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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환, "홍대 하면 떠오르는 돈가스집으로 만들 것"
<인터뷰>명동 왕돈까스 직영점 사장
"정직함과 정통성이 자랑이자 뚝심"
사정 어려운 사람에게 무료돈가스 대접
2017년 01월 21일 (토) 안지예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 차주환 명동 왕돈까스 직영점 사장 ⓒ시사오늘

“돈까스를 드시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신 분은 들어오십시오. 대접하겠습니다.”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5~10분 거리의 한 골목에 위치한 ‘명동 왕돈까스’ 매장 입구에 붙은 문구다. 특히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전통을 잇는 돈가스집으로, 1998년부터 운영된 본점의 역사와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곳 직영 매장은 차주환(29)씨가 총책임자며 이미 유명 맛집으로 소문난 본점은 차씨의 부모님이 운영하신다. 차씨는 폭설이 내린 20일 이른 아침임에도 매장에 가장 먼저 출근해 기자를 반겼다. 확고한 ‘선행 철학’과 ‘우리 돈가스를 더 널리 알리겠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매장 소개 부탁드린다.

“정통 일본식 돈가스다. 일반 돈가스처럼 넓적하고 소스가 부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 고기도 두껍고 소스도 따로 찍어먹는 게 특징이다. 전부 직접 손으로 만든다. 비슷한 맛을 내는 안 좋은 재료를 쓴다든지, 하는 장난도 안치고 정통성을 이어간다는 게 자랑거리고 뚝심이다. 튀김옷을 입힐 때 노른자를 쓰지 않고 흰자만 사용한다. 그래야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처음엔 돈가스 4가지 종류만 팔다가 여러 입맛을 반영하려고 오므라이스 4개도 곁들이게 됐다. 본점과 상호, 메뉴, 레시피 다 동일하지만 특히 자신 있는 건 함박스테이크를 모토로 해서 만든 데미돈까스오므라이스다. 아직 판매하진 않지만 돈가스 위에 비프소스와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새로운 메뉴도 생각 중이다. 이게 정말 맛있는데 아직 상품화 할 정도는 안 된다. 너무 오래걸려서다.”

- 매장에 들어오기 전 입구에 붙은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실 애매하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걸 물어보고 따지고 줄 수는 없지만 배고프다고 들어오는 분한텐 드린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 계층이다. 진짜 주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실제 드시고 가는 분은 1달에 5~6명 정도다. 이 아이디어도 부모님 가게에서 먼저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군인 출신이신데 자영업을 하려니까 처음엔 자존심도 상하고, 서비스직이다 보니 참아야하는 부분도 많아 힘드셨던 모양이다. 어느 날은 아버지께서 오토바이를 타고 식자재 운반 중에 사고를 크게 당하셨는데 주변 사람들이 전부 교통도 막고 도와줬다고 하더라. 며칠 뒤 어머니께 이걸 계기로 선행을 목표로 삼아 일해야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 부모님이 하셨다고 해도 따라 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저도 봉사를 좋아한다. 고등학생 때 공부는 안하고 봉사활동만 했다. 남고를 다녔는데 주변 걸 스카우트와 유대관계가 형성될 줄 알고 보이 스카우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없고 봉사활동만 보내더라. 첫 봉사는 남산 타워 밑 중증 장애인 시설인 ‘애니아의 집’에 간 거였다. 처음엔 ‘이걸 왜 하지’란 생각이었지만 나중엔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을 붙이게 돼 자발적으로 갔다. 고등학교 3년 동안 470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한 걸로 기억한다. 이후엔 서류에 남는 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장애인들을 인솔해 영화관 가는 활동도 자주 했다.” 

- 부모님은 어떻게 돈가스집 운영 시작하게 된 건지.

“아버지가 장교로 예편한 뒤 회사도 다니시고 주점도 운영해봤지만 잘 안되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돈가스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 기술을 전수받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다더라. 실제 그 매장 사장님이 일본의 3대가 운영하는 돈가스집 주인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비법을 절대 안 가르쳐줘서 2달 넘게 쫓아다니셨다고 들었다. 지금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이서 운영하시는데 주말엔 남동생에게 매장을 맡기고 함께 여행을 다니신다.”

- 부모님께 비법을 배우는 건 어땠나.

“1년 정도 칼 잡는 법, 튀기는 법 등을 배웠다. 많이 혼났다. 아버지가 좀 가부장적이신 분이라 제가 반론을 제기해도 의견 수렴은 잘 안됐다. 한 번 의견이 반영된 적이 있다. 식탁에 세팅돼 있는 휴지를 원래는 일일이 다 접었는데, 공장에서 접어져 오는 게 있다고 건의하니 반영이 됐다. 하지만 돈가스 맛엔 감히 의견을 내지 못했다. 맛이나 재료는 워낙 완성도가 높은 음식이다. 주로 운영에 관련된 부수적인 것들만 말씀을 드렸다.”

- 선행을 악용하는 사람은 없었나.

“물론 있다. 한번은 건장한 청년이 문구를 보더니 돈가스를 진짜 주냐고 묻고는 계속 오더라. 일주일에 3번 정도 와서 늘 핸드폰 만지작거리면서 메뉴를 골랐다. 본점에서는 노숙자 분한테 한번 포장을 해드렸는데 그걸 술안주로 삼고 계시더라. 나중엔 아예 동네 노숙자 분들을 다 데리고 와서 곤란했던 적이 있다. 그런 분들이 있을 땐 속상하다. 정말 배고픈 분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요리를 베풀고 싶은 마음인데 이렇게 농락당하면 기분이 좋진 않다.”

- 반대로 뿌듯했던 적은.

“동네에 허리가 90도로 굽은 폐지 줍는 할머니가 계셨다. 한번은 할머니가 거절하셨는데도 돈가스를 그냥 싸드린 적이 있었다. 1~2주 후에 할머니가 다시 오셔서 돈가스 하나 달라고 하시고는 나갈 때 꼬깃꼬깃한 돈을 손에 쥐어주시더라. 할머니 마음인데 안 받을 수도 없어서 받고 다음에 오시면 돈가스를 더 많이 드리곤 했다. 어느 날은 정장을 반듯하게 입은 신사 분이 계산할 때 5만원을 주시면서 배고파서 오는 분들 위해 내는 돈이라면서 계산하고 간 적도 있다. 그럴 때 정말 뿌듯하고 이 맛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

- 본인만의 봉사 철학이 있다면.

“단순히 돈을 주는 게 과연 진짜 봉사일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돈만 기부하는 데는 전혀 뿌듯함을 느끼지 못한다. 의식주 중에 ‘식’이 있지 않나. 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소화가 되는 음식인 거다. 내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는 데 의미가 있고 보람의 크기가 분명 다다르다. 단순히 선행 목적으로 저 문구를 붙여놓은 것도 있지만 분명 배고픈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글귀를 보고 들어올 기회를 줄 수 있지 않나. 보고 들어오면 한명의 배고픈 사람이라도 훈훈하게 도와줄 수 있으니까.”

- 가업을 이은 만큼 자녀에게도 물려줄 생각이 있나.

“아내가 3월 중순쯤 출산 예정이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면 가르쳐주겠지만 절대로 그냥 가르쳐주진 않을 거다. 제 자부심인 만큼, 이 일을 우습게 보진 않는지, 얼마나 진지한지, 다른 일엔 최선을 다해봤는지 등 다 따져볼 거다. 부모님도 내게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셨지만 ‘공짜는 없다’를 가르쳐주셨듯이 말이다. 하하. 하지만 지금은 좋기만 하다. 고생은 아내가 다 하니까. 임신을 안 해봤으니 힘들다고 할 때 어떻게 위로해줘야 민감하지 않게 공감해줄 수 있을지 항상 어렵다.”

- 향후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선행을 바꿀 의향은 없다. 꾸준히 초심 잃지 않고 음식에 장난치지 않고 정직하게 열심히 만들어서 번창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도 많이 찾아주시지만 ‘홍대에 참 잘 하는 돈가스집이 있지’ 떠오르게 하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은 ‘하루에 이 정도 벌면 됐다’ 하시지만 부모님보단 내가 더 욕심을 내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는 세계여행이다. 자녀가 독립할 때쯤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근데 아이가 연애도 안하고 결혼도 안한다고 하면 어쩌나 고민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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