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플라스틱으로 사라지는 피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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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플라스틱으로 사라지는 피라미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8.07.1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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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성 회복을 위한 단상2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가 전국적인 축제로 거듭난 비결은 건강한 자연과 산천어가 있기 때문이다. 산천어는 1급수 맑은 계곡 물에서 사는 물고기다. 화천에 산천어가 많은 것은 그만큼 자연환경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산천어축제의 백미 중 하나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맨손으로 산천어 잡기는 긴장감과 함께 즐거움을 준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던 어린 시절엔 경제적으로는 좀 부족했지만 자연이 주는 혜택은 풍성했다. 깨끗한 자연의 품속에서 많은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 좋았다. 때 묻지 않은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 간절해진다.
 
여름철 소낙비가 내리면 냇가는 물이 불면서 피라미들의 먹이활동이 활발해진다. 장난감이 귀하던 시절, 냇가에서 하는 낚시는 동네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였다. 대밭으로 가서 대나무 하나 자르고 거기에 줄을 묶고 낚싯바늘을 달면 준비는 얼추 끝난다. 미끼로 쓸 지렁이는 탈곡 후 집 뒤에 쌓아둔 보릿짚 밑 흙을 파면 무진장 잡을 수 있었다.

냇물은 산을 타고 내린 황토로 누렇게 변해 있었다. 사람 모습이 비치지 않는 황토물이 피라미를 잡는 데는 유리했다. 낚싯줄을 던지자마자 피라미가 걸려 줄줄이 올라온다. 오염되지 않은 냇물이어서 온갖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고 그 속에 피라미도 그득했다. 

여름철 동네 아이들은 냇물에서 멱을 감다 따분해지면 “우리 피라미나 함 잡아볼까” 제안을 하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까운 산에 올라 고기 잡는 나뭇가지를 꺾고 찧어 물에 풀었다. 나뭇잎에 독성이 있는지 피라미들이 흰 배를 뒤집으며 비실비실 수면으로 떠올랐다.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피라미를 맨손으로 잡는 것이었다. 피라미가 숨어 있을 만한 곳에 손을 넣어 포획하는 것인데, 간혹 개구리나 두꺼비가 물컹하고 손에 잡히기라도 하면 너무나 놀란 나머지 뒤로 나자빠지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지하철에서 비 오는 날이면 공짜로 제공하던 우산 비닐봉지가 없어졌다. 비닐 사용을 줄여 자연환경을 되살리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플라스틱·비닐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도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는 최근 플라스틱 빨대 퇴출과 비닐 포장재 감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여 자연성을 회복하자는 데 목소리가 모아지는 것 같다. 환경파괴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기에 자연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벌어졌으면 하는 마음은 전 세계적으로 한결같아 보인다.     

지금 고향 마을의 냇가는 옛날의 풍성했던 모습은 간 데 없고 빈사 상태에 놓여 있다. 많은 생명체가 떠나버려 쓸쓸하고 삭막하다. 예전과 같은 물놀이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우리가 경제적인 면만 우선해 친환경 농법을 멀리하고 농약을 뿌리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말았다. 벼논에 뿌린 치명적인 농약성분이 많은 생명체를 죽이고 터전을 잃게 한 것이다.

한번 깨진 자연 생태계는 회복하는 데 100년, 아니 수백 년이 걸려도 완전하게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떻게 보면 자연성 회복이 1% 희망을 품는 일지라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하나 둘 실천하다 보면 ‘1% 기적’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깨끗한 자연 속에서 제2의 산천어축제를 보고 싶다. 축제다운 축제가 되려면 삶이 시작되는 냇물이 살아나야 한다. 아이들이 냇물에서 멱을 감고 맨손으로 피라미를 잡을 수 있는 축제의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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