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합니다”…이상과 현실 괴리 빠진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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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구합니다”…이상과 현실 괴리 빠진 한국당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1.02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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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총선 기억하는 한국당…현실은 연이은 인재영입 실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이 제15대 총선을 모델로 저명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좀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어두운 동굴 속에 접어든 자유한국당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앞장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성과는 미미하다.

<리얼미터>가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0%포인트 떨어진 16.8%에 그쳤다. 지역별 지지율 역시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뒤졌다. 대구·경북조차도 민주당(30.8%)에 불과 0.5%포인트 앞선 31.3%였다. 이변이 없는 한,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은 15대 총선…인재영입에 ‘올인’

홍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로 보인다. 두 배 이상 벌어진 지지율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저명인사(著名人士) 영입이 필수적인 까닭이다. 총선과 달리 지역 일꾼을 뽑은 지방선거는 ‘인물 선거’ 경향이 강하다. 명망 높은 인사(人士)를 전면에 배치할 경우, 정당지지율과 무관한 성과를 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당은 제15대 총선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지지율만 보면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지만, 지방선거는 인물이 중요하다”며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들을 내세우면 국민들도 달리 봐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 대표 자신이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15대 총선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96년 열린 제15대 총선은 ‘정치 거물(巨物)’들이 정계에 입문한 선거였다.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회창·박찬종·김문수·이재오·정의화 등을 영입,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홍 대표 역시 이 시기 신한국당 ‘개혁공천’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처럼 파격적인 인재 영입 결과, 1995년 지방선거에서 전체 15개 광역지자체 중 5곳을 가져가는 데 그쳤던 신한국당은 1996년 총선에서 139석을 얻으며 선전했다. 아울러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세력의 초석(礎石)을 쌓는 데도 성공했다. 홍 대표의 당면 목표가 ‘제15대 총선 모델’을 따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실은 달라…너무 큰 1996년과 2018년의 차이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제15대 총선의 개혁공천을 목표로 상정한 것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많다. 1996년 신한국당과 2018년 한국당 사이에는 결코 작지 않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995년 말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공화계를 몰아낸 뒤 당명을 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변경했다. 신한국당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던 YS가 호랑이를 잡았음을 상징하는 것과도 같았다. 신한국당이 거물급 인사들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은 YS가 군사세력과 결별하며 당을 쇄신한 덕이 컸다는 평가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 나섰던 한 원로 정치인은 지난 12월 기자와 만나 “그때 민중당 출신들이 신한국당에 많이 들어갔는데, YS가 군사세력과 결별해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지금은 YS가 보수처럼 됐지만, 그때는 YS를 보수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군인들이 보수였으니까”라고 증언했다. 또 “그렇게 보면 김문수나 이재오 같은 사람한테 변절자라고 하는 것은 좀 무리인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당시 신한국당이 어떤 이미지였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저명인사들을 유혹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마련했는지 자문할 일이다. 친박(親朴) 청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수준에서 마무리됐고, 이념적으로도 극우화(極右化)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2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5대 총선 때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당 체질 개선을 먼저 하고 인재 영입에 나서야지, 인재만 영입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홍 대표가 제15대 총선을 모델로 한다면, 우선 친박·극우 정당 이미지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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