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합류했다. 원 지사는 4일 오전 신당 창당 준비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누리당을 떠나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길에 나선다”며 새누리당 탈당과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이로써 원조 소장파로 불렸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모두 새누리당을 떠나 신당에서 뭉치게 됐다.
원 지사마저 신당에 둥지를 틀자, 정치권에서는 보수의 세력 구도가 신당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우선 신당은 보수 측 ‘잠룡(潛龍)’으로 불리는 대권 후보 대부분을 품에 안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 대권 후보 지지도 순위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순서였다. 반 총장과 홍 지사를 제외하면, 전원 신당에 합류했거나 합류할 예정인 인사들이다.
차기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필연적으로 ‘인물’이 많은 신당 중심으로 권력 구도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의원 수는 아직 새누리당이 많지만, 대부분이 초선이나 비례대표”라며 “중진 이상 의원들은 전부 신당으로 옮겼고, (남아 있는 중진들의 경우) 친박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어서 결국 신당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개혁 이미지를 선점했다는 점도 신당의 미래를 밝히는 요소다. 신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비박 핵심’으로 우뚝 선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얼굴로 내세웠고, 여전히 ‘개혁 보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남 지사와 원 지사, 정 의원을 영입하면서 ‘남·원·정’ 삼각편대를 다시 띄우는데 성공했다. 새누리당이 4% 지지율로 2016년을 마감한 박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신당은 청와대와 명확히 선을 긋고 ‘변화하는 보수’ 이미지를 획득한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개혁보수신당은 지난 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새누리당(13.4%)을 3위로 밀어내고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정당지지도 조사 2위(17.3%)에 올랐다. 특히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층마저 새누리당(32.6%)보다 신당(34.1%)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보수층의 표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이날 〈시사오늘〉과 만나 “이제 새누리당은 끝난 것 아니겠나”라며 “지금 친박들이 저렇게 버티는 건 미래가 없다는 걸 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입당이든 창당 후 합당이든 반 총장도 신당과 뜻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결국은 신당이 새누리당을 선별 흡수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