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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김종인 비대위, ‘롤 모델’ 될 수 있나?
민주당의 제20대 총선 승리, 수많은 변수의 집합체…특정 요인에 집중해선 안 돼
2018년 07월 08일 14:16:01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제20대 총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이 아니라 ‘오만이 패배를 부른다’는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 정도가 아닐까 ⓒ 뉴시스

“이론은 가능한 한 단순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해서는 안 된다.”

불세출(不世出)의 천재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단순화가 본질을 꿰뚫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단순화가 결과에 작용하는 다양한 변수를 포착해내지 못할 위험성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단순화는 복잡한 현상 속에 숨겨진 본질을 꺼내놓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그러나 자칫, 다양한 변수의 조합으로 탄생한 결과를 특정한 원인에 귀속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선형적 인과관계의 오류는, 복잡한 사회현상을 단순화시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치에서 흔히 나타난다.

최근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 논쟁이 대표적인 예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대다수 여론조사 기관은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한동안 정당지지율 1위를 고수했던 데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국민의당이 진보·야권 표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의 원내 제1당 등극, 새누리당의 참패였다.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승리의 요인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며 ‘물갈이’에 성공한 것이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각을 좀 더 넓혀 보면, 제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거둔 승리 앞뒤로 좀 더 다양한 그림이 나타난다. 우선 새누리당의 내분(內紛)이라는 변수가 존재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부터 친박(親朴)·비박(非朴)으로 나뉘어 서로를 물어뜯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비박 학살’ 뉴스가 언론을 도배했고, 친박에서는 ‘진실한 친박’을 가려낸다는 ‘진박 감별사’가 등장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거에 임박해서는, 김무성 대표가 친박 후보 등록을 막기 위해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키는 촌극을 벌이며 내홍(內訌)의 정점을 찍었다. 제20대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의 ‘자멸(自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대 정당’을 표방하고 나온 국민의당 창당도 변수였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호남 출신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국민의당을 민주당에 가까운 정당으로 바라봤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조차도 야권 분열은 ‘필패(必敗)’라며 국민의당에 통합을 요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보면, 오히려 국민의당은 보수 표를 잠식해 새누리당 후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 직후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저열한 권력 다툼에 등을 돌린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게 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챙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종인 비대위에게 초점을 맞추는 지금 분위기와는 온도 차이가 있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기법의 미발달로 인한 새누리당의 오판(誤判)도 선거 결과를 뒤바꾼 원인으로 작용했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등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유선전화 위주로 이뤄졌던 여론조사는 민심 이반(離反)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고,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말 그대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 채’ 당내 권력 다툼에 집착했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 180도 표정이 바뀐 원유철 선거대책위원장의 모습은 새누리당이 상황을 얼마나 오판하고 있었는지를 방증한다.

상도동계로 분류되는 한 노정치인인 8일 <시사오늘>에 들려준 얘기다.

"물론 선거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어찌됐건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둔 공(功)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돌아가야 한다. 다만 ‘김종인 모델’이, 위기를 맞은 정당들이 참고자료로 삼을 만큼 보편성을 가진 ‘롤 모델’인지는 의문이다. 제20대 총선에서 얻어야 하는 것은,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이 아니라 ‘오만이 패배를 부른다’는 지극히 일반적인 교훈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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