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인터뷰] “한반도 사드, 미·중 모두 옭아 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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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인터뷰] “한반도 사드, 미·중 모두 옭아 맬 수 있어”
  • 최정아 기자
  • 승인 2017.02.12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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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외교 전문가 진단-②중국편>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朴정부, 원칙없는 ‘롤러코스터 대중외교’…최악의 惡手”
“사드배치, 이미 엎어진 물…사드 ‘한 포대’가 전략적 자산 될 수 있어”
“트럼프,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 없어…미중전쟁은 일방의 승리로 끝나기 어려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한국 외교는 역대 손꼽히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이 입모아 하는 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이하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이같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미국 역대 대통령과 전혀 다른 인물이다. 이웃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요시하기 보다는, 고립주의와 우익 포퓰리즘(populism‧인기영합주의)을 표방한다. 트럼프의 외교노선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특히 한국을 둘러싼 외교적‧지정학적 환경은 거의 재앙에 가깝다. 한국외교의 최대 변수가 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세계 대표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군비경쟁에 앞장서며 한반도 안보에 불안감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가 가세할 경우, 한반도 안보 변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은 한국외교. 우리 한국외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시사오늘>은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편집자주>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미국·중국 정부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국제적인 유력 중국전문가로 꼽힌다. 2005년 당시 국제적으로 전문가 대다수가 차기 중국 지도자로 ‘리커창 전 랴오닝성 당서기’를 지목할 때, 김 소장은 “시진핑”을 지목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참여정부는 김 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진핑 당시 저장성 당서기를 우선적으로 초청해 국가 원수급으로 대우했다.

김 소장은 특유의 예리한 분석으로 국제 유수 언론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美 뉴욕타임즈> <일본 마이니치> 등 세계유수언론은 물론 해외 전문가 인터뷰를 꺼려한다고 알려진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에서도 이례적으로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선 유력 정치인들의 ‘외교 과외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박근혜 대통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전 더불어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여야 상관없이 대중(對中)정책 방향성과 국제정세에 대해 소신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아왔다. 지난 6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소장은 최근 중국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미국·중국 정부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국제 유력 중국전문가로 꼽힌다. <시사오늘>과 인터뷰 중인 김흥규 소장.ⓒ시사오늘

◇ “朴정부, 원칙없는 ‘롤러코스터 대중외교’…최악의 惡手”

- 박근혜 정부의 대중(對中)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한중관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초반,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한중관계 정점(頂点)은 2015년 9월 서방국의 불참 속에서 북경에서 개최된 ‘2차대전 70주년 전승(戰勝)기념식’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이 북경 천안문 광장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함께 섯던 장면은 그만큼 상징적이었다. 역대 대한민국의 어느 지도자들도 보여주지 못했던, 아마도 앞으로는 다시 볼 수없는 장면이었다. 이 때만해도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은 ‘연미화중(聯美和中)’ 원칙을 고수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6년 1월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한중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한 정권 하에서 역대 최상과 최악의 한중관계를 동시에 경험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소 세계 10위권의 중견국가인 한국이 이정도로 롤러코스터같이 급변하는 외교정책을 취한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뚜렷한 외교 철학과 원칙을 가졌던 것이 아니었구나’라고 느꼈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현 상황은 불행히도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가장 첨예하게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롤러코스터 외교’ 덕분에, 한국이 ‘미국 아니면 중국’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버렸다. 역대 악수(惡手) 중 최악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두 정상간 사적인 유대감이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푸잉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 주임이 “박 대통령, 시 주석이 전화를 안 받았다고 정말 화났습니까?”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귀국 행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시진핑 주석이 한국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라는 의미의 폭탄성 발언을 한적 있다. 이 발언 때문에 시 주석이 중국 내부에서 굉장한 비판에 직면하였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한 지극히 사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기점으로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무너진 것 같다.

200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전후로 두 정상간 불신이 크게 악화되었다. 박 대통령의 전화요청을 시진핑 주석이 받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서방의 따가운 시선에도 북경까지 가줬다. 그런데 시 주석이 전화를 받지 않자, 상당한 좌절감을 느낀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중)외교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박 대통령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국가 대 국가 관계는 무조건 ‘국익’에 따라 움직인다. 중국은 내부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자가 전화를 받은 선례가 없다. 중국 정부도 오히려 당황해 했다. 실제로 푸잉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 주임은 필자와의 면담시 “박 대통령께서 시 주석이 전화를 안 받았다고 정말 화났습니까?”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런 질문을 받은 내 자신도 당황했다. 이는 우리 외교와 중국에 대한 이해의 가벼움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현재 이 정부는 그 덕택에 일본, 미국, 중국 등으로부터 중견국으로 받아야 될 배려와 존중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 “사드배치, 이미 엎어진 물…사드 ‘한 포대’가 전략적 자산 될 수 있어”

- 한반도 사드배치 논쟁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사드문제는 단순한 대북용 무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중 경쟁과정에서 대단히 첨예하게 상징적으로 맞붙는 영역이다. 잘못 다루면 그 비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히 다뤄야한다.

일단 나에게 사드배치에 찬성하느냐 묻는다면 ‘찬성’이다. 물은 이미 엎어졌다. 현재 조건하에서 찬성이란 뜻이다. 사드배치를 거부했을 때, 트럼프 정부는 한국경제 제재, 다양한 한미동맹 약화조치는 물론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 위협 등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후폭풍을 우리는 감당할 수 없다.

중국과 전면적인 적대관계에 빠지는 상황 역시 감당할 수 없다. 이데 대한 대안은 (미국과의) 사드합의는 북핵 대응용임을 분명히 하고, 주한미군을 동맹의 차원에서 보호해야하는 한국의 입장을 전달해 중국을 잘 설득해야한다. 단, 중국의 전략적 우려도 분명 반영해줘야 한다. 미국은 한국내 사드배치를 필두로 주변국에 사드를 배치해 중국을 견제하려 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북핵용 사드 포대 하나를 세우되, 한미동맹을 중국을 겨냥하는 지역동맹화 하는 데에는 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우려를 해소시켜줄 수 있다고 본다. 한미 동맹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더 활용할 수 있고, 세계 공공재에 기여하기 위해 더 강화할 수 있다."

- 왜 사드포대 ‘하나’를 배치해야하는지?

"사드 ‘한포대’가 우리의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 역발상이다. 보통 사드 반대론자들은 사드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사드의 배치는 미국의 전략 자산을 한국 땅에 갖다 놓는 거다. 향후 중국이 과도한 대외정책을 추구한다면 한미동맹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 사드를 연동하게 하는 대한국 압박은 중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전략자산을 한국에 가져다 놓았고, 한국과의 동맹에 대한 기대치를 유지하게 한다. 미중 양국 모두 한국에게 잘 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 중국도 이 상황(사드 논란)을 악화 시키는 게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때문에 우리가 이 상황을 잘 활용해야한다.

시진핑 주석은 한중관계에 자신했던 사람이다. 본인 스스로 한중관계 개선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런데 사드로 시 주석의 권위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시 주석이 (사드로 쌓여있던 앙금이) 해소되지 않으면, 아래 각 부처에서도 (한국과) 타협하자고 건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는 한국의 정권 교체시 새로운 정부의 지도자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이재명 성남시장의 주장대로, 사드배치를 철회한다면 어떻게 되는건가.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배치 철회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관계가 악화되어 금융 신용평가 문제와 같은 영역에서 압박신호를 보내면 한국 기업들은 돈 벌리기 힘들어진다. 주식시장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고 또 주한미군을 재배치 위협도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는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

반면, 사드배치를 강행하게 되면 중국으로부터 대대적인 보복을 당할 것이다. 삼성, 현대, 롯데는 물론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벌려놓은 중국 사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 어느 쪽을 적대해도 우린 6개월을 버티기 힘들다. 그런데 일각에선 한국 안보·경제 내구성에 대한 심각한 평가를 하지 않고, 국방부문을 모든 안보문제로 환원시켜 이것이 우리 주권의 모든 문제인 양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안보를 위하는 것도 아니며 적절한 타개책도 아니다. 한국의 타개책은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빛’이다. 냉정하게 국익의 차원에서 상황을 관리하고, 한미 혹은 한중 간 협상의 공간을 활짝 열어 둬야한다. 그리고 분명히 해결 공간은 존재한다."

- 제2의 미중 간 격전지로 ‘이어도’를 꼽았다.

"동북아가 미중 간 ‘전략적 공간’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특정 공간’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지정학적·전략적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그 공간이 바로 이어도다.

과거엔 독도가 그랬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강대국들이 러시아 남하정책에 맞서 연합전선을 구축했는데, 영일동맹도 동북아까지 뻗치고 있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이 가운데 독도는 러시아 함대를 관찰할 수 있는 ‘최전선(最戰線)’이었다.

2차 대전을 종결짓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강대국들이 독도를 애매하게 남겨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반도가 공산화되면 최전선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독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도를 한국에 주지 않고 일본이 유사시 점유할 수 있도록 남겨놓은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로비설, 유지설 등은 잘못된 분석이라 생각한다. 미국, 일본 등 강대국들에게 독도는 전략적 공간이었던 것이다.

현재 이어도도 마찬가지다. 이어도는 현대의 과학기술로 순식간에 군사기지화 할 수 있다. 서해와 대한해협, 동해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전략공간이란 뜻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어도는 일본에서 센카쿠열도까지 이어지는 선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이어도를 중국이 장악하게 되면, 유사시 미국 지원함대가 한반도 해역으로 진입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은 이어도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중간 전략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어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도 거세질 것이라 본다."

- 미중 전략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사드문제가 앞으로 한국외교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 같다.

"맞다. 사드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으면, 향후 이어도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불거져 나올 것만 같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을 향해 강경 정책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한국이 철저히 불리한 상황이다. 센카쿠열도, 독도 모두 섬이라 강점을 하게 되면 국제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어도는 영토가 아니라 공해상이다. 중국이 그 해상위에 만톤급 상선이나 혹은 민간어선 100척을 풀어 놓는다 가정해보자. 군사적으로 밀어 붙일 수 있을까? 한국에겐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이어도 문제는) 우리 혼자 힘으로 풀어낼 수 없는 문제다."

▲ 김흥규 소장은 "사드 '한포대'가 우리 한국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과 인터뷰 중인 김 소장. ⓒ시사오늘

 ◇“北, 미중 간 ‘줄타기 외교’…한국 북핵대응 능력 취약”

- 오늘날 북중관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북중 관계는 대체로 네 가지(혈명관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 전략적 협력관계, 정상 국가관계)로 분류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북중관계를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라고 칭한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북한과 ‘정상적 국가관계’로 전환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상적 국가관계란, 국익에 의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북중 간 이해관계의 갈등도 강하지만, 서로 간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북중 양국은 서로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곤 한다.

현재는 북중 양국의 상황은 전략적 협력관계와 정상적 국가관계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혈맹관계의 시각에서 북한과 중국을 바라보면 안 된다. 북중 관계 역시 변화하고 있다. 그 흐름을 잘 이해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 활용해야한다."

- 북핵이 미국은 물론, ‘중국’을 겨냥한 북한의 전략 자산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북핵 위협을 대단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중 양국은 서로 신뢰가 높았던 건 아니다. 북한 또한 중국을 우호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1956년 종파사건(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표된 ‘반당 반혁명적 종파음모책동’ 사건)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북한은 중국과 소련이 힘을 합쳐 김일성을 제거하려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후 북한은 주체사상을 통해 강대국 의존성을 최대한 억제하고 떨쳐내려고 했다. 일종의 자구책이었던 셈이다.

최근 4·5차 핵실험도 이 같은 시각에서 바라봐야한다. 김정은은 핵실험을 통해 ‘나는 더 이상 너희들의 종속변수가 아니다. 독립변수다’라고 북한과 러시아에 선언했다. 김정은은 이제 북한이 약소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김정은은 아마도 중국에 맞서 강대국을 개척한 ‘광개토대왕 신드롬’안에 있을 지도 모른다.

중국에겐 굉장히 골치 아픈 상황이 됐다. 핵을 가진 북한은 냉전시기 중국과 소련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했듯, 미중 경쟁을 활용하며 줄타기 외교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경과 평양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동경이나 워싱턴보다도 훨 가깝다. 즉, 북한과 친밀해 질 수 있는 거리지만, 유사시 위협적일 수도 있단 뜻이다. 또 북핵의 안전문제는 세계최악의 상황이고 혹시 안전사고가 난다면 북경은 비워야 한다. 중국에게 어마어마한 불안요인일 수밖에 없다."

- 국방부에서 ‘북핵·미사일 대응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우리 북핵 대응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탐지능력, 재래전 능력은 어느 정도 갖췄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은 준비가 안됐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대응팀을 신설하겠다는 국방부의 의지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단, 군내 이기주의 때문에 정합(整合)적인 전략능력을 제대로 갖출지, 과연 (북핵대응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회의적이다. 우리 스스로가 전략과 작전을 짜고 운용할 수 있는 그 역량을 갖춰야한다. 그러려면 전작권 전환이 필수적이고, 재래전(戰)에도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 북핵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할 수 있는 준비태세는 차기정부에서 빠르게 갖춰 나가야할 분야다."

▲ 김흥규 소장은 "트럼프 정부는 북한 선제공격을 감당할 수없을 것"이라며 '미국 북한 선제공격론'을 일축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트럼프,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 없어…미중전쟁은 일방의 승리로 끝나기 어려워”

- 트럼프 정부의 대중외교, 어떠한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는가.

"미중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대전 상황에서 미중 양국이 대규모의 군사충돌을 감내할만한 의지와 역량은 없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미국 군사력이 중국에 비해 압도적인 것은 맞지만, 중국과 전면전을 벌여 14억 인구를 다 죽일 수 있겠나? 그러 러면 미국 전(全) 인구를 다 전쟁에 투입시켜야한다. 그래 놓고도 유지하기도 힘들다. 적어도 뉴욕, 시카고 등 몇 개 대도시는 핵폭탄으로 날라 간다. 따라서 미중 군사전력을 놓고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의 (국제적) 우위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트럼프가 말하는 ‘우위’란 무엇일까. 대외적으로는 군사적 측면을 강조했지만, 진정한 힘은 경제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사업을 벌려야한다. 현재 트럼프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군사적 긴장과 압박은 미국의 실질적 경제 이익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일종의 전략이다. 미중 간 무역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군사적 압박과 긴장 또한 높아질 것이다. 미중 양국이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겠지만, 사실상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단이 거의 없다. 미국 기업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이고, 중국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속적인 압박과 무역전쟁은 어렵다. 또 미국 정부는 직접 쓸 수 있는 돈이 없을뿐더러, 국회의 제약을 받는다. 반면 중국의 경우, 전체 자산 55% 가량을 중앙정부가 움직일 수 있다. 실탄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미중은 결국 일정 수준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다."

-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제공격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은 선제공격을 감당할 수 없다. 북핵을 무력화 시켜야하는데, 미국은 북핵이 다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북한의 핵무기 반격이 들어 올텐데 감당이 가능하겠나.

트럼프는 그런 위험을 걸 사람이 아니다.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사람도 아니고,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 국익에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북한이 미국이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믿어주기를 희망할 것이다. 남북 간 소규모 충돌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 북핵문제 해법, 어떻게 보는가.

"북한정권이 붕괴할 것이란 믿음은 환상이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먼 미래다. 어느 국가도 북핵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무엇을 위해 비핵화를 실현하고 북한정부를 무너뜨리겠나. 장기간을 두고 해결해야할 문제다. 압박과 대화의 정책을 병행해야한다. 남북 간 공존의 원칙과 공조를 통해 상황을 안정시키면서도, 북핵 미사일 개발에 대해선 국제적 제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핵 등) 상황관리, 교류의 증대, 공동의 이해관계 형성, 통합, 이 단계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통일을 향해 가야한다. 북한 내부의 변동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우리가 인내심 있게 또 냉정하게 바라보며 통일을 추진해야한다."

- 차기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차기 정부가 외교적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재기하는데 20~30년이 걸렸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국(富國)이자, 최고의 제조업국가인 일본이 말이다. 반면, 한국은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넘어지면 재기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사실은 우리 한반도 국익과 절대적으로 연결돼있다. 첨예한 국제적 이해관계는 물론, 한반도 통일전략까지….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차기정부에서 새로운 전략을 짜야한다.

두개의 우주(미국과 중국)가 동시에 공존하면서 부딪히면 파편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 중간에 끼여 버린 한국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국방, 안보, 외교, 경제가 맞물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다 같이 지혜를 모으자. 여기에는 여야나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후회없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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