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귀국한 지 약 3주 만이다.
사실 현 정국에서 반 전 총장의 낙마는 이미 기정사실화 된 상태였다. 이미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반 전 총장의 완주 가능성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 바 있다. 반 전 총장의 중도포기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지목되지만,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친박계의 대표 이미지, 정치 경험의 부재, 그리고 조기 대선으로 인한 절대적 시간 부족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개인과 가족, 그리고 10년을 봉직했던 UN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며 “제 주도로 정치교체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낙마 이유로 우선 친박계로 분류되는 ‘여권 이미지’가 손꼽힌다. 반 전 총장의 등판설은 사실 여의도 정가에선 수 년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루머의 요지는, 새누리당 친박계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항마로 내세울 후보가 반 전 총장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박근혜 정부와 친박계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민심은 등을 돌렸고, 반 전 총장의 행선지도 갑자기 미궁으로 빠졌다. 바른정당 행, 국민의당 설, 제3지대 규합론 등 다양한 추측만 남긴 채 반 총장은 표류했다. 그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것은 반 전 총장이 여권의 후보라는 포지션이었다. 그의 주변도 자연스레 여권 인사들로 가득 메워졌다.
여권 후보군, 그것도 친박계와 연결됐다는 이미지가 남겨진 한 반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주체가 될 수는 없었다. <시사오늘>이 지난 달 26일부터 30일까지 설 연휴 동안 전국 각지의 민심을 취재한 결과, 여론이 가장 열망하는 것은 바로 ‘정권교체’였다. 여기에 부합하지 못하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기름장어’라는 별명으로 대변되는 유연한 이미지는 최순실과 정유라 등 현 시점의 공적(公敵)에 대한 확실한 단죄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다음으론 정치경험의 부재다. 외교 관료 출신으로 본격 정치를 해본 적 없는 반 전 총장은, 그나마도 지난 10년간 한국을 비웠다. 조직을 만들어본 경험도, 선거를 치러본 일도 없는 그가 대선이라는 최대급 고시(考試)를 치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지도와 인맥, 그리고 급조된 팀으로만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정글 같은 한국 정가에서 맨몸으로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모험'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또한 반 전 총장에겐 시간도 모자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며 대선시계가 앞당겨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의결 시, 빠르면 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대선 정국에서 반 전 총장은 준비할 절대시간이 없었다. 계속되는 검증과 의혹 공세를 채 방어할 틈도 없이 이미 본 레이스가 시작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의 낙마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조금 더 빨랐을 뿐”이라며 “다양한 한계가 진작부터 노출돼 왔었다. 여권의 후보 부재로 버텨왔지만 무언가를 계기로 무너진 듯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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