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없고 정략만 난무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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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없고 정략만 난무하는 정치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9.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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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의 안전·민생 외면하는 정치인을 믿을 수 있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국정(國政)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의 정치(政治)’다. 정치란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행위다. 종합하면, 국정감사(國政監査)는 국가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국민의 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행정부를 감독·검사하는 일이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런데 제20대 국회 첫 국감이 시작부터 파행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새누리당이 국감 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정쟁(政爭)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도 아무런 설득 과정 없이 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인사 실패’는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낳은 무리수였다.

야권도 ‘계산 능력’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공조를 통해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에서 더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놓고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혹은 ‘어버이연합 청문회’ 수용 협상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뜻’을 내세웠던 야당 역시 해임건의안을 정략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부여당 대응도 마찬가지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언정, 일단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은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어찌됐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통과시킨 해임건의안은 ‘국민의 뜻’이므로 받아들일 명분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수용하든 김 장관이 자진 사퇴하든, 정국 냉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을 거부했고, 집권여당은 최초로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정현 대표는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국감에는 사드·전술핵 등 위급한 안보 관련 문제에서부터 지진으로 인한 원전 안전 문제, 누진세와 같은 민생 문제까지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말끝마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권의 기(氣) 싸움에 볼모로 잡힌 국감은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략에 심취해 국민의 안전과 민생마저 외면하는 정치인을 우리는 언제까지 믿어야 하나.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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