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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마스터>,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가장 큰 절도에 대하여
<김기범의 시네 리플릿>막연하게 큰 스케일 속의 구체적인 한 방
2016년 12월 13일 (화) 김기범 영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 기자) 

   
▲ 영화 <마스터>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하이스트 필름(Heist Film) 이란 주인공들이 절도나 강탈 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여주는 범죄영화의 한 장르를 뜻한다. 

국내 팬들에게는 근래의 <범죄의 재구성> 으로 시작해 <타짜>, 그리고 <도둑들> 로 이 분야에 독보적 위상을 정립한 최동훈 감독에 의해 케이퍼 무비(Caper Movie) 라는 더 친숙한 이름으로서 한국영화계의 각광받는 장르로 자리매김 하였다. 

요즘에 들어서는 IT 기술로 최첨단화 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 걸맞게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을 지닌 이들이 조직을 결성하고 각자의 주특기를 살려 공통된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서사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오션스 일레븐> 과 같이 고유의 캐릭터들로 구성된 한 팀이 치밀한 계획을 통해 거대 범죄 조직이나 은행 또는 국가 기관 등의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목적을 달성하는 통쾌한 해피엔딩이 보편적인 스토리다. 

그렇다 보니 소위 러브 라인이라 불리는 남녀 간의 로맨스는 지극히 보조적인 장치 내지는 존재감이 결여된 요소로 다루어지기 마련이고, 오히려 여배우가 맡은 배역보다는 남자 구성원들끼리의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추진체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무언가를 도둑질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범죄영화답게 등장인물 간의 음모와 배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반전을 위해서는 관객들의 허를 찌를 만큼 고난도로 설계된 각본 또한 전제되어야 한다. 

할리우드의 경우에는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답게 단순한 절도나 범죄를 떠나 여기에 도박이나 첩보 액션은 물론, 심지어는 SF 나 마술과 같은 판타지적 장르들과 크로스오버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추세다. 

이에 비해 우리영화의 경우, 치열한 두뇌 싸움이 정형화된 케이퍼 무비가 유서 깊은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진 혼탁한 사회상을 반영하는 한국적 변주와 어우러져 일종의 사회고발성 상위 장르처럼 재정립되고 있는 서글픈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비록 보는 이들에게는 지극히 씁쓸할 수도 있지만, 이렇듯 기존 케이퍼 무비의 양식에 그 부인할 수 없는 한국적 병폐와 부조리의 설정을 가미한 <마스터> 는 상술한 구성 요소들 이외에 시의 적절한 연말 시즌과 이병헌과 강동원, 그리고 김우빈 이라는 엄청난 티켓 파워까지 얹어 모든 흥행 요소를 지닌 채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블록버스터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식적이고도 화려한 언변과 대한민국의 파워 엘리트들을 망라하는 인맥도 모자라, 외국의 정치인까지 범죄의 네트워크에 가담시키는 수완을 발휘하는 이병헌의 배역은 <내부자들> 의 초반에 등장했던 안상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각인시킨다. 

된소리가 강한 필리핀식 영어까지 세심하게 구사하는 이병헌의 연기는 항상 변함없이 스토리를 이끄는 파워풀한 중심체다. 

금융 피라미드 회사와 같은 범죄 네트워크의 단순한 수장이 아니라 이 사회가 거세시켜야 할 총체적 절대악의 표상을 맡은 이병헌의 역할은 작위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순간적 감정 이입을 일으킨다. 

이에 맞서는 강동원의 캐릭터는 차라리 비현실적이다. 

치밀한 두뇌는 물론 추진력과 결단력,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정의감까지 갖춘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에 충분하지만, 그 캐릭터에 대한 유대감은 현실적이지 못한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에 더욱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양 편을 오가며 살아남고자 하는 현실과 외면할 수 없는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우빈의 능청스런 모습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진정한 모습에 가깝다면 지나친 비약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의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올곧은 이가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세상 안에서, 심복까지 정리해 가며 개선의 여지없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끝까지 가는 사기꾼과의 접점에 선 채 이 편 저 편을 기웃거려야 하는 약자의 모습은 우리가 간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영화 말미의 쾌감과 희열 속에서도 끝내 포옹조차 하지 못하는 강동원과 김우빈의 브로맨스는 비현실과 현실의 간극을 여실히 보여 주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각 주연 배우들에 대한 비중과 역할이 고루 배분되는 만큼이나, 세 배우가 전체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시너지의 총합이 과연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지는 미지수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의 조합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의 21세기 버전을 노릴 만 했으나, 큰 에너지를 발휘하기 보다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기-전-전-결의 긴 호흡으로 전개된다. 

모두가 기다리는 후반부의 통쾌한 범죄 오락물로 넘어가기 위한 기본 서사로서 사건의 발단이 되는 전반부의 인물 간 갈등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출 만하지만, 예리한 관객들의 선견지명을 앞서는 치명적인 반전의 묘가 살아 있는지도 의문이다. 

결코 짧지 않은 143분의 러닝 타임을 효과적으로 제약할 만한 함축의 미가 아쉬운 부분이다. 

케이퍼 무비 특유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다층적 구성원들 간의 합보다는, 나머지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기능적인 쓰임새로서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것 또한 조의석 감독의 전작 <감시자들> 에 연이은 맹점으로 떠오를 성싶다. 

전문가들의 묘사에만 집중한 범죄액션 장르답게 남자들 간의 화학작용에만 치중된 나머지, 여성 배우들의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미약하여 보조적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는 요사이 한국영화의 상투적인 지적도 면키 힘들다. 

하지만 웅대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후반부의 필리핀 올로케이션에서 피어나는 카체이싱 속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고 홀로 걸어 나오는 강동원의 비장한 모습은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의 기시감을 떠오르게 한다. 

이 영화가 막연하게 스케일이 크기만 할 뿐, 구체적인 한 방이 없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영화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고 한다. 

무언가를 강탈 혹은 절도하는 모습을 담은 장르성에 충실한 영화답게, 객관적으로는 허황될지언정 정작 실낱같은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희대의 사기극은 우리에게 가슴 시린 동질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영화 못지않은 비현실적 모습들이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본래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시대적 상황에 편승하게 되는 특정 장르의 판타지가 통쾌함보다는 착잡함으로 먼저 다가오는 서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앞서기도 한다. 

본의 아니게 시국과 맞물리게 되는 사회고발성 스토리텔링도 이젠 서서히 지칠 때가 되는 그 날이 가까이 오길 희구할 뿐이다. 

12월 21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한국영화로서는 드물게 쿠키 영상이 두 개 있다. 엔드 크레디트가 다 끝나도록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병헌의 또 다른 재능인 애드리브를 만끽할 수 있다.

★★★☆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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