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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군산 '꽁당보리 축제'를 가다
부모님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자녀에게는 교육의 장소로
2017년 05월 07일 (일) 김인수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꽁당보리 축제 입구가 번잡하자 모범택시 기사 분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시사오늘

가난의 상징에서 축제의 장으로

전라북도 군산에서는 매년 5월이면 재미와 동시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축제가 열린다. 바로 ‘꽁당보리 축제’다. 

   
▲ 꽁당보리 축제를 상징하는 꽁당보리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 ⓒ시사오늘

이름도 생소한 ‘꽁당보리’라는 단어에 호기심마저 든다.

꽁당보리는 가난의 상징이다. 일제강점기 곡장치대인 군산에서 생산된 쌀은 일본에 수탈당하고, 춘궁기에 먹을 것이 없어 익지도 않은 파란 보리를 삶아 밥을 해 먹은 것이 꽁당보리다. 이 지역에서는 ‘민둥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꽁당보리 축제는 예전 파란보리의 꽁당보리가 아닌 군산시 미성동의 지역 특산물인 ‘흰찰쌀 보리’를 홍보하기 위한 축제로 확대돼 올해 12회째를 맞이했다. 초기에는 군산시 미성동 주민들이 동네잔치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시에서 주관해 치러진다.

예로부터 땅이 비옥했던 군산·옥구 지역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보리 주산지였다. 특히 옥구현에서 재배되는 보리는 조선 시대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흰찰쌀 보리는 군산시 옥구읍에서 1995년 처음 재배되기 시작해 최고 품질로 호평을 받으며 널리 알려지고 있으며, 지역 특산품 ‘흰찰쌀 보리’ 홍보를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꽁당보리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 꽁당보리 축제는 4일부터 7일까지 군산시 미성동 국제마을 앞들에서 열리고 있다. 기자는 6일 꽁당보리 축제 현장을 찾았다.

축제현장 입구에서부터 관람객들의 자동차가 왕복 4차선 중 2개 차선을 점령하며, 꽁당보리 축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엄마와 5~6세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토닥토닥 다투는 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했다.

엄마는 아이 바로 뒤에 서서 환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아이에게 장난스럽게 꾸짖는다.

“이렇게 일찍 간다고 투정을 부리면 다시는 꽁당보리 체험하러 안 온다.”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눈은 땅을 응시하면서 잔뜩 골이난 표정으로 엄마의 말에 지지 않고 응수한다.

“싫어 또 올거야. 엄마는 왜 나를 힘들게 해.”

엄마는 좀 더 축제를 즐기고 싶은데 아이가 따가운 햇볕에서 그 넓은 축제현장을 걸어 다니다가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날의 축제현장 구름 한점 없이 햇빛이 내리쬐며 온도 또한 27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날씨였다. 이 모녀의 아기자기한 대화를 뒤로 하고 축제의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꽁당보리 비빔밥·맥걸리…먹거리·볼거리 한가득

축제는 체험마당, 전시마당, 놀이마당, 장터마당, 쉼터·산책마당 등 5개 마당으로 구성돼 운영하고 있다.

축제현장으로 들어서자 먼저 맞이하는 것은 지역특산물을 비롯해 꽁당보리를 이용한 수제보리떡 등 꽁당보리를 이용한 특산품 그리고 즐비한 추억의 먹을거리들이다.

지역특산품 코너를 지나면 노래자랑 무대에서 노래교실이 열려, 추억을 즐기러온 60~70대 어르신들이 노래 박자에 맞춰 어깨춤을 들썩였다.

   
▲ 먹거리장터가 꽁당보리 비빔밥과 맥걸리 등을 맛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시사오늘

축제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 장터다. 이 축제에서도 노래무대 바로 옆에 꽁당보리를 이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장터가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먹거리 장터에는 꽁당보리 맛을 즐기러 온 관람객들로 붐볐다.

먹거리 장터는 축제를 주관하고 있는 미성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꽁당보리 비빔밥부터 보리국수, 맥걸리(보리로 만든 막걸리) 등을 즐길 수 있다.

축제의 현장 가장자리에는 나운사진관, 군산전파사, 미성문방구, 추억의 교실 부스도 마련돼 있어 70~80년대 추억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 군산 흰찰쌀보리빵 ‘보리진포’ 체험장. ⓒ시사오늘

군산 흰찰쌀보리를 이용한 보리빵 ‘보리진포’ 체험장에서는 관람객들이 군산흰찰쌀을 이용한 보리빵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축제의 장을 찾는다면 보리로 만든 보리아이스께끼와 보리아이스크림 그리고 군산 순수 꽁당보리로 만든 수제 보리떡은 꼭 맛보길 추천한다.

   
▲ 군산 꽁당보리로 만든 수제 보리떡. ⓒ시사오늘

또 도자기 체험부스에서는 도공이 어린이와 함께 물레 위에서 도기를 함께 만들기도 하며, 화분 꽃심기 체험장, 오색송편 만들기 체험장 등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코너가 3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전시관 중 농기구 전시관에는 청동기 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와 최신 드론까지 전시돼 있는 등 인류 역사의 농기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 농기구 체험장에서 아이들이 농기구를 체험하고 있다. ⓒ시사오늘

군산 대표 맥주보리 품종 ‘광맥’으로 제조한 맥주한잔 캬~

특히 보리맥아 전시장에서는 군산의 대표 맥주보리 품종인 ‘광맥’으로 제조한 맥주도 시음해 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보리맥주는 호품, 백호, 광맥, 다이안, 이맥, 흑호 등이 있는데, 이 중 광맥의 품종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군산은 토질과 기후 환경 등이 보리재배의 최적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 이삭을 살짝 내민 파란 보리가 축제장 주변 수천 평에 걸쳐 펼쳐져 있다. ⓒ시사오늘

이 외에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기구와 에어바운스 등 놀이기구가 마련돼 이어 축제현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지루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도 곳곳에 보인다.

축제장 정문 좌측에는 천여 평에 달하는 들판에 활짝 핀 노란 유채꽃이 장식하고 있어 마치 제주도에 온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 마치 제주도에 온 것 같이 활짝 핀 유채꽃이 축제장 옆을 장식하고 있다. ⓒ시사오늘

축제장의 하이라이트는 꽁당보리 축제답게 이삭을 내밀고 있는 파랗게 자란 보리밭 사잇길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를 걷는 것이다.

특히 보리밭에 풀어놓은 닭을 보리밭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잡는 ‘보리밭 닭잡기’는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12번째를 맞은 군산 꽁당보리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호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꽁당보리 축제 관계자는 “꽁당보리 축제는 어릴 적 보리밭에서 뛰어놀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만큼 미취학 자녀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 반응이 매우 뜨겁다”고 평가했다.

축제 한 관람객은 “옛적 5월은 먹을거리가 없어 고생하는 시절이었다”면서 “지금은 그 가난했던 추억을 되살리려 60이 넘는 초노의 관광객들이 손자손녀들의 팔에 이끌려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군산 꽁당보리 축제는 생존 위한 잔치였다…신명풀이는 後

한편으로 군산 꽁당보리 축제는 축제라는 이름에 앞서 생존을 위한 잔치였다는 주장이다. 신명풀이는 나중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신동우 군산 농업기술센터 계장은 “꽁당보리축제는 보리 수매제 폐지 논란이 불러낸 축제이고 농업인의 저항과 생존이 지어낸 자생축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장이 급했고, 그래서 2006년에 농업인들은 별 준비 없이 미성동 지역의 10여개 단체를 규합해 축제를 일으켰고 그 사람들이 추렴해 보리밭에서 잔치를 벌였다”면서 “그래서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상업농의 초례청에서 신고식을 치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는 옛적에는 가난의 상징이었다가 웰빙바람이 불면서 건강식품으로 귀하게 여겨졌으나 실제 소비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성동 지역의 한 70대 노인은 “군산보리가 건강식이라고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 소비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런 (꽁당보리) 축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보리 소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올해 군산 꽁당보리 축제는 7일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꽁당보리 축제는 60대 이상 부모님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자녀에게는 교육의 장소로 손색이 없다.

매년 군산 미성동에서 꽁당보리 축제가 진행되는 만큼 내년 5월 축제에는 부모님과 자녀와 함께 찾아 새로운 추억을 하나 더 간직하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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