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수퍼 상도동점 '개점 미스테리'
스크롤 이동 상태바
롯데수퍼 상도동점 '개점 미스테리'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11.05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개월 된 기존 수퍼 인수 기습 개점…‘진화형 꼼수 출점’ 의혹
기업형 수퍼마켓(SSM)을 사이에 두고 대기업과 중소 상인들간의 대립이 극을 치닫고 있다.

대형 유통사들은 주민들의 눈을 피해 SSM을 오픈하려고 밤에 몰래 간판을 붙이거나 눈속임용으로 스시뷔페나 피자가게라는 안내판을 다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하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이를 막기위해 띠를 두르고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출점이 의심되는 SSM 앞에서 밤을 지새우는 등 결사항전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대형유통사들이 최근에는 이런 수법을 넘어 또다른 ‘진화형’ 꼼수 출점을 시작해 영세상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진화형 꼼수 출점'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롯데수퍼 상도동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188-14번지에 개점한 롯데수퍼 상도동점은 원래 ‘H마트’라는 200평 규모의 동네 수퍼마켓이었다.

그런 H마트가 개점 6개월 만인 지난 10월 돌연 ‘롯데수퍼’로 간판을 교체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롯데가 입점을 위해 머리를 굴린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인근에서 수퍼를 운영하는 A씨는 “어느 날 갑자기 롯데수퍼로 간판을 바꿔 달아 사업조정신청이고 뭐고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특히 6개월 만에 돌연 SSM으로 바뀌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주민 김모(여 41)씨도 "얼마전까지만해도 H마트였는데 버스를 타려고 가다보니 '롯데슈퍼'로 간판이 바뀐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고 깨끗한 제품을 살 수 있어 좋긴하지만 바로 길 건너 상권이 시장같이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인데 롯데슈퍼가 생김으로써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롯데수퍼의 간판은 아직 구청에 신고도 하지 않은 '불법간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주민 이 모씨(45)도 “모든 게 계획적인 것 같다”며 “간판만 바꾸고 내부는 천천히 정리한다"고 하더라며 "인근 영세상인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상도동의 장승배기역 인근에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몇해전부터 났었다.
 
롯데슈퍼가 들어선 자리도 원래는 영업용 택시 회사가 있던 부지로 규모상 대형마트는 힘들고 SSM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퍼지다 SSM 출점이 사회 문제화되자 슬그머니 소문이 없어졌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하지만 롯데수퍼 측은 “인수과정에 있어 인근 상인들이 제기하는 것과 같은 의혹은 전혀 없었다”며 “H마트 근처에 다른 마트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 경쟁점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던 중 우리 측과 연락이 닿아 자연스럽게 인수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대기업들의 꼼수 출점에 상인들이 울분을 토하는 이유는 SSM 규제법안이 국회에서 6년 반 가까이 처리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아있어 SSM출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업조정신청’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날고 뛰는 대기업 앞에선 무용지물. 이미 개점을 해 영업에 들어간 경우 신청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저렇게 머리 굴려서 나와 버리면 우리들은 손 쓸 방법이 없어 더 억울하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SSM규제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두가지다. 유통법은 재래시장으로부터 500m이내에 SSM이 입점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고록 했고, 상생법은 대기업의 투자 지분이 51% 이상인 SSM프랜차이즈 사업도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 되도록 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나 한-EU FTA(자유무역협정)체결 등에 걸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위기감을 느낀 대기업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영토 확장에 불을 키고 있는 것.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불침번을 설 수도 없는 것이고 바닥에서 피 터지게 싸워봤자 결론이 안난다”며 “가장 시급한 건 제도 마련”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