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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기자수첩〉법적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맡기는 게 헌법 정신
2016년 12월 09일 (금)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회가 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 뉴시스

운명의 날이 밝았다.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탄핵 찬성에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 수는 야권 172명에 새누리당 비박계 35~40명 정도. 산술적으로는 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탄핵 통과가 곧 혼란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회 문턱을 넘은 탄핵안은 헌법재판소로 전달되는데, 여기서 재판관 9명 중 6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탄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면죄부’를 갖고 원래 자리로 복귀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촛불집회를 통해 헌법재판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촛불집회가 탄핵을 망설이던 국회의원들의 등을 떠밀었던 것처럼,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인용’ 결정을 내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발상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던 것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향해 외치는 목소리였다. 내 손으로 내가 선택한 국회의원이 내 뜻에 따라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었기에 정당성도, 합법성도 확보될 수 있었다.

반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촛불집회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정부에,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도록 하는 ‘3권분립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아무리 국민의 뜻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법된 법률에 의하지 않고서는 단죄가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이다. 즉, 탄핵 결정을 위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자는 말은 곧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벌하기 위해 헌법을 유린하자’는 뜻과 다르지 않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선악을 넘어서〉에서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은 헌법을 어긴 대통령을 문책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그 이상 나아가 사법부에 특정 판결을 강요하는 것은 ‘스스로 괴물이 되는’ 일이다. 이토록 소중한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켜내기 위해서, 촛불은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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