼을 계승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명백히 열세라고 판단될 경우 이런 방식을 주저 없이 활용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주제 무리뉴는 소위 ‘텐백’으로 불릴 만큼 골문 앞에 많은 수비수를 세워놓고 상대를 끌어들인 후, 롱패스와 측면 역습을 적절히 조합한 플레이로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왔다. 특히 인테르 밀란을 유럽 정상으로 이끌었던 09-10 시즌은 주제 무리뉴식 역습 축구의 진면목이 드러난 시즌이었다고 할 만하다.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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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
(14.XXX.XXX.199)
2016-07-13 16: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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