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우선 문제는 시민과의 소통˝
평화올림픽 최초 주장…실현에 눈물
˝지방분권이 민주주의의 최종 완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원주=김병묵 기자)
“가슴에서 뭔가가 차오르고, 눈물이 막 흐르더라고요”
성공리에 개최됐던 지난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 남북선수단이 함께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불어민주당 구자열 원주시장 예비후보는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구 예비후보는 담담한 어투로 회상(回想)해 줬지만, 당시의 감동이 떠올랐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진 못했다. <시사오늘>은 6일 원주에서 구 예비후보를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뒷얘기와 그가 꿈꾸는 정치에 대해 들어봤다.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2002년이었다. 강원도 진보정치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창복 전 의원이 권유했다. 나는 지금도 그 분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당시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국민의정부였지만, 강원도는 온통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만 가득했다. 오직 여당 인사는 유일하게 원주시에서 당선된 이 전 의원 뿐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이 전 의원을 도와드리면서 인연을 맺게 된 거다. 원주 25개 읍면동의 청년조직을 한번 구축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내 정치도 시작됐다.”
-강원도 정치인들 중 '평화올림픽'을 가장 먼저 주장했다고 들었다.
“날짜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지난 2016년 10월 4일, 강원도 의회에서 내가 최초로 ‘평화올림픽’을 주장했다. 원래 평창올림픽은 경제·환경·문화·평화 올림픽을 내걸었다. 그런데 사실 이들 중 세 가지는 실현이 쉽지 않다. 우선 경제다. 강원도 입장에서 흑자를 내긴 쉽지 않다. 역대 동계올림픽 중에서도 릴레함메르만이 유일한 사례다. 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친환경으로 한다 한들,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내는 일이다. 문화도 단기간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남은 것은 평화였다. 아직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아무도 평화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생각도 못할 때다. 관심마저 없었다.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아서 골머리를 앓던 상황에서, 내가 최문순 지사에게 강력히 건의했다. 어떻게든 북한 선수들을 참여시키고,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 밖엔 살 길이 없다. 평화 올림픽이 되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가 모여서 자연스럽게 흥행이 된다. 게다가 그동안은 최소한 북한이 미사일은 쏘지 않을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최 지사도 ‘일리 있다’라고 하면서 찬성했다. 강원도 연구원과 함께 준비를 했다. 힘들었지만, 실현됐다. 남북 공동입장을 하는데 눈물이 났다.”
-재선 도의원이다. 기억에 남는 도정활동이 있나.
“전국 최초 친환경 의무급식이 강원도에 실시된다. 초중고 전체다. 내가 강원도지사 정무특보 시절 관철시킨 거다. 과정이 무척 어려웠다. 강원도·강원도 교육청·도의회·시군협의회·의장협의회의 5개 기관이 협의를 해야 하는데, 주체인 교육청과 강원도 말고는 모두 반대였다. 강원도의회만 해도 44명중에 38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시군협의회도 원주시장을 제외하면 모두 자유한국당이다. 신발이 닳도록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설득해서 결국 2018년 예산을 통과시켰다. 소통의 승리라고 자평한다. 그리고 조금 뿌듯했던 일도 있다. 강원도 공무원들이 베스트 도의원을 뽑았다. 내가 2회 연속으로 수상했다. 그런데 이게 그러고 바로 없어졌다. 공무원들이 상당히 엄격하게 평가했기 때문에, 다른 도의원들의 불만이 속출해서 지금은 없다. 그래서 내가 처음이고 마지막 수상자다. 하하.”
-원주시장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지난 8년간 강원도의회 의원으로 있으면서 18개 시군은 물론 원주를 깊게 관찰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였다. 당원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출마 주문이 많았다. 내가 지난 10여 년 간 해온 지방분권운동을, 원주를 통해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정부에선 개헌안을 내면서 지방분권 시대를 열고 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원주를 지방자치의 첫 번째 성공모델 도시로 만들기 위해 나섰다.”
-원주의 가장 중요한 현안을 꼽는다면.
“소통이 문제다. 전 시장은 시의 외형적인 팽장, 큰 사업들을 비교적 잘 했다. 그런데 주민들과 소통이 실패해서 지금 갈등이 엄청나게 커졌다. 대표적인 문제가 SRF(고형폐기물연료)열병합 발전소다. 시민들을 너무 무시했다. 나는 소통위원회부터 만들어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예정이다. 지금 단계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큰일 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경청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시민들에게 권력을 나눠주고 싶다. 시장의 권한을 과감하게 25개 읍면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아마 다른 후보들은, 이런 이야기하기 어려울 거다. 예산편성권, 집행권, 인사권…이게 다 엄청난 권력인데 놓을 수 있겠나.
하지만 해야 한다. 원주는 시민이 만드는 도시가 돼야한다. 시장은 원래 대리인에 불과하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들과 소통을 시작으로, 원래 주인들이 사는 터전을 만들어가게 도울 거다. 시청은 중장기적 발전전략과 방향, 대외적인 협력 등을 하면 된다.”
-지방분권에 대한 조예가 깊어 보인다.
“지방분권은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내가 오랫동안 연구한 분야기도 하고, 결국 우리 사회가 가야할 도달점이다. 현 시점에서, 정치인으로서 나는 누구보다 그 필요성과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 원주가 새 시대의 선봉에 섰으면 한다.”
-정치적으로 최종 목표가 있다면.
“말하기 조금 이르지만, 나중에는 강원도정을 한 번 이끌어보고 싶다. 나는 개발만큼이나 보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원도의 아름답고 풍부한 산림자원을 이제 지켜야 할 때다. 더 개발하면 오히려 훗날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 관광자원으로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조금 뒤의 이야기다. 지금은 먼저 오직 원주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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