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손정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길에 동행한 '방미 경제사절단'이 연일 화제인 가운데 이번 방미 일정에 함께한 LG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LG전자가 미국에 70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통 큰 '선물 보따리'를 푼 반면, 국내 협력업체에게는 부당한 '하자 덤터기'를 줬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오는 2019년까지 테네시 주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면적 7만7000㎡ 규모의 가전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향후 이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뉴저지 주에 3억 달러를 투자해 2019년까지 신사옥을 건립, LG전자와 LG생활건강, LG CNS 등 계열사 임직원 1000여명을 입주시킬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총 5억5000만 달러(약 7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로, 일각에선 이를 통해 한미 관계에 청신호가 올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분명 좋은 소식이다. 사드 배치와 문정인 특사의 발언 등으로 한미 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울 때쯤 경제 사절단의 투자는 한미 관계를 회복할 절호의 찬스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냉담하다. 미국에선 통 큰 선물 보따리를 준 LG전자가 국내 하청업체인 미광전자에겐 부당한 거래와 해외 부당 하자까지 전가하며 문을 닫게 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미광전자는 지난 1996년 대구에서 설립돼 LG전자에서 생산하는 TV 부품을 위탁받아 처리하는 임가공 하도급 업체로, 매출액의 대부분을 LG전자에 의존하고 있었다. 미광전자와 LG전자는 20년 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미광전자는 LG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미광전자에 따르면 LG전자와 임가공 위탁 계약에 따라 SMT(표면 실장 기술) 공정 및 기판 공정을 모두 마치고 성능 검사 등 모든 검사를 완료한 제품에 한해 납품한다.
물론 LG전자와 체결한 계약 조건에 따라 미광전자는 납품한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보수를 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LG전자가 해외 법인에서 유통·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로 반품된 부품까지 수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광전자 책임이 없는 '부품불량'과 '부품파손', '현지작업 불량' 등을 이유로 총 4984개의 부품 수리를 맡았지만, LG전자는 별도 수리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졌다.
올해 초 미광전자는 LG전자 본사 앞에서 시위와 플랜카드를 통해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이번 신고로 폐업이라는 최악의 선택지에도 LG전자의 부당함을 알리고 싶은 미광전자의 절박함이 드러났다.
특히 국내기업은 나 몰라라 하면서 미국에는 대규모 투자를 한 LG전자의 행태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눈도장을 찍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런 이유로 LG전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칼날에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하청기업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 대기업들을 겨냥한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혔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이러한 이중적인 행태는 자사의 윤리규범에도 어긋난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지향하는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존중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을 토대로 모든 이해 관계자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으로 영속 발전한다."
LG전자 윤리규범에 나오는 구절이다. LG전자는 세계적 초우량 기업으로 영속 발전을 하기 전에, 20년간 함께 해온 동반 협력 업체와의 신뢰와 협력을 토대로 내실을 구할 수 있는 지혜로움이 아쉽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