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對기자]'TK적자' 보단 '개혁보수주의자'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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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對기자]'TK적자' 보단 '개혁보수주의자' 변신
  • 정진호 기자 김현정 기자
  • 승인 2017.02.01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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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이야기⑦유승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현정 기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12월로 예정됐던 차기 대선이 이르면 봄에 치러질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그러나 대선이 앞당겨지면 그만큼 검증 기간은 짧아진다. 〈시사오늘〉에서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 대선 주자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곱번째 주자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다.

▲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 뉴시스

이름 : 유승민 (劉承旼)
출생 : 1958년 1월 7일 (만 59세)
출신지 : 대구광역시
주요이력 :
2005. 10 ~ 2008. 05 제 17대 국회의원
2008. 05 ~ 2012. 02 제 18대 국회의원
2012. 05 ~ 2016. 03 제 19대 국회의원
2016. 05 ~ 現       제 20대 국회의원

 

탈박

STRONG

김현정(이하 김) - “박근혜 대통령은 떳떳하지 못하다.”

핵심 친박계였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을 이같이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05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이후 그는 ‘핵심 친박계’로 불리면서 2007년 대선 경선까지 함께하는 등 ‘박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11년부터 유 의원과 박 대통령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고, ‘국회법 파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 및 친박계와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다. 결별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유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소신 발언을 쏟아낸 것이 대립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처럼 그는 새누리당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증세 없는 복지’에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허구”라며 전면 부정하는 등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촉발한 새누리당 내홍 속에서도 소신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여전했다. 당시 유 의원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흔들리는 새누리당을 다잡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정당의 틀 안에서 마지막까지 개혁과 혁신을 추구하다가 패권주의에 막혀 탈당, 새로운 도전에 나선 유 의원의 ‘원칙을 지키는’ 이미지는 차기 대선에서도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WEAK

정진호(이하 정) - “유승민 의원이 말했던 박근혜, 대구·경북 분들을 포함한 무수한 사람들에게 박근혜에 대한 막연하고 무조건적 지지와 기대, 희망을 심어주셨죠. 사이 나빠졌다고 없던 일로 털고 도망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과거 유승민 의원이 했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영상에는 유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가 꼭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 세 가지만 말해 달라’는 요청에 ‘국가관과 애국심이 정말 투철하며, 원칙과 신뢰를 확실히 지키고, 정말 깨끗한 분’이라고 답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유 의원은 대표적인 비박(非朴)계 정치인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이 말한 ‘배신의 정치’ 당사자였으며, 새누리당 탈당파가 모여 창당한 바른정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표 의원 말처럼, 유 의원은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본인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에는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최태민의 딸이고 정윤회의 부인이라는 정도만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운 만큼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여전한 차기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혁보수

STRONG

- “보수가 복지나 분배에 대해 개혁적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는 건 극우들의 논리와 같다.”

유 의원은 지난 2일 〈JTBC〉 ‘신년토론’에서 이같이 말하며 기존 보수와 차별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한 그는 ‘경제·사회는 좌 클릭, 외교·안보는 우 클릭’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육아휴직 최대 3년’, ‘재벌 개혁’ 등 여태껏 보수진영에서 자주 언급되지 않았던 진보적 정책을 추구하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는 ‘기존 사회제도를 고수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정치적 보수(保守)층 임에도 진보적 성향을 띈 ‘개혁보수’로 명명된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라진 두 진영을 아우르는 정책을 표방하는 유 의원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안보적 불안감을 느끼는 유권자들과 보수 주자에게 사회·경제적 불만을 갖는 유권자들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 역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중도는 물론 진보 표까지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며 자신이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WEAK

- “그 사람들(야당)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제가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보수의 후보가 되는 것이다.”

유 의원은 지난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제기한 ‘최순실 게이트 책임론’을 이렇게 논파했다. 보수 표심은 물론, 중도와 일부 진보 표까지 끌어올 수 있는 자신이 가장 위협적인 보수 후보기 때문에 야권이 공세에 나섰다는 논리다. 실제로 유 의원은 올 초 〈머니투데이〉가 실시한 대선주자 경제·사회분야 정책성향 스펙트럼 분석에서 야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안희정 충남지사보다도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진보가 좋아하는 보수 주자’가 대선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진보 진영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확실한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해가고 있다. 보수 측에서는 유일하게 문 전 대표와 맞상대가 가능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의심할 데 없는 강고한 보수’ 황교안 국무총리가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카테고리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라는 대안도 존재한다. 대통령 선거가 결국 고정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유입 정도에 따라 판가름된다고 보면, 고정 지지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유 의원의 도전은 확률 낮은 ‘모험’이 될 전망이다.
 

TK(대구·경북)

STRONG

- “TK분들이 옳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선택을 강요하는, 즉 ‘조폭의 의리’를 강요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총선에서도 다시 TK 선택을 받았다. TK 유권자들도 대통령 탄핵사태 정리 후 미래를 고민할 것이다.”

유 의원은 TK 민심이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하며 대권 도전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이 강세인 대구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이 된 이력을 강조하며 “TK 지역 여론조사는 믿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TK 적자’인 유 의원이 보수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지난 23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반 전 총장에 대한 TK 지지율은 28.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처럼 보수 성향이 강한 TK가 반 전 총장을 대체할 인물로 유 의원을 선택한다면, 유 의원은 TK라는 든든한 이념적·지역적 기반을 갖고 야권 후보와 맞설 수 있다는 뜻이다.

WEAK

– “유승민은 안 된다. 사람이 신의가 있어야지.”

지난 설 연휴를 맞아 대구를 찾은 〈시사오늘〉 기자에게 현지 주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비서실장을, 2012년 박근혜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지난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가 위치한 TK(대구·경북)에서 유 의원이 얻은 지지도는 3.2%에 불과했다. ‘TK의 적자(嫡子)’를 자임하는 유 후보로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더욱이 TK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TK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28.8%의 지지도를 반 전 총장에게 몰아줬다. 그러나 유 의원은 사회적경제기본법 발의, 법인세 인상 등으로 끊임없이 보수층에게 ‘정체성’을 의심받아온 정치인이다. 지역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유 의원과 TK는 함께하기 어려운 한 쌍인 셈.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이 그리는 ‘TK·보수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지지층을 확장한다’는 그림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제부입니다.
좌우명 : 행동하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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