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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치와 박근혜
<기자수첩>지지율 낮아진 보수 정당…극단적 목소리 부른다
2017년 03월 03일 (금)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당 지지율이 낮아지면 주도권 장악을 위한 ‘극단적 목소리’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사진은 이인제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 뉴시스

보수가 무너졌다. 지난해 10월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33.0%에 달했던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은, 5개월 만인 지난 2일 조사에서 13.5%까지 추락했다. 바른정당 지지율(6.4%)을 합한다 해도 20%에 미치지 못한다.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보수가 드라마틱한 붕괴를 맞이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히 보수 정당 지지율을 하락시킨 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수는 ‘고(高) 지지율의 선순환’ 구조 위에서 강고한 결속력을 과시해왔다. 높은 지지율은 보수 정당을 ‘정권창출’이라는 목표 앞에 결집시켰고, ‘수권정당’으로서 외연 확장에 힘을 쏟게 했다. 진보 진영까지도 끌어안으려는 외연 확장 노력은 또다시 높은 지지율로 연결됐다. 크고 강했던 ‘보수의 힘’은 ‘높은 집권 가능성’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집권 가능성이 사라지자 보수의 힘도 자연스럽게 약화됐다. 새누리당 분당(分黨)과 바른정당 창당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단 한 번도 분열된 적 없는 ‘보수 여당’이 갈라진 것은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신호음과도 같았다. 이제 보수는 정권 획득을 위한 진보 진영과의 싸움이 아니라, 보수 주도권 획득을 위한 내전(內戰)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보수는 진보와의 경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중도보수 색채를 강화해왔다. 최대한 많은 지지자를 포섭하려면 이념 스펙트럼에서 좌중간 혹은 우중간에 자리 잡는 것이 유리하다. 극좌·극우를 붙들어두고, 중앙으로 확장하며 ‘땅따먹기’를 해가는 것이 전통적인 선거 필승 공식이다.

하지만 내전과 외전(外戰)은 싸움 방식이 다르다. 이념 스펙트럼의 오른쪽에서만 벌어지는 싸움은 전장(戰場)의 크기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싸움에서는 충성심 약한 중도에 어필하지 않고, 확고한 지지층을 등에 업는 것만으로도 승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보수 내 주도권 전쟁에서 이기려면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콘크리트 지지율이 어디서 오는지는 명확하다.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한국갤럽〉이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은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30%에 육박하는(28%) 유일한 연령층이었다. 또 이들은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40%에 가까운(39%) 유일한 계층이기도 하다. 즉, 콘크리트 지지율을 얻으려면 60대 이상을 잡아야 하고, 60대 이상을 잡으려면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최근 등장하는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들의 ‘민심에 역행하는’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여권 대선 후보들의 탄핵 소추 기각 혹은 각하 요구는 5000만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15% 전후의 60대 이상을 겨냥한 목소리다. 차기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의 보수 주도권 쟁탈전을 대비한 포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 우향우’가 중도보수 이탈을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도 10% 전후를 유지했던 중도층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2일 조사에서 7.1%까지 폭락했다. 극단적인 목소리가 커지면 중도층은 떠나간다. 중도층이 떠나가면 지지율은 더욱 낮아지고, 지지율이 낮아지면 진영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극단적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보수 정당이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저(低) 지지율의 악순환’이다.

보수의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토록 강고했던 보수를 이런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의 상징’이었던 박 대통령이다. 과연 보수는 박 대통령이 무너뜨린 폐허 위에서 견고했던 ‘성(城)’을 복원할 수 있을까. ‘보수의 상징’에게 무너진 보수의 숙제가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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