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이케아, 그리고 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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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이케아, 그리고 한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0.10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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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스로 화를 키운 삼성, '人間의 妙'를 살려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폭발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전량 신제품 교환 조치에도 불구하고 교환품 폭발 의혹이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시름이 깊어진 눈치다. 급기야 삼성전자는 10일 갤럭시노트7 글로벌 생산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연방기관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갤럭시노트7 조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품 결함 여부를 떠나서 기업 이미지와 제품 신뢰도 자체에 큰 타격을 입었기에,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까지 커질 사태는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안일한 사후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말이 나온다. 폭발 피해를 호소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숨기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이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사태 초반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체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솔직히 공개했다면,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구업계 공룡기업 이케아와 국내 1위 한샘의 서로 다른 리스크 대처 방식이다. 두 업체는 최근 '서랍장 전복'이라는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이케아는 '한국에서는 서랍장 사고가 없었다', '관련 법적 규제가 없다'는 등 부실한 명분을 들어 리콜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리콜을 결정했다. 그때는 이미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뒤였다.

반면, 한샘은 한 소비자의 피해사례를 접수하자마자 즉각 임직원들을 소집해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왜 전복이 발생했는지 해당 제품을 면밀히 분석함은 물론, 제품 설치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책임자를 불러 문책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한샘은 "이번 사고는 결과적으로 한샘의 잘못"이라며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방지를 소비자들에게 약속했다. 솔직한 입장 표명으로 기업 신뢰 회복을 도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교환품 폭발 논란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에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했고, 피해를 호소한 고객들에게도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측은 미국의 한 갤럭시노트7 발화 피해자에게 아래와 같은 문자를 잘못 발송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I can try and slow him down if we think it will matter, or we just let him do what he keeps threatening to do and see if he does it."

'문제가 되면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는 사안이다. 그게 아니라면 계속 그(피해자)가 협박하도록 둘 수도 있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가 자신의 상사에게 보낼 문자를 실수로 피해자에게 보낸 것이다. 삼성전자가 과연 어떤 자세로 이번 사태에 대응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교환품에서도 폭발 의혹이 제기돼 곤경에 처했다 ⓒ 삼성CI

사람은 늘 실수를 한다. 기업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고로 기업 역시 실수를 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어도 제품에는 하자가 있기 마련이며, 불량품이 일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人間)은 관대하다. 실수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함께 진정성을 담은 사과를 한다면 이를 용서하고 다시 한 번 믿어준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人間)의 순리이자 도리다. 그래서 인간(人間)이다.

타이밍은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삼성전자가 '인간(人間)의 묘(妙)'를 잘 살려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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