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근 영진위원장, 대국민 사과하며 ˝같이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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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 영진위원장, 대국민 사과하며 ˝같이 만들어 갑시다˝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4.05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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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위원장,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56건 발표하며 사과
영진위 인사·조직 개편안 발표… 여성 최초 본부장 선임
다양성영화와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위해 예산 증액 편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지난 4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영화진흥위원회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에서 오석근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영화진흥위원회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 하겠습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외친 일성이다.

지난 4일 오후 영진위는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영화진흥위원회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 위원장은 ‘대국민·영화계 사과문’을 발표하며 영화 부문 준정부기관의 수장으로서, 지난 정권동안 자행됐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영진위의 반성과 쇄신안을 담아냈다.

오 위원장은 “영진위는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참혹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지 않은 일도 적지 않고, 밝혀진 과오를 바로잡고 재발을 방지하는 후속조치도 턱없이 미흡하다”며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오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영화 부문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받는 분권자율기관으로서가 아닌,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역할을 했던 영진위의 통렬한 자기반성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됐다.

오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에서 주도한 ‘문화권력 균형화전략’에 따라 “영진위는 2009년부터 각종 지원 사업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 사실상 청와대와 국정원 등 당국의 지침에 따라 지원작(자)을 결정하는 편법 심사를 자행했다”고 고백했다.

이어서 “영진위는 ‘2009년 단체 지원사업’에서 촛불시위 참여단체 배제 건을 시작으로, 각종 지원 사업 대상자 심사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으며, 특히 <천안함 프로젝트>와 <다이빙벨>을 상영한 여러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을 절반으로 삭감하는 과정에서 심사에 개입하기 쉽게 할 목적으로 심사위원 풀 구성과 심사위원 선정방식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이때, 청와대와 관계 당국은 특정 영화인 배제 지침을 영진위에 하달했고, 영진위는 이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작품과 영화인을 선별·보고해, 다시 관계 당국이 특정 작품의 지원배제 여부를 영진위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영진위는 이를 바탕으로 편법 심사에 협조할 수 있는 심사위원을 선정해 특정 작품과 영화인에 대한 영화발전기금 지원을 막았다.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영진위 내부 직원을 별도 관리하고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오 위원장과 영진위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의 조사로 밝혀진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56건을 발표하며, 향후 문체부 진상조사위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늘어날 피해 당사자에 대해서도 정중한 사과와 필요한 후속조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오 위원장은 지난주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를 구했다며, 앞으로 영화진흥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영진위의 공공성과 본령 회복을 강조했다.

▲ 지난 4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대국민·영화계 사과문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 영화진흥위원회

한편, 이날 영진위는 사무국의 인사·조직 개편을 통한 쇄신안도 발표했다.

이번 쇄신안의 핵심은 세대와 성(性)을 초월한 과감한 인사 혁신이다. 4명의 본부장 직급은 모두 3급의 40대 초중반, 연차 20년 미만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팀장급 또한 대부분 3급 이하, 연차 10여년의 직원들을 임명했다.

특히, 주요 부서인 경영지원본부 책임자에 직제 도입 이후 최초로 여성 본부장을 임명하고, 인사총무·국제교류전략·지원사업 부문의 팀장에도 여성 보직자를 배치했다. 단순한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를 하겠다는 오 위원장과 영진위의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올해 영진위 시행 사업의 기초가 되는 미래설계 TF 운영 결과도 발표됐다.

김현수 기획조정본부장은 "독립·예술영화 지원 등 대기업 중심, 소수 기업 중심의 투자배급시스템에 좌우되지 않도록 영화 산업 활성화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우선 영진위는 예산상의 한계로 7개 분야에서 바로 시행 가능한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분류해 사업에 반영할 방침이다

여기에 영진위는 올해 다양성영화 제작 지원 규모를 예년보다 20% 가량 확대해,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비를 지난해보다 9억 8000만원 늘어난 총 54억 6000만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다이빙벨> 사태로 지원이 줄었던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예산 또한 지난해 대비 15억원 늘어난 40억원이 된다.

오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이후 가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영진위원장에 취임한지 얼마 안됐지만, 과거에 일어났던 영화계의 불행했던 일에 대해 영화 부문 공공기관을 대표해 깊은 성찰과 사과를 위해 나섰다”며 “(새로운 한국영화 진흥을 위해) 우리 같이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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