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수’ 깃발 올린 바른정당 실패 이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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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보수’ 깃발 올린 바른정당 실패 이유, ‘셋’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7.05.12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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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 실패·TK 패권론·유승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 바른정당은 왜 범보수의 구심점이 되지 못했을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한국당과의 차별화 실패’, ‘유승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 ‘TK(대구‧경북) 패권론’ 등을 지적한다. ⓒ뉴시스/그래픽디자인=김승종

6.8%, 4위.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때 받아든 성적표다.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4%를 기록해 41.1%(1위)를 얻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21.4%를 얻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차지했다.

바른정당은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파면(罷免)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한국당(前새누리당) 후보보다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것을 보면, 성공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24일 새누리당(現자유한국당)을 탈당한 비박(박근혜)계 의원들이 ‘박근혜 탄핵’과 ‘친박 청산’을 기치로 “범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외치며 탄생시킨 정당이다. 창당 당시 정병국 초대 대표는 “가짜보수를 배격하고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겠다”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득권을 버리고 맨땅에서 새로 출발하겠다”고 했다. 김무성 의원은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통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왜 범보수의 구심점이 되지 못했을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한국당과의 차별화 실패’, ‘유승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 ‘TK(대구‧경북) 패권론’ 등을 지적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바른정당은 작년 창당 직전, 지지율이 최고 17.4%(12월 둘째 주)까지 나왔다.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합류 및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가탈당에 대한 기대감이 바른정당 지지율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다 올해 대선 직전에는 3%대 까지 내려앉았다. 물론,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바른정당의 애초 계획이 틀어졌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당과의 차별화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바른정당은 창당 초기 선거 연령 하향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개혁입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당내 이견으로 ‘선거연령 18세로 하향’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고,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입장만 내놨을 뿐, 당론으로 이끌지 못했다. 즉, 말로만 ‘개혁 보수’, ‘새로운 보수’를 외쳤을 뿐, 한국당과의 다른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 한 것이다.  

바른정당이 여전히 ‘TK패권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한국당 2중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 후보는 당내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인 지난 2월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열린 스타트업 기업 창업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범보수 단일화 안에 새누리당(現자유한국당) 후보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며 보수후보단일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이후 2월 21일에도 유 후보는 YTN 〈호준석의 뉴스인〉에 출연해 “보수 단일화는 DJP 연합이나 정몽준·노무현 단일화보다 오히려 명분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여전히 TK 지역에서 막강한 조직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TK민심을 의식한 발언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군다나 유 후보의 지역구도 대구 동구을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할 당시에도 'TK 적자'라는 꼬리표를 의식해 끝까지 망설이기도 했다.

물론, 유 후보는 당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같은 당 대선 후보로 경쟁했던 남경필 경기지사도 지난 3월 25일 TV토론회에서 “(유 후보가) 보수후보단일화를 처음 이야기하면서 바른정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고, 갈 길을 잃었다.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으로 비쳐서 바른정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원인이 됐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선 직전 13명의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해 한국당행(行)을 선택하면서, 유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하기 시작했다. 유 후보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똑똑하기는 한데 인간미가 없다”, “의원들과 스킨십이 부족하다”, “혼자 다 하려고 한다” 등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당내에서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야 하는 대선 기간에 이러한 문제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홍 후보의 “바른정당 의원들을 만나보니 유승민 후보가 덕이 없어서 대선을 못 치르겠다고 하더라”는 발언을 마냥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치부하기엔 섣부른 이유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장제원 의원도 지난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승민 후보가 우리와 함께 할 사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다”면서 “정치인은 똑똑하다고 표를 주지 않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을 때 지지를 하는 것인데 선대위를 구성할 때 선대본부장, 상황실장, 대변인단을 거의 다 측근들로 구성했다. 이런 것들을 조금 더 넓혀나가면 유 후보는 큰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에둘러 유 후보를 비판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도 12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이 탈당하려고 했을 때 유 후보는 (그분들에게) 전화 한 통도 안 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13명의 의원들이 탈당을 결심하기 전에 유 후보가 한 분씩 만나서 손잡고 ‘나 좀 도와 달라’고 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본 기사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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