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한국당, 돌파구는 ‘젊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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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한국당, 돌파구는 ‘젊은 리더십’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9.03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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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 살려냈던 YS·DJ의 젊은 리더십…한국당도 참고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전문가들은 한국당 이미지 변화를 위해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기나긴 어둠의 동굴을 통과하고 있지만, 출구는 나타날 기미조차 없다. 한때 “나라를 팔아먹어도 40%는 찍어준다”던 자유한국당의 굳건한 지지층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이제 한국당은 명백한 ‘언더독(underdog·약자)’이다.

위기는 변화를 추동(推動)한다. 바닥을 차고 올라가려면, 혁신(革新)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개혁 방향과 관련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쟁이 오간다.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으나, 제시되는 개혁안의 방향은 모두 ‘이미지 쇄신’을 향한다. 한국당의 한 초선의원은 3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의 당면 과제는 낡고 수구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힘만으로는 이미지 변신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장 자체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60대 중반의 인물로, ‘변화의 상징’보다는 ‘올드보이’에 가까운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해답은 젊은 리더십…‘40대 기수론’ 참고해야

결국 핵심은 ‘젊은 리더십’이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마무리된 후 탄생할 차기 지도부가 ‘젊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재편돼야 한국당의 이미지 변신도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앞선 초선의원은 “이해찬·손학규·정동영 같은 분들이 당대표가 됐기 때문에 우리도 올드보이가 나서야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젊은 리더를 내세우면 더 차별화가 되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우리 정치 역사에는 ‘세대교체론’으로 위기를 극복해낸 사례가 존재한다. 1970년, 당시 신민당은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1963년 제5대 대선과 1967년 제6대 대선에서 연달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패한 데다, 1967년 실시된 제7대 총선에서도 지역구 28석, 전국구 17석 등 4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때 신민당을 흔들어 깨운 사람이 40대 중반의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였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YS는 차기 총선에서 싸울 여당 정치인들의 평균 연령이 야당보다 훨씬 젊다는 점, 야당 지도자들의 노쇠와 장애로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기 직전 좌절했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40대 기수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여기에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와 이철승까지 40대 기수론에 동참하면서, 신민당은 일약 ‘정치 변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비록 DJ가 대선에서 패하며 정권 교체를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이후 신민당은 박정희 정권과 맞서는 ‘선명 야당’으로서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역사 속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바로 이런 역사적 경험에 착안, 한국당에도 ‘50대 기수론’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세대교체론’의 요체(要諦)다. 변화의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인 만큼, 한국당에도 1970년 YS와 DJ, 이철승 같은 ‘신선한 인물’이 등장해 바람을 일으키고 일거에 당의 노회(老獪)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인물난…인재 영입이 우선

문제는 인물난(人物難)이다. 정치권에서는 제20대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인재 육성 실패’를 꼽았다. 친이(親李)계와 친박(親朴)계로 나뉘어 계파 싸움에만 골몰했을 뿐, 장기적으로 당을 짊어지고 나갈 수 있는 인재 영입과 육성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기자와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 때마다 물갈이가 있었지만, 친이가 친박을, 친박이 친이를 솎아내는 형태였을 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온 건 아니었다”며 “그나마 영입된 사람들도 자기 색깔을 내기보다는 당론에 맞춰가는 스타일이라 리더가 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다 보니 ‘세대교체’ 이전에 인재 영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마땅한 차기 지도자감이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과감한 ‘스카우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여의도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 밖에 있는 현역 정치인들은 물론, 홍정욱 전 의원처럼 인지도 높은 전직 정치인과 재야(在野)에 숨겨진 인재들까지 끌어 모아 변화의 동력(動力)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충고가 들린다.

이와 관련, 한 노정객(老政客)은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민주화 이후 보수 정당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YS가 모아 놓은 인재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라며 “김무성·김문수·이재오·안상수·홍준표·정의화 이런 캐릭터 강한 사람들을 모아 놨기 때문에 그 안에서 경쟁하면서 살아 있는 정당이 될 수 있었다. 지금 한국당은 사람을 모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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